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MORPG의 전투 입장 방식과 시나리오 아퀼리페르 08-17 조회 17,286 공감 2 20

간만에 게임 기획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

 

 

서론

던파를 기점으로 국내에 여러 MORPG가 등장했습니다. 2D 뿐만 아니라 3D인 마비노기 영웅전, C9, 드래곤 네스트도 등장하면서 MORPG도 MMORPG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고퀄리티의 그래픽, 규모가 큰 시나리오를 볼 수 있게 되었죠.

 

 

점점 더 발전하는 MORPG에 대해 이야기할 것은 산더미 같지만 오늘은 시나리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 MORPG와 시나리오의 궁합

 

초기 MORPG는 편이성과 액션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게임 규모가 커지면서 시나리오의 비중을 키워가기 시작하더군요. 좋은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MORPG와 시나리오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니까요.

 

 

(1) 이야기가 진행되는 필드가 애초부터 폐쇄되어있으르모 꼭 필요한 인물들만 등장시키기 용이함

 

(2) MMORPG는 퀘스트를 진행 안 해도 전투가 가능하지만 MORPG는 전투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전투가 불가능. 따라서 시나리오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음

 

(3) 액션성을 지향하는 MORPG는 박진감 넘치는 보스 몬스터들을 많이 제작하므로, 시나리오의 긴박감과 위기를 부각시키기 좋다는 특성도 있음

 

그래서 그럴까요? 시나리오가  NPC를 위한 택배 서비스에 머무르는 게임도 있지만, 최근 들어 나온 러스티 하트, 마비노기 영웅전 등은 시나리오를 메인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MORPG의 궁합이 좋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MORPG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맥을 빼는 문제도 있습니다.

 

 

2. MORPG 시나리오의 딜레마

 

MORPG의 장르 특성 상, 전투를 클리어하면 무조건 마을로 돌아와야 합니다. 파티를 재생성하고 정비를 하고, 퀘스트 보고를 하기 위해서죠.

 

MMORPG 때부터 있었던 퀘스트 종료=마을귀환이라는 이 관습은 시나리오의 맥을 끊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호적이었던 영주가 반란을 일으켰다. 당장 원정을 떠나라.

 

-> 보스 몬스터를 잡고 성문을 연 유저는, 설정 상 거리가 제법 떨어진 마을로 되돌아옵니다.

 

 

성문을 뚫었으니 영주를 잡아야 한다. 성 어딘가 숨어있는지 모르니 그의 수하를 잡고 문초하라

 

-> 수하를 잡았습니다. 근데 또 원정을 갔다는 녀석이 주둔하지 않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옵니다.

 

 

헛수고를 했다. 그의 옛 부하가 마을에 살고 있으니 그에게 물어보라.

 

-> 그래서 원정을 갔다는 녀석이 성문까지 뚫어놓은 주제에 전선에서 이탈해서 마을을 어슬렁거립니다.

 

 

옛 부하가 영주에게 갈 비밀 열쇠를 줬다. 이제 그를 잡을 때다

 

-> 그래서 그 마을에서 다시 전장인 성까지 다시 갑니다.

 

 

 

 

........

 

 

.................................

 

 

 

뭐 이런 식입니다. 현장에 계속 주둔해서 긴박감을 유지해야 할 시나리오가 퀘스트 종료=마을귀환이라는 해묵은 관습 때문에 전장 -> 마을 -> 전장 -> 마을 셔틀을 합니다. 시나리오의 긴장감이 떨어질 여지가 주어진다는 것이죠.

 

 

3. 딜레마에 대한 변, 그리고 반론

 

물론 이런 딜레마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죠.

 

(1) 유저는 시나리오 컨텐츠를 즐기다 다른 컨텐츠를 즐길 자유가 필요하다.

 

(2) 시나리오 컨텐츠를 계속 즐긴다 하더라도 재정비를 할 여유는 주어져야 한다.

(파티원 모집, 장비 수리)

 

 

네 맞는 말입니다. PvP를 하러 가든 친구나 길드원 도우미를 하든 로그아웃을 하든 어떤 이유로든 진행 중인 시나리오를 쉬게 됩니다.

 

하지만 유저가 시나리오를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고 해서 '시나리오 상에서도 전장과 마을을 왔다갔다 하도록' 써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플레이어가 화장실을 가든, 유즈맵을 하든, 배틀넷을 하든 짐 레이너의 레지스탕스 운동은 계속된다-

 

 

 

예를 들어봅시다. 스타 크래프트 2의 경우 캠페인을 진행하다 다른 이유로 얼마든지 캠페인을 일시중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일시중단한다는 거지, 시나리오의 주인공 짐레이너가 시나리오를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죠. '맷, 나 배틀넷하러 가야 하니 잠시 나가겠어.' 따위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MORPG도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1) 유저와 시나리오 주인공은 다른 존재. 시나리오에서까지 유저의 사정이 반영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즉 재정비와 시나리오 일시중단이라는 사정 때문에 마을로 돌아오는 것을 시나리오에 넣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 될 수 있다.

 

(2) MMORPG의 경우 접속종료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당연 공간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MORPG는 접속종료를 했다 해서 다른 전투를 못 도는 제약이 없잖은가? 굳이 시나리오 시나리오 상 주인공의 위치와 실제 플레이어의 위치를 일치시켜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물론 '마을에 안 돌아오면 어쩔 거냐? 모든 MORPG는 지도를 클릭해 전투에 참여하는 방식이지 않은가. 유저와 게임 캐릭터의 위치를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고 말할 수 있죠.

 

 

그렇다면 간단합니다. 전투 참여방식을 바꾸면 됩니다.

 

 

4. 시나리오를 중단시키지 않는 전투 참여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전투 참여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을과 연결되어있는 전장 지도를 클릭해 전투에 참여한다. 이때 시나리오에서는 마을에서 전장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것으로 설정된다.

 

(2)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전장 지도를 클릭해 전투에 참여하는 방식이지만 특이하게 '출항'이라는 형태로 이동한다는 시나리오 설정을 쓰고 있다. 배로 이동하기 때문에 모든 전장들은 월드맵 곳곳에 흐르는 강으로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강에 있는 마을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식생이 설정으로 들어가는 오류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유저의 이동과 시나리오 주인공 이동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한 전장을 중심으로 한 긴박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전투 생성 방식: 유저가 시나리오 주인공의 영웅담이 기록된 책을 펼쳐보는 것으로 구현한다.

 

시나리오 주인공의 위치: 이 경우 시나리오 주인공의 위치는 그 시나리오의 전장에만 국한된다.

 

유저의 위치: 현재 진행 중인 영웅담을 덮고 과거의 영웅담을 읽을 수 있다. (이미 클리어한 시나리오의 전투들 생성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저의 동선은 시나리오 주인공과 달리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재정비하는 방식: 전투가 끝나고 즉각 가능하도록 한다. 시나리오 상 보급 장교가 항상 따라다녀서 무기를 수리해준다든지 소모품을 판다든지 하면 설정 상 하자는 없다.

(편이성을 지향하는 유저들은 굳이 마을 돌아와서 수리점 찾고 잡화점 찾고 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므로, 이들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겁니다.)

 

퀘스트는 받는 방식: 자동수령으로 바꾼다.

(수많은 MMORPG들이 유저 편이성을 도모하기 위해 이미 도입한 시스템이므로 MORPG에 넣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하면 유저들이 불필요하게 NPC에게 퀘스트 보고를 하려고 발품을 뛰지 않아도 될겁니다)

 

 

이렇게 하면 재정비와 퀘스트와 같이 굳이 마을에 와서 처리하지 않아도 될 행동들을 즉각 처리할 수 있게 되므로 편의성은 올라갑니다. 한편 시나리오인 영웅담은 그 책을 펼쳐야만 열람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유저는 언제든 영웅담을 덮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유저의 자유도 보장됩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영웅담 형태로 시나리오 주인공의 동선을 전장에만 국한시켜버리면, 굳이 퀘스트 동선과 마을 위치를 고려해 월드맵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설정에만 충실하게 월드맵을 그릴 수 있으므로 월드맵으로 인한 설정 구멍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맺으며....

 

MORPG는 폐쇄된 무대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 전장에 걸맞는 집중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고, 그만큼 긴장감 있는 진행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밀실 살인이라든지, 혹은 원군을 바랄 수 없는 포위된 상황이라든지 말이죠. 

 

이런 건 개방된 MMORPG처럼 시나리오 주인공과 유저 위치를 일치화할 수밖에 없는 게임에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한 마디로 유저와 시나리오 주인공의 위치를 분리시킬 수 있는 MORPG라면, 기존에는 절대 게임에 넣을 수 없었던 극적인 시나리오를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저의 위치를 제한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주인공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을 수 없다며 게임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그것을 극복하고 패키지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구현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COOL: 2 BAD: 0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아퀼 | Lv. 27
포인트: 30,331
T-Coin: 1,130
댓글 0
에러
시간
[비밀글]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쓰기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