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정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저도 디아3 은근히 기대했지만 안 하는 이유가 될 거고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몇몇 분들이 후속작에 우리도 이거 넣을까? 하면 잘리던 찍히던 거품 물고 반대할 겁니다.
일단 회사에서 이거 하자!고 할때 반대할 이유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운영의 문제입니다.
NC나 중견급 이상의 개발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공식적으로 현거래 마당을 열어줄 경우 솔직히 통제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기획자는 회사 역량에 통제할 수 있는 수치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ORPG든 MMORPG든요.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을 앞세운 돈놀이 세력이 생성될 때, 잡음 없이 제한할 수 있을까요?
인력과 시간을 갈아넣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인력과 시간은 게임 관리하기에도 모자란 경우가 많고요. 이 둘을 동시에 관리하면 비용과 인력이 얼마나 들어갈 지 모르겠어요.
어떤 분은 공감하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S대 모 학과 무슨 대학 유학 이런 대단한 분의 초빙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학벌이 꼭 센스와 정비례하진 않거든요. (게임쪽 일로 들어오기 전부터 느끼던 겁니다.)
2. 두 번째로..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필요한 소수냐, 게임에 접속하는 전부냐.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기타등등.. 거기엔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습니다. 와우 같은 경우 제재 계정에서 생성된 골드가 유통될 때 추적해서 골드를 회수하고 계정을 정지 먹이기도 했죠. 엔씨 역시 비슷하게 제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걸 자유로이 오픈한다면? 그 게임이 정말 기가 막히게 재밌고 잘 완성되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게임에 접속하는 모두에게 재산이라는 잣대가 생깁니다.. 디아블로3는 MMORPG는 아니지만 게임에 경제가 생기지 않을 리는 없고 재미를 위한 다음 단계에 다른 요인이 아니라 현금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음지에 있든 양지에 있든 무슨 차이냐? 사실 아이템 현거래는 이미 많이 양지로 나왔지요. 하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전적으로 게임회사가 담당해야 할 몫이 됩니다.
어떤 기획자 하나가 밸런스를 못 잡아서 유저들이 현금으로 거래 가능한 물건에 칼질을 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 - 여기까진 괜찮은데 - 이 재산 손실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게임회사에서 현거래 영역을 열었을 때와 현거래는 제3에서 유저들끼리의 이해에 따라 결정되고 있을 때의 차이는 분명한 겁니다.
이유는 더 있겠지만.. 다 쓰려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이고. 저는 이 두 가지만으로도 게임의 재미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훼손될 것 같습니다. 운영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뭐랄까, 정말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때, 음지에 시장이 생성되느니 끌어안고 블리자드 센스를 발휘하여! 책임을 지고! 운영을 멋드러지게 하고! 소송 샤워도 다 받아내겠다!!!
는 취지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국 게임을 만들어 재미를 공급하는 회사에서 어떤 본질을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블리자드는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있으셨겠죠.
오래 해 먹은 경험과 능력을 살려서 재미와 경제와 현거래 양지까지 모두 적절한 수준에서 컨트롤해버리는 괴수 행동을 해 낼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이미... 게임을 즐기려는 자들 외에 게임 안에서 자금을 유통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모여들고 있죠.
그리고 그 자체는 게임의 재미를 찾는 입장에서 정말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테라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토 아닌가요...
뭐랄까,... 겉으로 볼 때 실패할 것 같진 않습니다. 블리자드잖아요?
하지만 그럼으로써 시장에는 분명히 잡음들이 생겨나겠죠.
그래서 찬성하기 어려운 일이고요.
개인적인 바램으론 블리자드에서 제발 취소했으면 합니다.
마음가짐에 따라서 어떤 게임이고 현질 없이 즐겁게 잘 할 수 있지만,
와우는 그런 마음가짐도 필요 없이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