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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그러나 쉽다가 어려워진다면? 전봇대 07-07 조회 30,678 공감 1 13

개인적으로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게임을 얼마 전 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바로 제목에 있는 유명한 대사를 남긴 '마비노기' 인데요

 

한국의 MMORPG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자 현재도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그러나 많은 유저들의 말대로 아직도 수많은 버그, 불안정한 서버, 불편한 인터페이스, 심각한 밸런스 등등 여러 크고작은 문제점들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당시 사냥과 PVP 위주의 세계관과 컨텐츠만이 거의 전부였던 국내 MMORPG시장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대박을 터뜨린, 거의 최초의 게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픈 베타때부터 시작해서 x컴으로 뚝뚝 끊기는 프레임과 던전 보물상자를 열면 순간적인 렉 때문에 고블린한테 무방비로 얻어죽기 일쑤였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마비노기를 언급할 때 떠오르는 유명한 명언(?) 이라면 웨폰 브레이커 퍼거스의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와 개발자의 멘트인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습니다" 일 것입니다.

 

 

아 캡쳐해보니 좀 다르네요; 어쨋든 이렇게 데브캣이 '어려움'과 '불편함'을 동일시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마비노기의 인터페이스는 불편하기로 악명이 높은데요

 

 

 

우선 생산 스킬을 보자면 생산 탭에 재료를 필요한 만큼 일일이 올리고 시작을 눌러서 결과(성공/실패)를 기다리는, 일종의 수작업을 해야 합니다. 수련을 위해서는 이 수작업을 수도 없이 해야하니 조금 하다보면 금세 노동으로 느껴지죠.. 이 생산 인터페이스는 베타테스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나아진 점은 아래에 추가된 '자동 생산' 옵션이군요. 동일한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올려서 성공(혹은 실패)하여 여러 결과물을 한꺼번에 만드는데 성공하더라도 해당 수련치는 1밖에 올라가지 않는 마비노기의 생산스킬 수련 구조상 수련치를 올리기 위해 일일이 하나 만들 재료를 올려 생산을 누르고, 생산이 끝나면 이걸 계속 반복하면서 하나씩 가공해야 하는 노동이 필요하지만, 자동 생산 옵션은 여려 재료를 올려놓고 시작하면 알아서 재료를 하나씩 가공해주면서 노동을 한결 줄여주었습니다.

 

그래도 아예 인터페이스 자체를 뜯어.. 아니 개편할 수는 없는 걸까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지정해놓으면 재료들이 알아서 인벤에서 생산탭으로 옮겨가서 가공되는 방식이라면 훨씬 편할텐데.. 그렇게 되면 게임이 너무 편해져서 재미가 없어진다고 판단했거나 마비노기의 개성적(?)인 인터페이스가 상실된다거나 게임 엔진 한계 상 개편은 거의 꿈도 꾸지 못한다거나 같은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겹치고 있는 걸까요..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본격적으로 본론을 꺼내자면

 

마비노기는 위처럼 너무 비효율적이고 불편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효율적이고 편리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매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륙 이동)

 

그 중 하나가 바로 '대륙 이동' 기능입니다.

 

울라 대륙 어느 곳에 있든간에 정해진 이리아 대륙에 '바로 텔레포트'되는 시스템입니다.

 

인간은 이리아에 닿으면 가장 먼저 보이는 켈라 베이스 캠프, 엘프와 자이언트는 각 종족의 대표 마을로 이동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리아에서 울라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종족에 상관없이 '던바튼'으로 오게 됩니다. (캐릭터 생성 이후 던바튼을 한 번도 들른 적이 없으면 다른 마을로 이동되지만, 사실 게임하면서 던바튼을 안 들를 수는 없는 게임이니;)

 

이렇게 대륙을 이용하는 데 드는 패널티는 일단 이동을 하고 다시 이동하려면 0시 혹은 12시가 되어야 다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던바튼에 있다가 에린 시각(게임 시각)으로 11시 50분에 이리아로 이동해서 10분만에 다시 던바튼으로 돌아오는 비기(?)를 부릴 수도 있죠. 

 

물론 데브캣 측에서는 이리아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넣은 기능이겠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이 대륙이동 기능을 바꾸거나 아예 없애자는 여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버젓이 배를 타고 대륙을 이동할 수 있는 항구 도시가 있는데도 이 기능이 너무 쉽고 편하다 보니 애써 만들어놓은 멋진 항구 도시들이 유령도시화되는 결과를 낳았으니까요..

 

(던바튼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카브 항구)

 

하지만 이렇게 편한 기능을 지금보다 불편하게 수정하거나 없앤다면 당장 생겨날 항의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리아에서 울라로 이동할 때는 항상 던바튼으로만 오게 되니 던바튼 외 다른 도시의 유령마을화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데브캣 측에서 던바튼으로 오게 설정한 이유는 설정상 '상업의 중심도시'여서 일 수도 있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던바튼에 상주해 있기에 유저들의 편의성을 위해 설정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던바튼은 울라 대륙 중심에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편의시설이 성 안에 밀집해 있기에 여러모로 장점이 많아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모이고 있고 여러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도시에는 자타공인 에린 최고의 재단사 NPC 시몬이 있습니다.

 

 

(천옷러들의 존재의의를 책임지는 재단신 시몬느님)

 

무기나 갑옷류는 100% 수리를 할 수 있는 NPC가 없어서 (가장 높은 수리율을 자랑하는 아이데른도 98%) 언젠가는 버려지지만, 천옷류는 수리율 100%를 책임지는 시몬이 있기에 인첸트 실패로 내구도가 깨지거나 유행이 지나지 않는 이상은 버려질 일이 없습니다. (인첸트는 무기, 갑옷도 마찬가지)

 

결국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블랙스미스 스킬에 비해 천옷을 만드는 천옷만들기 스킬은 별 효용성 없는 스킬로 전략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100% 안전성을 보장하는 천옷 수리는 시몬이 있는 던바튼에만 가야 하니 던바튼 외 다른 마을들이 버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문제도 유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시몬의 수리율을 낮추자는 주장은 대부분 반대하고 있습니다. 데브캣도 이 문제를 감지했는지 G1때 시몬의 수리율을 98%로 낮춘 적이 있지만 유저들의 엄청난 항의가 겹치면서 다시 100%로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결국 지금와서 또 98%로 내려놓는 건 제 2의 장래희망 발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겠죠;;

 

한국 외 다른 나라 서버 시몬의 수리율은 98%~99%라고 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만 못할 게 뭐 있나 하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들도 여러 모로 공감이 갔습니다, (갑옷에 비해 턱없이 방어효율이 부족한 멋으로 입는 천옷은 실패하면 안 된다 등등..) 시몬의 100% 수리율은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 그러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천옷을 포기한 채 갑옷을 입게 될 테고, 전투노기로 흘러간 현 마비노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할 테니까요; 일본서버 유저들이 한국의 시몬 100% 수리율을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사례를 몇 건 꺼내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던바튼 밀집 현상이나 기타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줄입니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아서 유저들이 잘 쓰고 있는 기능들을 게임의 밸런스와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없애거나 효율성을 낮춰야 하는, 한 마디로 줬다 뺏어야 하는 상황은 제작진 입장에선는 정말 난감할 것입니다.

 

전투 밸런스를 맞출 때 '하나가 너무 강해서 하향 여론이 나오면 다른 쪽도 모두 상향해서 최대한 불만을 줄이자'는 방법처럼, 모든 마을의 천옷수리 NPC를 던바튼의 시몬과 같은 100%로 상향 조정하면 나름 마을의 인구 불균형 해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인구 불균형 문제의 원인이 수리율만 있는 건 아닌데다가 이러면 마을의 개성이 줄어들고 천옷만들기 스킬은 더욱 효용성을 잃게 되겠죠;

 

 

데브캣이 마비노기를 개발하고 운영한 노하우로 기획중인 '마비노기2'도 순조롭게 개발되서 올해 초에 공개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현재까지 별 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런 문제에 크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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