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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KNDM 09-21 조회 12,482 공감 2 15

간만에 글 씁니다.

 

이하 존칭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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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의 재미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리차드 바틀박사의 분류에 의하면, 게이머의 성향은 아무리 적어도 4가지로는 나눌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 어떤 게임에도 적어도 4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생기는 괴리는 한쪽의 재미가 다른 한쪽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 서로 다른 성격이기에 발생하는 필연적 충돌
나는 20대에 들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총과 칼을 사용하는 게임에 할애해 왔고, 적을 모두 사살하지 않으면 게임이 끝나지 않거나, 혹은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모든 팀원이 용맹하게 돌진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많이 겪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을 완벽히 섬멸해야 하는 이른바 '데스매치'류의 게임들이었는데, 여기에서는 가끔 나를 열받게 하는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아군이라면 상황은 최악이라고 봐도 좋다. 그들은 맵의 구석진 곳에 짱박혀서 원샷 원킬을 노리기를 선호한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합세해 방어선을 뚫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후방에서 안전한 킬을 시도한다.(흔히 말하는 캠핑. 해보면 재밌다.)

 

성향상 앞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용맹한(실력이 출중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플레이어들은 그들 때문에 큰 손해를 입음과 동시에 패배라는 벌을 받게 된다.

 

만약 그들이 적군이라면 상황은 최악보다는 조금 낫다. 적어도 '적'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비겁한 녀석'이라고 매도할 권리가 생긴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라면 그런 이들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충분히 생각하고도 남음이다.

 

 

3. 하지만 그들에게 벌을 줄 수는 없다.
만약 어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엄격한 룰을 강요한다면 그 게임은 별로 인기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길티기어'(물론 이 게임은 특정 유저층에 인기가 있다.)라는 게임을 보자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지 않는 유저는 '네거티브 페널티'라는 벌을 받는다. 이것은 그 유저의 필살기 게이지를 오히려 깎아버리는 시스템이다.

 

초보 게임 유저라면 이 시스템에 대해서 매우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도 급급한데, 오히려 게이지를 깎아버리니 말이다!

 

예시를 든 것은 워낙 하드코어한 게임이라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안전을 도모하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벌을 주는 것은 그 세계를 아주 삭막한 황야로 만드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적어도 시스템 상에서 노골적으로 그들을 핍박할 수는 없다.

 

 

4.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는가?
나는 이 주제에 대해서 몇 가지 대안이 있다고 믿고 있고, 몇몇 게임들은 그 대안을 보여준다. 아래는 그 예시이다.

 

(1)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랜덤 리스폰을 하게 되어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숙련자가 아닐 경우 한 자리에서 캠핑을 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더 생존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페널티를 주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런 플레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반대로 초보자는 토끼몰이를 당할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

 

 

(2) 유저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을 때,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 내부의 정보에 많이 노출되어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하나의 일치된 뜻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뜻을 알리고, 다른 이에게 종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이런 사항을 잘 숙지하지 못한 경우 숙련자와 새로운 플레이어 사이의 간극이 커지거나,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3) 시스템을 제공한다.
몇몇 게임은 투표에 의한 강제퇴장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어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릴 권리'가 생김을 의미한다.

 

다만 악용을 막기 위해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눈에 띄게 해를 끼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4) 잘 알려준다.
이 부분은 개발사의 몫이다. 종종 튜토리얼 까지가 개발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개발자는 항상 플레이어를 배려해야 한다.

 

내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무슨 총에 맞아서 죽었는지, 이 모드의 목표는 뭔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물론 친절이 지나치면 플레이어들이 '나를 바보로 아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움말을 토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에 본 가장 좋은 예는 '레드 데드 리뎀션'이었다.(항상 화면 왼쪽 위에 도움말이 표시된다.)

 

 

(5) 몇 가지 눈속임을 한다.
몇몇 게임들은 맹목적으로 K/D rate에 집착하는 유저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기여도'라던가 모든 점수를 종합한 점수를 보여주곤 한다.

 

물론 이것은 약간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천성이 초식동물이거나 하이에나인 유저들에게는 이런 눈속임은 별로 효과가 없다. 어찌되었던 간에 그들은 그들의 본능이 시키는대로 할 것이다.

 

 

(6) 어드밴티지를 제공한다.
말 잘듣는 아이와 용맹한 병사는 각각 사탕과 훈장을 받는다.

 

숙제 안 한 아이와 동료를 내팽개치는 병사를 기다리는 것은 회초리와 군법회의 뿐이다.

 

다만 회초리나 군법회의는 너무 아프고 강력하니 그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말 잘 듣는 아이와 용맹한 병사에게 사탕과 훈장을 1+1로 제공한다.

 

 

5. 다시 처음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로 돌아가서.
누군가가 내 마음에 안 드는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열불낼 필요는 없다.

 

그들은 시스템 하에서 적법한 행위를 할 뿐이고, 나와 가치관이 다른 것 뿐이다.

 

그걸 제대로 분배하고 길 안내를 해야 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지 선량한 유저의 몫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심지어는 개발자조차도) 간섭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합의된 그들만의 룰이나 시스템이 너무나도 배타적이고 강력하다면, 많은 라이트 유저들은 그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조금만 가볍게,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유도를 한다면 서로가 열통터져 뒷목을 부여잡는 경우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물론 나도 캠핑하는 것들 짜증난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그것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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