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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라이터의 현황 아퀼리페르 06-01 조회 19,335 공감 1 32

우선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우스워보일 수도 있으나, 시나리오 라이터 진로를 탐구하는 취업 준비생의 입장으로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쓰려 합니다. 양해 구합니다.

 

 

시나리오 라이터의 현황: 흐리고 비

 

현황을 일기예보로 비유하자면 '흐리고 비', 라는 말이 적절할 거 같습니다. 현재 게임 시장 환경을 봐서는 결코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유리해보이지 않으니까요.

 

 

(1) 활자에 익숙하지 않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유저가 주고객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입장 상 가장 속 편한 전달법은 당연 '글'입니다. 그러나 글이란 매체는 게임을 주로 하는 젊은 층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매체가 못 됩니다. 30대 이상의 유저는 글이란 매체에 익숙하냐 안 익숙하냐를 떠나 '뭔가 복잡해보이면 안 한다'는 경향이 좀 보입니다.

 

정보를 용이하게 전달하기 위해 발명된 글이 정작 사람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지는 이 역설적인 현황이 우습긴 합니다만, 소비자가 그러는데 답이 없잖아요.

 

 

결과적으로 활자가 아닌 다른 매체로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그 시나리오가 재밌다고 소비자에게 설득시켜야 하는데, 이 말은 곧 시나리오 라이터가 자기 전공인 글 뿐만 아니라 '영상 연출' 및 각종 다양한 지식을 배워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니면 자신을 도와줄만한 동료를 더 모집하든가 말이죠.

 

결과적으로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가장 쉬운 매체를 쓸 수 없다보니,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기 위한 훈련기간이 꽤나 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 유저 성향 시나리오 라이터가 갖춰야 할 역량이 더 많이 늘었고 부담이 증가했다

 

 

 

(2) 구조 상 시나리오가 필요없는 게임이 뜨고 있다

 

막말로 앵그리버드에 무슨 전문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하겠습니까. '뚜껑 열려 보이는 새가 구조물을 초토화시키는 이야기'는 컨셉이지 시나리오라 하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들이 각광을 받다보니, 시나리오 라이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로 보이더군요.

 

 

-> 시장 트렌드 자체가 시나리오 라이터의 입지를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3)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신입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는 잘 없다

 

물론 가벼운 게임 말고 웅장하고 거대한 게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면, 시나리오 라이터로서의 실력을 뽐낼 수가 있을 겁니다. 근데 시나리오 라이터의 실력을 뽐낼만큼 컷씬, 몬스터, NPC, 게임 시스템을 지원해줄 수 있는 회사는 잘 없습니다. 나름 이제 메이져가 되었다는 데브캣이, 나름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 마영전에서도 '추가 컷인은 없다, 있는 걸로 시나리오를 써라!' 그렇게 말하는 게 현실인걸요.

 

사실 상 작가가 생각하는 스토리를 제대로 구현할 기술력과 자본이 있는 국내 제작팀은 NC말고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아요. (블루홀은 대표님이 네이버가 M&A를 해버릴만큼의 검색엔진 사이트를 운영했던 사장님이었기 때문에 자본이 있는 경우고요. 예외적이라 봐도 무방해요)

 

근데 그 한정된 자리를 노리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경쟁자가 비단 신입 시나리오 라이터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게이머들을 자극할만한 1세대 판타지 소설가들이 핵심 개발자로 참여하거나, 아니면 출판경력이 있는 소설가들이 아웃소싱이란 형태로 종사하거나-

 

즉 신입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너무나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설령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역설하는 게임이 있더라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되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시나리오 라이터의 길을 걷는다면 (1) 상당한 훈련이 요구되지만 (2) 받아줄 문은 좁아져가고, (3) 있는 문마저 진입하기는 어렵다, 이 세 장애물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겠죠.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로 시나리오 하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도 정작 시나리오 라이터란 자리에 있어서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오히려 시나리오를 연출된 컷씬으로 파악하는 유저가 많은 이상,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하이라이트 장면의 앞뒤 내용만 글로 쓰는' 방법이 자기 마음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기 유리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영상 연출법부터 배울까 하는데, 또 무엇을 배우면 좋을지는 업계 관련자분들이 추천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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