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전 뭐 내세울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사람인지라 글을 쓰는 걸 두려워했거든요.
헌데 오늘은 전쟁같던 클베가 끝나서 좀 여유롭기도 하겠다, 흥미로운 글들도
많다 싶어서 몇줄 적어보려합니다.
요즘 발언대가 시끌시끌하네요.
많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의 글들이 많아서 전 즐겁네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생각이 있는 법, 다들 각자의 명분과 이유, 신념을
가지신 글들이라 흥미롭게 보고있습니다.
저도 제 이야기나 해볼라구요.
저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어느덧 이 쪽에 처음 들어온 지 8년째네요(물론 이중에 군대가있던 시기는 빼셔야 합니다;;;)
뭐 여튼 그걸 떠나서
전 꿈을 좇는 사람입니다.
꼬맹이때 외할머니께서 일본여행길에 제 선물로 메가드라이브를 사오셔서
게임이란 것에 푹 빠져버렸었죠.
재미있더라구요 게임이.
그래서 저도 만들어 보고싶었어요 재미있는 게임을.
그리고 이런 저런 공부를 했고, 20살이 되던해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게임 만들던 회사에 들어갔을 때,
장당 3000원에 원화작업을 했었습니다.(월급이 아니었어요;;)
한달정도 일하면, 15만원 정도 나오더군요.
전 집이 부산이라 그 15만원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했어야되어서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몸은 말이죠.
그런데 막상 그 때 당시 '아이구 힘들다'라고 생각하면서 생활한 적은 없어요.
사는 건 힘들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그 게임은 제 취향의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만들면서도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있지-_- 난 이거 재미없는데'
라고 생각하믄서 만들었었죠.
하지만 그 때는 게임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썩 좋지 않았죠. (아직 그 게임이 상용화 서비스를 하고있단게 가장 큰 미스테리입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프로젝트가 접히고, 월급이 안나오고, 사장이 구속되고 하는 등 나름 많은 우여곡절들도 많이 겪었습니다. 뭐 솔직히 생활은 거의 밑바닥이었죠;;
그러다 지금의 회사에 작년 초에 들어와서는, 너무나 즐거운 생활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있는 게임은 제가 들어올 때에 프로토타입까지만 나와있던 상태였습니다.
지지부진 했던 상태였죠. 이도저도 아닌. 이건 뭐 재미도 없고 이쁘지도 않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어느 날 부터인가, 즐기면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식사시간에 농담으로 던진 말들, 담배한대 피면서 했던 농담으로 했던 말들을 하나둘 게임에 넣고 재미있다며 낄낄대었습니다. 몸으로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어서 해보며 '이거 재밌지?'하며 낄낄대고, 사람들은 그거 좋네~! 하면서 넣어보고, 그렇게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게임이 재미있어지더라구요.
사람들이 강박적인 생각을 '비우고'
내가 만드는 게임을 그냥 내가 하는 게임으로 대하니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평가도 좋게 나오고, 좋은 퍼블리셔도 구해서 게임을 사람들 앞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 하고 있고 그 생활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몇년의 세월만큼은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게임을 모두가 재미있어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재미있어 하면서 만드니까, 같이 호응해 주시던 분들이 있더라는 겁니다.
'재미있는 걸 만들겠다!'라고 할 때는 죽어도 안나오던게 말이죠.
돈? 중요합니다. 지인~~짜 중요합니다.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만드는 게임은 없습니다.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분이 하신 말씀처럼 '돈 되는 기획서'라는 건 말그대로 '사람들이 돈을 내면서, 그 게임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할만큼 재미있는 기획서'여야 하는 것입니다. '돈될 것 같은 기획서'로 퍼블리셔들을 유혹해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걸 만들어 오라는 건 아니잖습니까?그리고 그런 기획서로 만든 게임이 정말 유저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요?
유저는 정직합니다. 유저에게, 어릴 때의 저같은 다른이에게, 제가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사는 날만을 기다릴 정도로 재미있었던 게임처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럴려고 앞으로도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고 제 궁극입니다.
제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은
'나중에 제 아이와 함께 제 아내가 깎아준 과일 먹으면서 마루에 앉아 낄낄대며 재미있게 하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게임은 어떤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