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보신분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일전에 EBS에서 '칭찬의 역효과'라는 주제로 교육심리학에
관련 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게임에서도 적용 가능 할 것으로
보이는 실험을 봤는데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아이들에게 당근주스를 마시게 하는 실험
실험은 당근주스를 마실 때 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는 그룹과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그냥 당근주스를 마시는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 됐는데 첫날 당근주스를 마신 양은 칭찬스티커를
받는 그룹이 아무런 보상이 없는 그룹의 아이들에 비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스티커를 받는 그룹의 아이들이 마신 양은 줄어들고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그룹의 아이들
이 당근주스를 마시는 양은 늘었습니다. 일주일 후 주스를 마실 때 스티커를 받는 그룹의 아이들에게도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자 아이들이 마시는 주스의 양이 반토막이 났습니다. 반대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던 그룹은 처음엔 싫어했던 당근주스를 좋아하게되었습니다.
2.책을 한권 다 읽을 때 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는 실험
아이들에게 책을 한권씩 읽을 때 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겠다고 하고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책을 천천히 읽다가 한권을 다 읽고 칭찬스티커를 받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책장을
넘기는 손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고 스티커를 받아가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마치 경쟁
이라도 하듯이 책장을 넘기는 손이 빨라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기의 수준과는 맞지 않는 아동용
동화책을 가져다가 후다닥 읽고 칭찬스티커를 받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주변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천천히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평소에도
집에서 책을 읽는다고 칭찬스티커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 동안의 인식으로는 뭔가 보상이 주어지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내키지 않는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것 같지만 위 실험의 내용대로라면 그 반대가 됩니다. 사실 인간은 무엇이든지 즐기면서
할 수 있지만 그 행위에 대한 값진 보상이 주어지기 시작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면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그 행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국산 MMORPG의 경우 특히 그렇지만 유저들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누가 더 좋은 장비를 갖추냐? 누가 더 고랩이냐? 승률이나 킬뎃이 얼마나 되느냐? 등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단기적으로 봤을때 분명 보상을 제시하거나 경쟁을 하는 것이 동접률이나 플레이시간을 늘리고 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상위랭크에 도달한 유저를 제외한 중,하위권 유저들을 지치게 만들어 접게 만드는 결과를 만듭니다. 유저들이 과정과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못 느끼게 되면서 게임은 점점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방식의 컨텐츠나 특별히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컨텐츠는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위 실험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신뢰해서 그대로 게임에 적용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이런 경향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사실 온라인 게임이라는게 현실사회의 모방품이라 게임이 바뀌기이전에 사회의 가치관과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반쯤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