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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파워를 부여하라. 검은고양이대마왕 01-31 조회 9,992 공감 2 15

* 블로그에 적은 글이라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관련된 토론이나 대화는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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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한 논문의 글귀 중에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그 글귀는 '왜 사람들은 게임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서 제시되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여러 갈래로 나뉘겠지만, 논문에서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신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회사의 동료가 플라톤의 철학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준 바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이데아라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개인별로 다르지만 자신을 가장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이상의 집합체이다.

현실은 실존하는 이데아의 복사물일 뿐이며, 현실이 이렇게 거지 같은 것은 복사의 과정에서 열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곁들여주었다.

그리고 열화된 현실에서 이데아를 모사하여 다시 한번 복사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게임, 즉 가상 현실이라는 얘기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성취하고, 승리하고 싶어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이데아에는 그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인데,

비참한 현실에서는 그것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자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며 승리할 수 있다.

보통 콘솔 게임에서는 이러한 승리가 매우 쉽다.(앞서 쓴 FoE와 FoP에 대한 글을 읽어보자.)

 

하지만 모두가 가상현실을 지배할 힘, 즉 수퍼파워를 꿈꾸며 들어온 다원적 가상현실은(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그리 녹록치 못하다.

물론 현실에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들이는 노력이 매우 적고,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수퍼파워를 행사하는 데에 제 3자의 간섭이 시작되면서 승리로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진다.

 

나는 많은 게임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들만의 수퍼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수행하지 못하는 강력한 신의 권능을 행사하기 위해 가상현실에 접속한다.

이들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수퍼파워를 행사하는 것에 있다.

FPS를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임무를 완수하고 적을 쓰러트리는 데에 목적이 있을 것이다.

MMORPG를 즐기는 유저라면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강력한 적을 쓰러트리거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데에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게임 안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다.

FPS는 기본적으로 남을 쓰러트려야만 나의 우위가 증명되며, MMORPG의 경우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MMORPG의 오토 기능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봄.)

 

이렇게 이상을 꿈꾸고 접속한 가상현실에서조차 힘을 행사하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급속도로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물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승리의 조건과는 매우 다른 조건들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게임에서는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쟁 중심의 게임(FoP기반. 자세한 내용은 Focus와 플레이어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읽어주시길)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더욱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장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지만, 무슨 상황이 생겨도 게임을 즐기는(내가 100번 죽더라도 1번만 죽이면 된다!) 사람 이외에도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개발자들의 나태의 산물이다.

혹은 그 방법을 전혀 엉뚱하게 제시하거나.

(물론 장르나 소재의 특성에 따라 타겟층이 정해지긴 한다. 다만 이 타겟층 안에서도 다양한 유저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우리가 인피니티 워드나 EA 스포츠 게임즈같이 타이틀 한 장의 파괴력이 매우 큰 소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이미 그들은 그들이 타겟으로 삼고 있는 유저들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대중성을 감안한 게임을 만든다면, 가급적 게임 안에서 유저들 개개인이 수퍼파워를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것은 게임이 어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이며, 게임성이 모호해 지는 것을 이유로 수많은 재치있는 시도를 뿌리치기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크다.

(카스의 좀비 모드를 보라. 개인적으로는 그 모드가 매우 재미없지만, 확실히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나는 하나의 게임 안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유저들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다고, 아니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순전히 개발자들의 몫이다.)

그저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로 이것저것을 섞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원하는 수퍼파워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oscarmik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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