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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왜 엔딩이 없어야 하는가? 아퀼리페르 06-27 조회 16,951 공감 1 85

서론

 

시나리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온라인게임은 패키지 게임과 달리 엔딩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고 게임의 엔딩=컨텐츠 종말로 보시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상당수의 게임들은 엔딩을 안 만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소위 떡밥을 던지기만 하고 회수를 안 한다든지, 스토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산으로 보낸다든지 등등의 행동을 하더군요.

 

 

근데 정말로 온라인게임의 시나리오에 엔딩이 없어야 할까요? 약간의 혼란 때문에 빚어진 오해이지 않을까요? 오늘은 그 엔딩이 없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대해 차차 뜯어보고 토론하고자 합니다.

 

 

본론

1. 엔딩이 없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온라인 게임의 시나리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토리는 온라인게임의 여러 컨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요.

 

 

즉 '게임의 스토리 ⊂ 게임 컨텐츠'라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여기서 게임 스토리가 온라인게임의 일부일 뿐이라면, 엔딩이 난다 할지라도 게임의 여러 컨텐츠 중 하나가 종료가 될 뿐 아닐까요. 다시 말해 엔딩이 난다 해서 게임이 끝이 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실제로 스토리가 부수이고 격투가 주컨텐츠인 아케이드 게임은 스토리모드를 종료한다 해도 계속 게임을 하지 않습니까. (KOF 97에서 사람들이 오로치라는 끝판대장 깨고 난 다음에 안 하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스토리 엔딩=게임 끝이란 공식은 패키지 RPG, 멀티플레이 컨텐츠가 빈약한 FPS, TPS에만 국한된 특이한 상황 아닌가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즉, 온라인게임은 사실 장르와 세계관이 '스토리 엔딩=게임 끝인 게임'과 유사하다 뿐이지, 스토리의 입지와 컨텐츠의 수는 전혀 다르고, 때문에 그러한 게임들의 특성이 온라인 게임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봅니다.

 

 

2. 엔딩 없는 스토리는 단팥없는 찐빵 

 

스토리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순서로 진행이 되고, 게임의 엔딩은 절정과 결말을 제공해 유저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죠. (물론 읽는 사람에게만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런데 게임에서 절정을 이완시키는 결말을 어영부영 쓴다면 과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요?

 

 

물론 차기 컨텐츠를 도입해야 하는만큼 너무 맺음이 분명해버리면 (세계가 종말했다라든지 정도의) 곤란하긴 합니다. 하지만 엔딩을 냈다 해서 다음 이야기를 못 쓰는 건 아니잖아요. 새로운 NPC, 새로운 갈등관계, 새로운 세력, 새로운 대륙- 이야기의 무대와 사건, 인물만 바꾼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스토리를 쓸 수 있는 법입니다.

 

 

새로운 스토리를 못 쓰도록 제약하는 건 소재가 아닙니다. 바로 '호응'이겠죠. 쥬라기 공원,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트랜스포머 등 이러한 영화들은 호응이 높았기 때문에 계속 속편이 나와줬습니다. 하지만 호응이 없는 작품은 한 작품으로 끝이 나고 더이상 스토리를 내지 못합니다.

 

 

오히려 스토리 컨텐츠의 수명을 늘리고 싶다면 엔딩을 확실히 내서, 유저들이 몇번이고 회자할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싶네요. 솔직히 삼국지가 송나라 시절 때 쓰여져서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가 스토리에 엔딩이 없고 왠지 계속 될 거 같으니 계속 봐야겠다 해서 현대에 와서도 읽는 것이 아니잖아요. 관객은 완결나지 않은 작품에 의무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3. 엔딩을 안 만들면 지속적인 컨텐츠 제공이 용이하단 말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

 

온라인 게임에 엔딩을 만들면 사람들이 그 엔딩을 보고 그만둘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김칫국 마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 스토리는 떡밥만 뿌리고 치운다' 하면 유저들이 스토리에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다음 패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게죠.

 

무엇보다... '엔딩을 만들지 않고 지속적인 컨텐츠 제공 가능성을 보이겠다'는 개발자, 실제로 그 개발자는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유저들이 스토리 컨텐츠에만 매달릴까요?

 

스토리 컨텐츠는 제작속도보다 소모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제작기간보다 소모기간이 훨씬 짧습니다. '애시당초 스토리컨텐츠는 지속적인 제공이 불가능한 컨텐츠'라는게죠.

 

하지만 '그 스토리 컨텐츠로 얻은 감동과 여운은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흐지부지하게 엔딩없이 질질 끄느니, 분명하게 맺어서 유저들에게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동과 여운을 생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결론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가 당장 게임의 컨텐츠와 직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스토리가 끝난다고 해서 서버를 내릴 이유도 없고, 스토리가 끝난다 해서 유저들이 할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호응'이지 '떡밥'이 아닙니다. 떡밥만 늘어놓고 끝을 맺지 않는 흐지부지한 스토리의 다음 이야기를 요구하는 독자는 없습니다. 차라리 완전히 끝이 났기에 너무나도 아쉬운 이야기에다 속편을 보여달라는 독자가 더 많죠.

 

마지막으로, 애시당초 지속적인 제공이 불가능한 컨텐츠입니다. 엔딩이 있든 없든간에, 소모하는 속도와 생산하는 속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차라리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감동과 여운, 추억을 제공할만한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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