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서 스토리텔링은 계륵같은 존재라는 글과 리플들을 보고 쓰고 싶은 말입니다.
답변글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만...
게임의 최고 가치, 최대 미학, 추구 목표는 '재미'입니다.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이 '재미'만 붙잡을 수 있다면 그래픽이 후달려도, 사운드가 구려도, 예쁜 캐릭터가 없어도, 조작이 불편해도, 스토리가 없어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재미 있으니까요.
그럼 다른 것들은 다 필요없을까요?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보다 멋진 것, 보다 웅장한 것, 보다 화려한 것, 보다 즐거운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커지고 붐비고 있으며 '재미'를 주겠다는 상품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노력해서 만든 게임을 해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옛날처럼 "자, 재미있는게 나왔습니다. 이 안에 재미가 있습니다!"라고 외치기 해봐야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유저들은 이미 많은 경험을 해왔습니다.
재밌다고 했는데 재미없는 것, 재미는 있지만 뭔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정말 재밌는 것.
그러면서 학습 효과가 나타났고 이제는 재미있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 그것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우리의 뇌가 이미 학습을 해버렸기 때문에 안됩니다.
패턴을 인지했고 따라서 익숙해진 것은 재미있는 것에서 재미없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뭔가가 더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내세우거나 웅장한 사운드로 승부를 보거나 멋진 스토리로 자극합니다.
이제는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미리 보여주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외치지요. "자! 재미있어 보이죠?? 실제로 해보면 더 재밌습니다!!!"
그럼 재미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구현된 시스템이 있어야겠지요. 이제 아래 글에서 본 리플 내용들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 완전히 똑같은 시스템을 가진 게임 중에 스토리로 승부를 본 게임이 있는가?
네, FPS 시장에서의 둠3와 하프라이프의 비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시스템이 아니지요. 그럼 간단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실험 도구로 삼아 보겠습니다.
A 버전 = 스토리텔링을 빼버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퀘스트에 스토리 내용 없습니다.)
B 버전 = 지금 그대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두 개의 버전이 동시에 한달 19,800원에 서비스된다면...
어떤 차이가 나리라고 생각되십니까? 어떤 버전이 성공할까요?
그리고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시스템이 개판이든 스토리가 개판이든 만드는 입장에서는 가능한 환경 내에서 능력껏 최선을 다하는게 게임 개발자 아닌가요?? 아마추어 아니잖아요??
엔딩이 없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세계관도 중요하고 그 세계관이 유저에게 게임의 재미로 다가서기 위한 것이 스토리텔링이 아닐까요. 심즈 시리즈는 엔딩이 없죠. 인생도 정해진 엔딩은 없지만(데드엔딩 빼고) 스토리는 있습니다.
또, 게임이 지루해져서 게임을 접은 유저를 돌아오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 NPC의 눈물어린 호소인지 공대원이나 친한 친구/형들의 호소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습니다.
전 둘 다 선택 안하겠습니다. 둘 다 영향 없다고 판단하겠습니다.
그 게임 재미 없으면 안합니다. 재밌으면 아무것도 없어도 그 재미 하나로 다시 복귀합니다.
어떤 게임의 특징이 되는 것은 시스템이겠습니다.(사운드노벨 제외)
재미는 시스템에서 나오지만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 할 일이 아닐까요.
하다못해 스토리가 필요없는 퍼즐게임이나 FPS, 그리고 게임을 떠나서 포x노 시장에서도 스토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렇게 되겠지요.
과거의 시스템만으로 재미를 만든다는 것은 버려야 할 사고방식입니다.
게임 개발은 요리하는 것으로도 많이 비교되곤 합니다.
요리 대회에 나갔다고 봅시다. 당연히 '맛'이 1순위 평가점수입니다. 그렇지요?
그럼 맛이 좋은 것만이 우승할 수 있을까요? 노노...
미스터 초x왕이라든지의 요리만화를 접하신 분이라면 쉽게 떠오르실 겁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기술들이 중요합니다.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 거기에 심지어는 스토리까지도 요구받습니다.
오감을 자극하고 나서도 부족해서 궁극의 기술로 스토리텔링으로 마음까지 맛이 닿는 요리를 요구받는 것은 만화에서만의 일은 아닙니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습니다. 아니 혁명적 발전을 일구어 왔습니다.
경제학 도서 '대량 맞춤'의 저자인 조셉 파인의 강연 내용을 토대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강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상용품이 있었습니다.
이건 땅에서 캐내거나 기르거나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가져다가 팝니다. 이게 농업 경제의 기반입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일어납니다.
일상용품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가 됩니다.
이렇게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들이 처음 나왔을 때....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걸 만든 사람이 도대체 누구지??!!! 관심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게임 제작사의 개발진에게 신경을 많이 쓸까요?
아니요. 이벤트 상품을 뿌리고 있는 GM 아이디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겠지요.
어쨌든 대량 생산이 일어나면서부터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딱 3가지 뿐입니다.
첫째로, 가격
둘째로, 가격
셋째로, 가격
네, 이제 또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가격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바로 맞춤입니다. 개인에게 맞추어진 제품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는 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제공되는 것이고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도 그렇습니다.
각각의 장르나 게임의 특징들이 소비자의 요구에 최대한 맞추고자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객센터의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 이런 게임을 하고 싶다, 아,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재밌을 텐데....
네 그런 게임을 만들어서 제공하겠습니다! 이렇게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조차 일상용품이 됩니다. 인터넷도 처음에는 안그랬지만 이제는 일상용품일 뿐입니다. 서비스에 대해서 소비자는 딱 3가지만 고려합니다.
첫째로, 가격
둘째로, 가격
셋째로, 가격
자... 경제학에서도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뛰어넘는 그 무엇... 그것이 무엇입니까?
서비스 상품인가요? 노노...
경험 입니다. 개인에게 맞추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건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더욱 고급화된 것이죠. 이벤트처럼.
이벤트 회사, 파티 전문 회사 등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여러분이시라면....
똑같은 가격, 똑같은 음식, 똑같은 맛이 나는 정식 코스 요리를 제공받는다는 점은 같지만
여러분의 생일날, 이벤트를 벌여주는 레스토랑과 그냥 아무것도 없는 레스토랑 중 무얼 고르시게습니까?
명확합니다. 경험을 제공해주고 돈을 받는 것은 이미 서비스를 뛰어넘는, 게임의 재미를 뛰어넘는 경제적 가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 이제 돌아가서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게임은 재미만 있어도 되지만 재미라는 것은 감각의 자극이기 때문에 뇌가 익숙해져 버리게 되면 게임 오버입니다. 더 이상 재미가 없거나 시들해지게 되죠. 이건 강도가 세든 약하든 같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들-특히 기획자들-은 뇌 과학에도 심리학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입니다.
게임의 재미가 극대화되는 것은 다른 요소들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영향을 잘 미칠 수 있으면서 특히, '지속시킬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 세계관의 요소요소들을 유저에게 경험적 감각으로서 변환하여 제공해주는 것.
재미를 끊임없이 지속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커뮤니티'와 함께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필수 요소입니다. 이건 게임을 만드는 시점에서부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을 제공할 능력이 없든지, 더 재밌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뇌 감각의 발전 단계가 아직 원초적인 경우이겠습니다.(진화가 덜됬다거나 무식하다거나 비하하는 등의 표현이 절대 아니니 결코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뇌 자극의 무감각성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반대로 발전 단계가 높을수록 게임불감증이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아이콘이 전부 1,2,3,4 로 그려져 있으면 이해하실 건가요?
"아아.. 어차피 스킬 쓰는 건 효과만 나가면 되. 게임 재미하곤 관련없어." 아니지요?
뭣하러 아이콘마다 이름을 설정하고 아이콘 이미지를 그려넣겠습니까.
이처럼 발전해 가는 시장 상황과 유저의 수준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스토리텔링은 필수 요소라고 - 어떤 장르에서건 - 주장하겠습니다.
※물론, 요즘은 전기밥솥 씁니다만 가마솥이 편하다고 하는 할머님들도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