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퀼리페르입니다. 오늘은 2차 창작물과 게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2차 창작물이란?
팬픽션, 팬아트, 연재만화, 등과 같은 오리지널 컨텐츠를 기초로 해 재창작을 한 컨텐츠입니다. 90년대에는 아이돌, 애니메이션, 패키지 게임 등을 대상으로 전개되었고, 온라인게임도 발전을 하면서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질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2. 2차 창작물의 활용 현황은?
2차 창작물을 만드는 유저들을 모으기 위한 게시판을 운영하고, 양질의 2차창작물을 얻기 위해 상품을 걸고 공모를 개최하기도 하죠. 2차 창작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내 게임 개발팀의 예시로는 데브캣을 들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스크린샷, 팬아트 뿐만 아니라 연재만화와 소설 게시판을 운영했고, 이 전통은 지금 마비노기 영웅전에도 반영되어있습니다.
(다만 마영전은 아직 소설 게시판은 없으며, 소설게시판이 없는 이유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3. 2차 창작물의 대상은?
당연히 오리지널 컨텐츠를 즐겨본 사람들에 한합니다. 마영전을 모르는 사람이 마영전 연재만화에서 재미를 얻지 못하고 테라를 모르는 사람이 테라 연재만화에서 재미를 얻지 못하듯이 말이죠.
즉, 게임사 입장에서 봤을 때 2차 창작물은 '외부의 신규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부 유저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 웹툰 등이 활성화되는 지금, 2차 창작물을 거기서 연재해서 유저를 모집한다면 신규유저 유치가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성공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듯 하네요)
4. 2차 창작물의 효과는?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지만 2차 창작물은 나름대로 게임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효과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1) 커뮤니티 활성화
팬아트, 연재만화 등이 활성화되면 2차 창작물 작가와 그의 팬 간의 소통이 시작되니, 아무래도 유저 간 대화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온라인게임의 고유 컨텐츠 중 하나니까, 2차 창작물이 게임에 '약간의' 기여를 한다는 것은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란 점에서 게임 운영진이 보다 2차 창작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 생각합니다.
(2) 컨텐츠의 재소비, 재생산
컨텐츠를 재소비하게 만들고, 나아가 추가 패치를 위해 개발진이라는 인력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컨텐츠가 재생산합니다. 따라서 2차 창작물의 가치는 굉장히 높습니다. 여러분들이 컨텐츠가 재생산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의문을 가지실까봐 좀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연재만화의 경우, 연재작가가 어떤 던전의 기행담에 대해 소개를 합니다. 이 과정에 있었던 어려움, 실수, 사람들과의 대화, 등을 보고 사람들은 '그 던전의 보스는 패턴이 참 더럽죠', '나도 저런 실수를 한 적 있는데', '저도 던전 돈답시고 들어갔는데 포션을 안 챙겼었죠' 그러한 감상을 남기죠. 이 과정에서 2차 창작물의 독자들은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다시 기억하고 회상이란 형태로 재소비를 하고, '재미'라는 결과를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미를 얻다보니 게임에 대한 애착도 늘어나죠.
한편 스토리물의 경우는(형식이 소설이든 연재만화든), 게임의 세계관과 컨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사람들은 '게임을 이런 식으로 다시 쓸 수 있구나' 그렇게 감탄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곤 합니다. 이 경우는 게임에는 없던 것이 새로 만들어지니까 '재생산'이란 말을 할 수 있겠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2차창작물은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전적으로 창조하며 2차 창작물이 많이 늘어난다 해서 게임 운영진과 개발진의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끽해봤자 그 게시판을 담당하는 GM 하나 둬야 한다는 정도) 주어진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셈이죠.
물론 컨텐츠를 재생산한다는 말을 붙일만큼 대작은 잘 나오지 않긴 하지만요. 스토리물은 연재만화로 그리기에는 분량이 너무 비대하고, 소설로 구현하면 인터넷 세대들이 활자를 대체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연재만화만큼의 조회수를 얻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죠. -_-;; 그래도 가능성을 열어두다보면 언젠가는 들어오게 되어있더군요.
5. 2차 창작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효과에서 보셨듯이 게임 내 컨텐츠를 다시 재소비하도록 만들고, 미처 구현하지 못한 컨텐츠를 아주 약간의 비용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창작물의 가치는 높습니다. 따라서 게임사는 2차 창작물을 내부고객을 대상으로 한 PR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2차 창작물 작가는 게임에 대한 애정만으로 창작활동을 하다보니 변수가 많아요. 연재를 그만둘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질 낮은 창작물을 올릴 수도 있겠죠. 이것을 관리하기 위해 적절한 인센티브와 선정기준을 갖춰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