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F 팬입니다.
따라서 이브 온라인을 했었습니다.(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명제는 진리입니다(?);
모든 게임 폐인의 종착지라는 이브온라인에서 몇개월간 행복했었지만
결국 이브 온라인을 멀리하게 되었고
현재는 와우마저 끊은 상태로 온라인 게임을 전혀 안하게 되버렸습니다.
저는 왜 안 이브하게 되버렸을까요?
1. 영어 : 영어는 플레이 하는데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퀘스트창에 목적지와 목표물, 배달품들은 전부 노란색 하이퍼링크로 우클릭만 하면 얼마든지 알고 오토파일럿 해버릴수 있고 단어수준도 중학교 영단어뿐 거의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생활권에 있지 않으면 은근히 스트레스 받게 되요. 뻔히 아는 영단어들 나오고 쓰이는 영어단어도 거기서 거기고 맘만 먹으면 쉽게 다 알아들을수 있는데 아무래도
모국어인 한국어보다는 스트레스 받습니다.
2. 폰트 : 그래픽은 환상입니다. 우주에서 표시할 텍스쳐가 별로 없는 관계로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주며 아무 공간에서나 플레이 스크린샷을 찍어도 그대로 바탕화면이 되죠.
그런데 이 게임 특성상 그래픽으로 하는게 아니라 수두룩 빽빽한 각종 아이콘과 텍스트로 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도 폰트가 옵션으로 그나마 조절해도 너무 작고 가독율이 너무 떨어지는 등X같은 폰트에요 ; 오래 하다보면 눈이 뻑뻑하게 아파옵니다.
게임 특성상 느긋하게 몇시간씩 즐기는 게임임에도 폰트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3. 무차별 PVP : 이것은 전혀 약점이 아닙니다.
처음으로 크루저 한대 장만하고 퀘스트 하다가 실수로 0.4시큐(0.5시큐 이하는 PK당해도 경찰인 콩코드가 늦거나 안옵니다;)로 점프갔다가 죽치고 앉아있던 러시아 3인조에게 탈탈 털렸습니다.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가 나중에 안되는 영어로 물어봤죠. "Why kill me?"
"Just fun :)" 이 대답듣고 납득하고 즐거워했습니다. 크루저야 어짜피 껌값이고 알품도 안당하고 스릴느끼고 교훈얻고 나름 이브온라인의 재미를 새삼 느꼈어요.
다만 액션성이 매우 뒤떨어지는 편이라 ( 적의 기체를 보고 공격하는게 아니라 오른쪽에 빨간 아이콘이랑 텍스트만 보고 공격,이동하는게 대다수) 그 점은 좀 한국인으로서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익숙해지면 이 방식이 더 스릴넘치지만 가끔씩 속도감넘치는 액션 SF 슈팅이 그립죠.
4. 어이없는 점검시간
전세계 서버가 딱 하나일뿐더러 우리나라에선 퇴근해서 씻고 밥먹고 이제 막 컴퓨터 할때쯤인 저녁에 1시간 가량 매일 점검목적으로 서버다운을 합니다. 중요 패치시엔 몇시간이나 몇일씩 늘어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냥 5분에서 15분씩 닫았다가 다시 열어주죠.
그런데 이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위에 말했다시피 한번 사냥이나 퀘스트를 하러 가면 최소 단위가 30분에서 고철수집까지 하면 2~3시간까지 올라가는데 중간에 한번 섭다를 할때 몹나오는 지역이나 PK가능한 지역에서 로그아웃해놓으면 섭다 풀리고 다시 로그인할때 먼저 리젠되어있는 몹이나 해적에게 난타당해요;
그래서 안전지역에 주차시켜놔야 합니다.
이 어이없는 점검시간(한국 한정)이 플레이 맥을 탁 끊어버리죠
5. 뭘 해야 하나요? :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점 또는 한국 게임과 외국 게임의 차이점일 수 도 있겠지만 한국인에게는 생소하고 막막하고 불친절할 정도로 너무 방대하고 자유도가 지독하게 높은 게임이다보니까.... 동기부여가 좀 힘듭니다.
이브 온라인이 나쁜 게임이라기 보다는 와우나 리니지처럼 유아틱해도 단순 명료하게 선과 악(니편과 내편)을 나누고 에픽 드라마 한편 찍는게 아니라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고 수많은 팩션과 수많은 입장 사이에서
플레이어 스스로가 플레이 목표(R&D를 만땅 찍어서 설계도를 팔아먹겠다던가, 위험지역 해적을 털겠다던가 아니면 탐사스킬찍어서 보물사냥을 하던가, 전자전+대전자전을 초반에 쭉 올려서 PK집단에 입사해서 몰이꾼을 하던가, 초반부터 고물 프리깃 몰고 싸구려 광석 캐던가) 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즐겨야 하는데 생판 초보(특히 한국인)는 이런 목표가 있는지도 모르고 정보를 입수하는것도 불편하죠(공식 홈은 영문).
그래서 한국 팬페이지에선 비공식 초보용 가이드가 존재하고 저또한 그 수많은 한국인 유저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들어간 비공식 가이드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만(칼다리로 시작해서 미슬이랑 쉴방찍고 일단 무한방어 만든다음 최대한 빨리 순양전함인 드레이크 타고 3~4렙돌면서 빠르게 돈이랑 팩션 명성 모으고 ...)
하지만 이런건 정말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는 외국인에 비하면 불편할 뿐이죠. 기질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모험보단 효율성과 지름길을 중시하는 한국인 VS My Way인 외국인
결론적으로 방대한 자유도에서 게임 목표 설정은 한국인 기질탓이 클뿐 이브 온라인의 탓은 아닙니다.
6. 과금 체계 : 이브 온라인의 과금체계는 최고입니다.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PC방에서의 연계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브 온라인 깔려있는 PC방은 전국에서 0.5%도 없겠죠. 다들 재부팅할때 고스트로 밀어버리는 시스템을 쓰고 있을테니 남이 깔아놓은 이브 온라인도 없고
문제는 이브 클라이언트가 4G가 넘어가는데다가 공식 홈피에서 정식으로 다운 받으려면 토요일 오후 7시 기준으로 무려 7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
그나마 이브 코리아 팬페이지에서 칼라님이 올려주신 외부링크로 다운받으면 30분안에 다운받을수 있는데 압축풀고 인스톨하는데 적잖이 1시간 이상 걸립니다. 게다가 파일 두개가 전부 2G가 넘어가기 때문에 기존 피씨방에 깔려있는 익스플로러 7 이하에서는 다운조차 안되기 때문에 크롬이나 파폭을 먼저 설치하는 지롤을 떨어야죠.
이것저것 다 하면 피씨방에 앉아서 게임 준비하는데만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옆에서 보면 돈내고 게임하러 와서 뭔 지롤이야? 로 볼수도 있겠죠.
이것 저것 다 싫으면 단골 피씨방이라면 주인과 협상해서 고스트로 밀지 말라고 하던가(이러면 다른 사람이 친절하게 지워주죠; 아니면 초딩들때문에 바이러스 천국되던가)
아예 8G짜리 USB 사서 클라이언트 넣고 다니시던가.
그런데 전 USB에 넣고 다니면서까지 PC방에서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냥 국산 게임처럼 PC방에서 로그인하면 게임모음화면에 떡 있어주길 바랬어요.
안그래도 결제가 해외결제라서 처음 하는 사람은 무척 어렵고 특정 카드를 가입해서 결제해야 하며 결제 종료도 복잡한데다가 PC방비도 공짜가 아니니까 비유가 좀 그렇지만
마치 2중과세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브 온라인이 나쁘다는것은 전혀 아닙니다. 이건 한국 특유의 문화인 PC방 문제겠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브 온라인은 내 생애 최고의 게임이었습니다만
막상 제 게임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것은
보다 접근성이 좋았고 과금체계가 PC방 형식에 적합했던 WOW나 아이온등 국산이나 (과금체계)현지화가 잘된 작품들이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이브온라인이 일본 진출한것을 부러워하지만 한국적 특성에 비춰볼때 이브 온라인은 한국에 수입될 확률이 높진 않아 보이며
과금체계와 접근성등의 게임 외적인 부분까지 종합해서 본다면
좋은 게임과 잘 팔리는 게임은 다르다는 점과(사랑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귀찮은 vs 적당히 좋아하고 쉽게 접하는)
샌드박스형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는 점,
결제가 어려울수록 게임의 가치는 반감된다는 점 입니다.
다만 제가 이 게임을 영혼으로 사랑하고
이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이브 우주를 누비는 국내 유저들을 존경한다는점은 분명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