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같아 약간의 사족을 답니다^^;
아래의 글은 결코 '스토리는 계륵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아닙니다.
우가님의 오해에서 비롯된 베스트 댓글이 글 내용까지 와전시키는 것 같아 맘아프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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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일을 시작해 2년 차를 바라보는
아직 배울 것이 산더미인 기획자이자, 설정 기획자입니다.
논란이 된 스토리텔링 부분에 대해서 이미 많은 얘기가 나왔고, 공감가는 부분도 또 반론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조금은 다른 부분입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 다양한 컨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이란 것을 앞서에 중심적으로 논의된 '게임의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추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 디지털 컨텐츠 - 그것도 온라인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인 '양방향성'인데요.
일방적으로 컨텐츠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유통되는 구조가 아닌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관계라는 거지요.
전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지 않아 '리니지'를 오래 즐기진 않았습니다.
리니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게임인가요?
적어도 와우만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거나 세부 스토리가 있는 게임은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리니지는 스토리가 없거나 부실한 온라인게임인가요?
제 대답은 '아닙니다'입니다.
리니지 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생성됩니다.
기란성을 소유한 혈맹이 있습니다.
오늘 밤 10시에 공성전이 있습니다.
기란성을 점령하고 있는 혈맹원들은 한 피씨방에 모이기로 합니다.
4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수성에 성공하죠.
혈맹원들은 자축합니다.
(리니지를 깊게 즐기지 않아 정보들은 부정확합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기를 쓰고 남들이 보기엔 '그래픽과 프로그램 덩어리'에 불과한 것에 이렇게 매달려 있는 걸까요.
리니지의 환금성 때문일까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이것은 '그들의 스토리'입니다.
(남에게 정말로 재미 없는 스토리더라도 자신에게만은 중독성있고 재밌는 스토리일 수도 있겠죠.)
게임은 단지 '그들의 스토리'의 '무대'일 뿐이죠.
(번외적으로 얘기하자면, 라이트유저와 헤비유저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고 느끼는 유저와 조연으로 치부되는 감정을 느끼는 유저....)
뭐 구구절절하게 썼지만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겠지요.
"몰입성 강한 세계관 구축"
온라인게임이 스토리텔링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완성도 있는 스토리"가 아닌
"유저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예로 와우 얘기가 많이나와 저도 한마디 거들고 싶네요^^.
와우가 정말로 재밌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추억하시고 있으시겠지만,
오리시절 아무 대가 없이도 적진영의 수장을 죽이러 가고,
또 힐스브래드에서 동네 깡패에게 맞은 동생이 형한테 일러 패싸움이 나는 광경.
그 사이에서 이른바 '네임드'가 생겨나고 그들을 추앙하기도 하고...
전 이게 정말로 재밌는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합니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는 온라인 게임에서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는 유저를 그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다만, 이야기의 포커스가 완성도 있는 스토리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전후관계를 좀 더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네요..
물론 국내 게임들의 현실은 다만 장단문의 스토리를 열거하는 데서 멈추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가장 큰 문제겠지요...
마지막으로 설정, 또는 시나리오 기획자(이하 설정기획자)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설정기획자는 사실 '계륵'취급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저들이 스토리스토리 하니 아예 안하자니 껄끄럽고,
그렇다고 그거 붙잡고 있자니 결국 게임을 굴러게가 하는 것은 시스템적인 부분이니...
설정기획자는
유저를 재미 속으로 빠뜨리기 이전에,
개발자들이 재미있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발자가 빠져서 몰입해서 만든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의 완성도는...천차만별일테니까요(물론 게임의 성공여부와 무관하다는 것이 아이러니긴 하지만요^^..)
꿈같은 얘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현실은 다르죠...
개발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그 취향을 모두 맞출 순 없죠. 유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또, 잠깐 언급하신 어느 글 중에 '장인정신'이 부족하다고 하시지만
현실은 단지 '돈버는 수단'에 불과한 개발자들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게임계 쪽에선 사람을 뽑을 때 항상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 또는 '고집 세지 않은 사람'이라는 스펙이 따라붙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얘기하다보니 신세한탄으로 흘러가는군요ㅎㅎ..
이만 글을 접어야겠습니다.
모자란 장문의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결국은 아직 모자란 저를 맘 속으로 질타하면서 얘기를 끝맺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