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쓰기에 앞서 전 김형태씨의 팬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 저는 그림이나 미술의 'ㄹ'자 하나 모르는 인간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의 정준호 아트디렉터 인터뷰를 보고 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게임 일러스트 하면 떠오르는 사람하면, 뭐 요즘에 들어서는 참 다양한 의견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언급되는 사람들 중에서 빠지지 않을 두명이 있다면 바로
정준호씨와 김형태씨 아닐까요?
뭐, 이 두분 이야기만 나오면 참 많은 토론과 언쟁이 오고가곤 합니다만
(그림에 관해서든 게임에 관해서든),
그건 제쳐두고 두분이 게임업계에서 어떤 입지를 가지고 있었나를 지켜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00년대 초중반, 리니지 형제로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엔씨, 대성공한 게임 리니지2의 정준호씨와
창세기전으로 여러사람에게 각인되었지만, 마그나카르타 씨리즈의 부진, PC,비디오 게임계의
위축 등으로 입지가 좁아지던 시기의 김형태 아트 디렉터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두분의 현상황이 그때와 딱 정 반대라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정준호 일러스터의 그림, 리니지2 때(00년 중반)는 정말 자주 보였는데 말입니다,
김형태씨가 우연일지라도 길을 잘 선택하셨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소프트맥스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서(PC판 마그나카르타가 망작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게임들이 대중적으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도,
(대한민국 비디오게임으로서는 정말 대성공이었습니다만 역시
온라인게임들의 상업적 성공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많은 사람들이 소맥 게임은 김형태가 팔아주는 거다, 김형태라는 인재가 아깝다라는 비난을 해도,
꾿꾿히 담금질을 하다가 한번에 블레이드&소울의 아트디렉터로 넘어가다니 ㅎㄷㄷ
(소맥빠의 입장에서는 정말 피눈물나는 이야기입니다만)
매 순간순간 하는 한번의 선택이 참 많은 영향을 미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가서 많은 분들이 제목에서 의야해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준호씨는 일러스터, 김형태씨는 아트디렉터라는 호칭을 썼습니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준호씨의 그림 실력이 업계 최고 수준이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합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만 존재하는 어떤 연계성, 느낌, 세계관(철학...은 너무 거창하고;),
컨셉을 찾기가 힘듭니다(물론 정준호씨 본인이 자신의 스타일이 그렇다고 기사에서 언급하시지만서도).
그만큼 정준호씨의 그림 또는 게임비쥬얼을 오랬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아직까지는 아트디렉터라기 보다는 일러스터로 각인되어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반면, 김형태 아트디렉터는 그가 제작한 게임의 그래픽, 또는 그림을 보면,
"아 김형태구나."하는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그 컨셉과 느낌이 확실합니다.
정말 제가 대단하다고 느끼는건, 창세기전3의 엔딩 CG영상부터 마그나카르타 씨리즈,
그리고 블레이드 앤 소울에 이르기까지, 그 영상, 하다못해 스크린샷만 놓고 보아도 그 과정이
'김형태씨의 일러스트를 3D로 옮기는 과정이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일러스터가 하는 일은 필드의 대략적인 형태, 추상적인 분위기
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형태씨는 더 나아가, 세계의 질감, 형태, 구성 등등
정말 게임내의 비쥬얼을 만들어내는 것, 게임 내에서 자신의 일러스트가 만들어낸
세계를 구현하는 수준으로 나아간 것이죠
이전의 작품인 창세기전3, 마그나카르타1&2 그리고 블레이드 앤 소울까지 각기 다 다른 장르,
다른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김형태씨가 만들어내는 게임내의 비쥬얼, 그리고 캐릭터들은
그 일관된 김형태씨만의 "세계관"과 "느낌"이 있죠. 이런걸 할 수 있는 것이 아트디렉터가 아닐까요?
(그림과 3D툴의 이용, 프로그래밍, 그리고 평범한 게이머가 상상할 수 없는 온갖 것들이 필요할)
정말 많은 것들을 감독(Directing)해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이,
세계에 몇이나 될까요?
이런 차이가 일러스터와 아트디렉터를 나누는 기준 아닐까요?
그래서 김형태씨가 더 대단해보이기도 합니다.
그 느낌과 컨셉, 캐릭터가 마그나카르타와 같은 패키지게임에서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고 존재했다면,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온라인 게임에서
그 느낌이 어떻게 표현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보면서 즐기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이니까요.
이런 게임의 '보는'재미를 더해줄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이런 '아트디렉터'들이 더욱 전문화되어 게임에 참여한다면,
서예나 서양화처럼 게임도 '화풍'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ㅋ
더이상 컨셉 일러스트와 실제 게임의 괴리가
천국과 지옥의 4천만리를 넘어서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ㅋㅋ
정준호씨가 그대로 엔씨에 계셨었다면 블소 아트디렉터는 정준호씨가 되었을라나요,
저는 김형태씨의 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알고 나아가는 그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정준호씨 역시 뭔가 범인과는 격이 다른 포스가ㅎㄷㄷ
인터뷰를 보니 한명의 게이머로서 지금 준비하시는 작품이 정말 너무나도 기대가 됩니다.
쓰다보니 참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좋아하는 일러스터들의 그림이 게임 속에서
각자 다르게 표현되어 가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을 적은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드ㅠㅡㅠ
아무튼 정말 이제는 음악, 그림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을 보면
게임이 종합 예술매체가 되어간다는 느낌입니다.
P.S : 한명의 게임팬으로써 이런 인터뷰 너무 좋네요, 다른 매체에서도 자주 뵐 수 있는 CEO분들이나 대표분들 보다는 게임을 직접 맨손으로 담금질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더 알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음악의 게임음악의 남구민 씨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테일즈위버의 음악은 정말 언제들어도 전세계 게임 역사에 남을 명곡
P.S2 : 불멸온라인이나 고스트 파이터 일러스트 보면서, 게임 내용은 둘째치고 포장하고 컨셉화하는 건 중국도 많이 발전했구나(이것도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 매체를 만드는 데에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게임업계와 비등한 수준인걸!? 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정준호씨 일러스트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