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MMORPG를 하고 있습니다.
사냥을 하고 그것을 통해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얻는 평범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어떤 특수 아이템이 필요해졌습니다.
길드원들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템을 얻으려면 퀘스트 하나를 완료해야 된다네요.
당신은 NPC 앞에 가서 '대화하기'를 클릭합니다.
그는 "오, 광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여. 나는 이 마을을 지키는....." 어쩌고 저쩌고라고 말을 합니다.
당신은 스크롤을 쭉 내려 보상과 완료조건을 확인한 다음에 창을 닫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는 없습니다.
테라가 스토리를 말아먹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읽기 좋아하는 저도 테라를 하면서 스토리를 전혀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선 내용자체가 뻔한데다가, 글만 주르륵 써있으니 읽기가 싫어집니다.
아래 어떤 분 말씀처럼
"내가 돈 내고 삼류 판타지 소설을 읽어야 되냐?"
의 심정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니 테라가 말했던 퀘스트를 플레이하면서 자연히 스토리를 알게 해주는 것은
100% 망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영전의 경우에는 텍스트가 대화별로 끊겨있었고 대화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집중은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 * ----- * -----
저는 우선 게임 스토리가 필요 없다는 주장에 부정적입니다.
어떤 외국의 게임 제작자의 말처럼
"스토리가 필요 없다면, 사람들이 투표를 할때 그 정치인의 사생활 스캔들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했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포함해서 모든 유희에서 인간은 스토리를 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가 꼭 글로만 쓰여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텍스트를 싫어하는 우리 세대가 게임에서 누가 글을 주구장창 읽고 있겠습니까?
어느 유명 게임 제작자는 말했습니다.
철권을 할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받아드리게 된다고 말입니다.
바로 배경을 통해서 말입니다.
뒤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근육 덩어리들 또는 환호하는 관중들, 아니면 담배 연기가 자욱한 지하실.
이런 배경들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싸워야하는 스토리를 알게 됩니다.
(스토리가 필요 없다면 철권에서 배경을 검게 칠하고 캐릭터 2명만 나와서 싸우면 되겠지요. 철권의 게임성은 싸우는 건데.)
저는 메탈슬러그를 하면서 스토리 텍스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메탈슬러그의 스토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뭐, 그런거죠.
뭔가 말을 열심히 했는데 할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