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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유도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TienL 03-16 조회 10,988 8

디스이즈게임에서 최근에 자유도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던걸로 아는데 전 그걸 제목정도만 봤지 내용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즉 이건 그 논의의 연장선이 아닌 저 자신이 생각해오던걸 풀어보는 글입니다. 오해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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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도가 있다거나 없다거나 합니다. 하지만 결국 자유도가 뭘까요.
많은 선택지가 있는것도, 게임 내의 모든 인물을 죽일수 있는것도, 원하는 장소는 게임 진행 정도에 상관없이 어디든 갈수 있는것도 자유도로 불려집니다.

 

GTA나 저스트 커즈 같은 게임들은 전형적인 오픈월드형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발더스게이트나 포가튼 사가 같은 게임은 메인 스토리를 추종하는 구조를 가지지만 수많은 사이드퀘스트들이 이야기를 다방향적으로 만듭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루나틱 돈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스토리를 두지 않고 게임 세계 내에서 마음껏 탐험을 하고 다양한 사이드퀘스트가 있습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이브 온라인이나 헤이븐 앤 허스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에 흔적을 남길수 있는' 유저주도적인 게임 세계를 지향합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폴아웃과 같은 게임은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해 '폭력, 대화, 기술'이라는 3가지의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히트맨이나 메탈기어솔리드 같은 게임은 스테이지성이지만 스테이지를 어떻게 클리어할지는 유저의 몫입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울티마 온라인은 전투, 채집, 제작 등 여러 많은 컨텐츠를 지원합니다. 이게 자유도입니까? 마인크래프트의 샌드박스형 게임 스타일은 자유도입니까? 사람에 따라 이 모든게 자유도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만일 체르노빌로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getoutofherestalker서쪽으로 쭉 가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그 대답을 듣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자유도가 있다'라는 말은 이것과 비슷합니다. 대략의 방향성은 정해지지만 그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말지요. 이 사람이 말하는 자유도와 내가 말하는 자유도가 똑같은 자유도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유도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포괄적입니다. 과거에는 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자유도가 있다 라는 말은 오픈월드형 게임 스타일을 가진 서양 RPG를 말할때, 특히 JRPG들과의 비교를 할때 주로 사용했죠. 어느정도는 방향성이 뚜렷한 편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말이 막히거나 대충의 설명은 되어도 자세한 설명이나 토론, 평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렸어요.

 

더욱 고약한 점은, 예전에도 제 블로그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만, 게임계에서는 '자유도가 높다'라는 말은 곧 '더욱 고급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재밌어해야 진정한 게이머(대체 뭐가 진정한건진 모르겠지만)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 점이 게임평가나 토론에 있어서 더욱 안좋게 작용하고 맙니다. 자유도라는 말은 이로서 특정 게임을 비방할때나 혹은 옹호할때도 쓰이기까지 하게 됩니다. 심하게 말하면, 프로파간다적이라고까지 말할수도 있겠죠(격하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전 아직도 '악당이 될수 있다'가 높은 빈도로 자유도의 기준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즉 자유도란 단어가 어떤 효용성을 가지냐의 문제입니다. 과거에 게임의 범위가 좁고 덜 논의되어 왔을때는 어느정도의 유용성을 지녔을지 모르나, 이제와서 자유도라는 말은 그 득보다 실이 더 큰 것이 아닐까요? 서쪽으로 쭉 가라는 말은 최소한의 지침은 될테니 최소한의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소는 유용하겠지만 최소한의 지침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지침입니다. 체르노빌에 무사히 도착할수도 있겠지만,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달할수도, 아프리카로 도달할수도, 사람에 따라선 핀란드로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진지한 토의나 평가에 있어 자유도라는 말은 이제 슬슬 퇴역시켜도 좋을 때가 온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자유도라는 말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는 분명 더욱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대로 간단히 해체해본다면,

1. 무스토리성(루나틱돈, EVE온라인, HnH 등. 따라가야 할 길이 원래 존재하지 않음)
2. 샌드박스형(마인크래프트, EVE온라인, HnH 등. '게임 세계에 플레이어가 흔적을 남긴다'라는 유저주도성이 큰 재미요소)
3. 다컨텐츠성(울티마 온라인 등. 게임 내에서 한가지만이 아닌 여러가지 활동을 즐길수 있음)
4. 다선택성(폴아웃 등.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함)
5. 풍부한 상호작용성(GTA 등. 게임 세계의 모든 오브젝트에 영향을 주고 받을수 있음)
6. 사이드퀘스트(발더스게이트, 포가튼 사가 등. 수많은 사이드퀘스트가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림)

 

이정도가 생각나는군요.

 

저것들이 자유도냐 아니냐라고 말한다면 수많은 토론이 기다리겠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유도라는 개념을 떨치고 '이 게임은 이런 요소가 있다'라고 말한다면 자유도라는 말이 가지지 못했던 구체성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요? 몇몇개는 좀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그런것들이 바로 좀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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