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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 과연 옳은가? 검은고양이대마왕 03-23 조회 10,153 14

요새 여가부의 셧다운제 계류 및 기금 조성 건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최근 돌아다니고 있는 낙선운동 블로그에 링크된 법사위 의안 시스템에 등록된 셧다운제 관련 회의록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과, 어째서 맞는 말이지만 여가부의 행동이 꼴통짓인지 나름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셧다운제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셧다운제 자체로는 나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최영희 의원을 비롯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21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청소년 관련 업무가 여가부에 이관된 바, 청소년 유해매체의 하나인 게임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여성부의 책무이다.

 

2) 해당 셧다운제는 선택적 셧다운제이다.

 

3) 선택적 셧다운제란, 만일 보호자 혹은 법정 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청소년의 게임 사용 기록을 제공해야 하며, 동일하게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청소년의 계정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해야 한다.

 

내용 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이는 라그나로크 붐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비정상적으로 하락하게 된 2004년의 태국이 도입한 완전한 셧다운제(밤 10시에 일괄적으로 본인인증 창에 본인 인증을 해야 함.)보다는 다소 완화된 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눈에 봐서는 이 법안이 왜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제도 자체는 말이 되거든요.

 

 

2. 하지만 이 법안에는 실효성이 없다.

현행법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법정 대리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게 되어 있습니다.

 

게임 포털 사이트의 14세 미만 계정 가입 시 매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출발합니다.

 

법안 발의자들이 간과한 것 중 하나는, '과연 청소년 계정에 대한 제재만으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상식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게이머 여러분께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딩들이, 어떤 방법을 써서 서든어택같은 성인용 게임을 하는지 알고 계실 겁니다.

 

예, 대부분 부모의 계정으로 합니다.

 

청소년의 게임 사이트 가입 절차가 생각외로 복잡하고, 또 자식들이 조르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계정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대응일 것입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현재 기성 세대의 몰이해도 한 몫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계정을 통제한다는 이 법안은 사실상 타깃인 청소년들에 대한 통제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 계정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성인이 플레이하고 있는 모든 계정들에까지 본인인증 절차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경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쉽게 대응이 가능하므로 사실상의 통제력이 상실되며, 불필요하게 성인들에게까지 불편함을 끼치게 됩니다.

(레이드 도는데 갑자기 본인 인증창이 뜬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담이지만, 데이터 산출을 위해 수집하는 게임유저의 성비에 매우 많은 노이즈가 낍니다. 할머니나 어머니계정으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많기 때문인데요, 저도 12세 이용가 게임의 랭크 플레이어가 40대 여성이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3. 이 법안이 실효성을 얻게 된다면, 이것은 여가부의 관할이 아니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많은 논란을 가지고 오게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안은 오로지 청소년에 대한 보호만을 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제력이 약하고 중독되기 쉬운이라는 말로 청소년층에 대한 보호를 명분화 하기에는 많은 논리적 헛점이 있습니다.

 

만약 게임에 중독성이 있다면 그것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독이라는 문제는 모든 인간에게 발현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여가부가 아니라 문화 관광부나 보건복지부(이게 정말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에서 모든 연령층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문화 관광부에서는 게임법을 통하여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규제하고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추후 첨부하겠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여성부의 청소년 통제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이중규제임에 틀림이 없으며, 이것은 태동기를 근근히 버텨내고 있는 산업에 큰 짐을 지우게 되는 것입니다.

 

저 또한 게임 중독이나(이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과몰입같은 요소를, 정부의 어디서인가는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게이머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곳이어야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가족부는 절대 아닙니다.

 

 

4. 결국 여성가족부의 노림수는 기금 조성?

저는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셧다운제를 발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셧다운제 완화를 빌미로 기금 조성을 강제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어리석은 행위일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발의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게임업계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게임을 하는 사람이면 덜떨어진 어른, 양아치 학생쯤으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게임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정신의 선순환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이득이 다른 여가에 비해 비 가시적이거나 비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해왔고, 이것은 학업 지상주의에 물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어머니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자기 자식이 게임을 한다는 건, 그 만큼 남들보다 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게임 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이야기 하기 전에, 어떠면 여성부를 비롯한 이 사회는 게임을 인정할 생각조차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돈독 오른 여가부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세줄 요약

 

1. 셧다운제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2. 근데 여가부가 나서서 설레발 칠 일은 아니다.

 

3. 그냥 꼬우면 꼽다고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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