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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게임 업계라... 우파루파 03-28 조회 2,445 7

사실 아래 아주앙마님 글에 댓글을 달려던 내용이었습니다만... 쓰고보니 엄청나게 길어지는 군요. 우선 모처에 포스팅하고 긁어둡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아직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네요. 속칭 '벤치마킹' 기술 하나는 아주 세계 최강이잖습니까. 어느 때가 되든 열심히 해외의 명작을 베껴 만들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말이죠. 그 이상은 기대 해서도 안 되고 기대 할 수도 없어요.


'기업의 논리'라는 것이 당장 돈이 안 되면 무언가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죠. 땅파서 돈나오는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네 개발사들은 개발자들이 땅 파서 뭔가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것 같아요. 당장 제가 있는 회사 팀장님이나 과장님 이야기만 들어도 그렇더군요.


"우리나라 개발사 대표자들 태반은 R&D가 애들 장난인줄 알더라."


R&D. 풀어쓰면 연구개발. 무슨 기계가 되든 그걸 어찌어찌 써 먹을라 치면 기본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만들 시간도 안 주더라는 겁니다. 뭐 그거야 어느 회사든 마찬가지니까 제껴 둘 수도 없어요. 시간을 안 주면 컴포넌트라도 사줘야죠. 땅 파서 돈 나오는 게 아니듯 게임도 땅 파서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재미요소를 아무리 늘어놔 봤자 우리나라 게임에 나올 수 없는 데는 이런 이유도 한몫하고 있답니다.


사실 그 보다 더 참담한 쪽은 역시나 기획이죠.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 게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이 인간을 하염없이 재미있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염없이 재미있다.' 이거 상당히 어렵습니다. 게임이 참신한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없고 항상 필수요소를 다 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거야 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죠. 그런데 해외의 게임들을 보면 그런 미친 짓을 아주 잘 해요.


저어~기 최근에 들어오신 N 모사의 게임들 보세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소재를 가지고도 그걸 하염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잖습니까. 뭐 기계를 잘 만든 것도 있긴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바로 '아이디어를 얼마나 살려주는가?' 요기 있는 거잖습니까. 닌텐독스를 봅시다. 누가 닌텐독스가 뭐냐고 물으면 전 이렇게 대답 할 겁니다.


"어? 개 키우는 거."


간단하게 정의 되죠? 아주 삘이 딱 꽂히는 대답입니다. 누가 마리오에 대해서 물어봐요. 야. 뉴 슈마가 왜 재밋냐? 이 대답도 간단해요. '졸라 리드미컬 하거든!' 마리오 카트는 경쟁. 디스가이아는 만담. 테일즈는 드라마. 스타크래프트는 전략. WoW는 몰입. 토니호크 시리즈는 감상체험에 슈로대는 캐릭터. 뭐 그 외에도 소위 말하는 잘 나간다는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그 대표적인 재미가 한 단어 내지는 한 마디로 정의되고 그 아래로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수 십 가지 재미요소를 담고 있어요. 하나하나가 구현하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그걸 정해진 틀 안에 쑤셔 넣으려면 머리 깨진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게임은 죽어도 없다는 게 문제죠.


걸핏하면 캐쉬에 현거래가 난무합니다. 대체 게임이라면서 그것만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없어요. '혼자 해도 즐거운데 같이 하면 더 즐겁다.' 같은 개념이 아니라.. '어찌든 열심히 해서 나중에 아이템을 팔면 얼마를 벌 수 있다.'가 더 중요한 개념이죠. 우리나라 MMORPG의 태반이 여기에서 벗어나질 못 했습니다. 게임이 정액제로 운영되고 꾸준히 결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현거래 사이트에서 윗단에 걸려계시는 분들이죠. 그 수명 역시 '아이템=돈' 혹은 '게임머니=돈'이라는 환금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남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건 게임을 하는 즐거움이 아니라 놀면서 날로 먹는 즐거움이죠. 도박에서 대박을 노리는 심리와 다를 게 없어요.


정액 모델로 정착시키지 못 한 게임들은 대부분 부분유료화를 합니다. 일단 게임은 공짜요. 좀 더 편하게 할 사람은 돈 내고 하라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아주 혐오하는 쪽이긴 합니다만.. 누차 언급하지만 게임사도 먹고 살아야죠. 그런데 그런 걸 안 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게임들도 캐쉬템으로 한탕을 노린다는 게 참으로 암담합니다. 개발자들이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우려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구조.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캐주얼 게임으로 넘어가면..더 합니다. 처음에는 재미있나 싶다가.. 이거 어째 시간이 지날 수 록 껍데기만 예뻐지고 속은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요소랍시고 추가하는 건 태반이 숫자놀음 혹은 껍데기 변신입니다. 아.. 물론 안 그런 게임도 많습니다.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제가 우리나라에 나온 모든 캐주얼 게임을 해 본 것은 더욱 더 아니죠. 그런데 앞서 언급 했듯이.. 강력한 재미요소 하나 잘 잡아 놓고 나머지를 못 해서 비실거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이거 넣으면 재미있겠다.'가 아니라, '이건 돈 된단다. 넣어라.'입니다.


돈이 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이 같다면 괜찮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죠. 어쩌면 그런 심오한 재미. 깊이 있는 재미는 매니아들이나 원하는 거라 하실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온라인 환경이 주는 강력한 제약도 무시 못 하죠. 아무리 재미있어도 못 넣으면 땡이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게임 개발자 여러분들은 콘솔게임 개발자들에게 딱딱 맞춰진 환경에서 그렇게 만드는 걸 누가 못 하냐며 야유를 하시기도 합니다.


뭐 칩셋 제조사 혹은 그래픽 카드 제조사에게 SDK 다 받아서 쓰고 공개된 컴포넌트로 붙여넣기 하시는 분들이 할 소린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콘솔 쪽은 제약된 환경이라는 악조건 속에 없는 건 스스로 만들어서 제작해야 할 만큼 어려운 길이기도 하답니다. 뭐가 되든 재미를 만드는 일에 누가 더 쉽고 어려우니를 논할 필요는 없을 테지요. 어떤 식이든 어느 업계든 다들 나름의 고충은 있는 거니까요.


조금 샛습니다만.. 요는 이겁니다. 게임을 만들고 그걸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게임에 돈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아.. 간혹 날로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불법을 감수하는 분들도 아주 많긴 합니다만, 이 경우는 시간은 투자했더라도 자신의 비용을 별도로 투자하진 않았기에 잠시 재껴 두겠습니다. 비용을 투자하는 소비자를 잡는 것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해진 메뉴만 내놓는 식당이 아니라 원하는 메뉴를 골라먹을 수 있는 식당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입맛은 천차만별입니다. 게임을 보는 소비자의 눈은 이미 올라갈 만큼 올라갔고, 저마다 취향이 있습니다. 허구헌날 메뉴는 하나. 싫으면 딴 데 가시오! 라는 식당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특별 메뉴 하나에 사활이 걸린 식당이 아니라, 여러 취향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식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게임을 만들면 되겠지요.


게임사 관계자 여러분은 인간의 즐거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대체 뭘 해야 하염없이 재미가 있을지. 그건 스스로 느끼는 재미라도 좋고 혹은 피상적인 것이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게임사는 그 같은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어~기 높은 분들 개발자들에게 한턱낸답시고 비싼 밥집을 데리고 가거나 빨간 집 가서 몸을푸네 어쩌네 하지 마시고 그냥 그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필수랍니다. 물론 기업도 먹고 살아야겠지만.. 게임사가 먹고 사는 길은 재미있는 게임을 파는 것이지 게임으로 폐인공장 만드는 짓은 아니랍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해가는 존재입니다. 게임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수 많은 여흥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 수 많은 여흥 중에 사람을 가장 쉽게 변화시킬 수 있어요. 특히 문화컨텐츠라 명명되는 분들 중에 게임 만큼 즐기는 사람을 손쉽게 바꿔버리는 물건도 없어요. 직접행동으로 간접적인 체험을 이끌어내는 만큼 그 영향력은 도저히 가볍게 볼 수는 없죠. 그런데 지금의 게임사가 선택한 먹고 사는 방법이 가진 속성은 참 무섭습니다. 환금성에 과시욕충족. 그리고 재력까지 얽혀듭니다. 그냥 그걸 해서 즐겁다가 아니라 그걸 해서 돈을 벌거나 혹은 그걸 하면, 과시욕을 충족시키거나 등등의 이유로 '즐거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합니다. 하나의 게임을 보더라도 그것이 왜 재미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그런 재미요소가 다섯 손가락안에 꼽는 상황이 되진 않아야 할 겝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 같은 조건을 최대한 충족시켜가는 게임은 리니지더군요. 뭐 그것도 그 특유의 강력한 노가다가 사라졌을 때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Ps.. 본글은 댓글 대용으로 작성 된 게시물이오니 오늘의 화제는 피해주세요.(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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