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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변화 시킬 수 있는 것. 자신을 찾아오는 사건들. pidesa 03-31 조회 2,990 공감 4 29

 

MMORPG의 세계에서 -


NPC들은 도움을 구하고 PC들은 거기에 호응해 적을 물리침으로 표면상으로는 정의의 히어로가 되며 세상은 행복하고 평화롭게 되어갑니다. 그리고 영웅은 또 다른 모험을 찾기 위해 NPC들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표면상 세계의 위협이라 불리는 것들과 맞서 싸우기 위하여 걸음을 내딛습니다.


네. 그렇게 영웅이 되어가며 위대한 일들을 이루어갑니다 - 표면상으로는


그러나 일을 마치고 돌아선 PC의 등 뒤에서 NPC는 똑같은 도움의 요청을 되풀이합니다. 이번에는 퀘스트도 받아지지 않으니 그 요청을 들어줄 수조차 없지요. 어제 이 마을을 괴롭힌다던 몬스터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계속 이 마을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마을 내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설령 그들이 일시적인 적의 침략에 의해 죽는다 하더라도 잠시 후에는 옷을 툭툭 턴 다음 일어서서 또 똑같이 "도와주세요 영웅님" 을 외치겠지요. 그리고 PC가 지금 처리한 동일한 적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일도 그 자리를 배회하면서 "필멸자가 감히 내게"어쩌구 하는 대사를 쏟아 낼거구요.


변화하지 않지요 - 그런 세상은.


변화한 것은 단지 PC의 인벤토리를 채우는 아이템들과 레벨이 늘어나고, 처리해야 할 퀘스트 목록이 줄고 있다는 것 뿐.


그래서 PC들은 약탈자가 됩니다.


경험치와 보상이 좋은 퀘스트를 선택 한 다음, 끊임없이 재생되는 몬스터의 무리 속으로 뛰어 들어가 닥치는 대로 빼앗고 죽입니다. 설령 퀘스트 설정 상 ‘무고한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라고 되어 있어도 많은 플레이어들의 마음에서는 무고한 이들의 소위 ‘안전’보다는 한놈이라도 더 많은 몬스터를 죽여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치와 보상을 얻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어차피 내 뒤에 있는 ‘무고한’ 이들 이래 봐야 죽고 나서 몇 분 후면 리젠 돼. 내가 지켜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살아나서 잘 살아 갈 테니 상관없어. 내가 어떻게 한들 이 세상은 변화하지 않아. 내 인벤토리와 경험치가 변화 가능한 유일한 것이니 이거나 신경 써야지.”


간단한 이치지요.


사람은 절대로 변화 시킬 수 없는 것들이나 자신만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영향받지 않을 것들에는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을 좋아하며 자신이 가만히있던 움직이던 결국은 닥치고 말 일에 대해서 신경을 곤두세워 대비합니다.


자신이 변화 시킬 수 있는 것. 자신을 찾아오는 사건들.


한국의 MMORPG에 이 두 가지가 적극적으로 적응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마을은 안전하고, NPC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으며, 모험은 모험가가 그 한복판으로  뛰어들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찾아오는 법이 없는 세계가 - 과연 모험을 원하는 MMORPG유저들을 장기적으로 만족시킬만한 세계일까요?


이 부분에 대한 두 가지 제안이 있다면


첫째 - 유저가 변화 가능한 폭을 더욱 크게 늘릴 것. 계속 변화하는 세계를 만들 것.


둘째 - 영웅인 PC 옆에 세계가 가하는 압박과 수모를 묵묵히 이겨가며 살아가는 또 다른 종류의 PC를 만들어 게임 세계 내에 영구 거주하며 살게 함으로서 플레이어에게 모험과 사건이 ‘다가오도록’할 것


입니다.


현재 어떤 게임회사에 이 내용을 제시한 적이 있으나 -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관점에서는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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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desa | Lv.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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