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할 때는 늘 염두하는 게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 개발, 유통, 홍보, 그리고 소비자 선정이죠.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체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이상 유통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어차피 국내에 선택할 수 있는 퍼블리셔 자체가 적으니까요) 게임사 역시 게임 개발, 홍보, 소비자 선정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개발 이야기는 엄청 많이 나왔으니 이번에는 쉬고, 홍보와 소비자 선정 중 소비자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1. 소비자 선정법
타겟을 선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게임사가 해왔던 방식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더군요.
(1) 성별로 구분해 선정
(근데 솔직히 여성을 주타겟으로 잡은 게임보다 남성을 주타겟으로 잡은 게임이 더 흥하는 편)
(2) 연령대를 구분해 선정
(크게 19세를 기준으로 나누며, 최근에는 30대 이상도 주요 소비자층으로 부상 중)
(3) 소비자의 취향을 구분해 선정
(미소녀, 밀리터리, 판타지, 무협, SF, 레이싱 등등)
기타 등등.....
여하튼 그 잣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이분법으로 판단하면 다음과 같이 간략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얇고 넓게 거둘 것인가, 좁고 깊게 거둘 것인가' 입니다.
얕고 넓게 거둔다는 말은 수익=결제 유저수*1인당 결제액에서 유저수를 늘린다는 뜻입니다.
반면 좁고 깊게 거둔다는 말은 1인당 결제액을 늘린다는 뜻이고요.
예를 들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이다, 하면 사무 보면서 짬짬이 게임을 보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하는 셈이니 넓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됩니다.
반면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하겠다', 하면 대한민국에서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셈이니 좁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됩니다.
물론 엄밀히 따져서는 헤비 유저 10%가 전체 매출 80%를 이끌어가는 상황이니 모든 게임이 좁고 깊게 거둔다고 해야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인 게고.... 일단 여러 유저들을 포섭하고 결제자 수가 많이 늘어나길 바라는 것과, 특정 유저만 골라 잡아서 결제액수가 늘어나길 바라는 것은 '다른 의도'라고 보기에 이렇게 구분해봤습니다.
2. 각 소비자 선정방식의 요령
얕고 넓게 거두려면, 일단 넓은 소비자를 확보해야 하겠죠. 넓은 소비자층을 잡으려면 게임에 관심없어 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기왕이면 연령층 중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쪽을, 취향 면에서는 축구/야구/당구를 비롯한 공통 관심사를 잡는 게 좋겠죠.
좁고 깊게 거두려면, 특정 유저층이 광분할만한 소재를 잡으면 됩니다. 밀리터리 매니아에게 재현율이 뛰어난 게임을, 미소녀 매니아에게는 미소녀들의 CG로 무장한 게임을 내세우면 됩니다. 덤으로 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관련상품, Goods까지 발매하면 수익원이 더 생기겠죠?
뭐 현재까지의 게임사들은 이런 식으로 공략했다라는 말입니다.
3. 각 소비자 선정방식의 애로 사항
얕고 넓게 거둔다는 것은 나름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전통적인 제조업 산업으로 빗대자면 '박리다매'랄까요.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서비스 만족도도 높고, 결제자 수는 많으니 싼 가격으로 서비스 제공을 해도 수익이 보장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 소비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 자체가 난관이란 게죠. 홍보를 어떻게 하냐도 문제고, 게임 운영을 잘해서 소비자가 이탈하지 못하게끔 해야 하지만 그 많은 유저들의 다양한 취향을 어찌 감당한답네까. 게임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이지는 않다보니 홍보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요. 덤으로 경쟁자들도 있는 상황에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선두주자가 버티고 있으면, 신규주자는 시장에 들어서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고요. 솔직히 축구 쪽은 누구나 돈 되는 게임이란 걸 알면서도 손을 못 댑니다. 라이센스 문제도 어마어마하지만, 그걸 다 감수해봤자 피파 온라인이란 선두주자가 버티고 서 있으니 수지타산이 안 맞는게죠. (실제로 후발주자는 캐쥬얼 축구라는 틈새시장으로 빠져나갔고)
좁고 깊게 거두는 방식은 특정 유저들의 구체적인 취향을 맞추다보니, 아무래도 경쟁자가 미처 생각못한 시장을 공략하기 좋다는 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TCG 게임들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그 특정 유저들의 수가 너무 적거나 구매력이 부족하면 집중 공략해봤자 말짱 황이란 게죠. 한편으로는 게임 특성 자체가 좁고 깊게 거두는 것보다 얕고 넓게 거두는 쪽이라면, 특정 유저들을 집중 공략하는 의미가 없고요.
(해브 온라인처럼 FPS 장르 특성상 밸런스 파괴를 시도할 수 없다면, 강화와 같이 헤비 유저의 돈을 빨아들일 수익원 창출이 어렵습니다. 아바타의 경우는 기간제로 운영한다 할지라도 기대수익을 초과하는 이변이 일어날 수 없고, 총기는 거의 영구제를 선호하는지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힘듭니다. 솔직히 특정 유저를 집중 공략하기에는 MMORPG/MORPG가 가장 만만한 듯 해요)
4. 결론. 게임 시스템에 맞춰 적절한 소비자를 선정해야.....
수많은 게임들이 얕고 넓게 거두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좁고 깊게 거두려 하지만 소비자 선정을 잘못해서 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국은 소비자 선정을 할 때는 게임 장르, 시스템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타겟이 되는 소비자의 머릿수와 지갑 두께 (....)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내용들은 TIG 게이머 발언대 분들이 채워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어떤 게임이 소비자층을 이렇게 정했는데 피를 봤다, 어떤 게임은 소비자층이 굉장히 좁은데도 잘 운영되고 있다라는 사례라든지, 특정 장르는 소비자 선정을 이렇게 해야겠다든지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본글은 지금까지의 온라인게임들을 살펴본 게이머가 소비자선정방식을 추론해 쓴 것입니다. 실제 현장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