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울온보다도 파판11에서의 경험이 주된 이유입니다.
파판11은 그 폐쇄적인 플랫폼 특성상 한국 유저들은 가뭄에 콩나듯 했고, 그나마도 소위 말하는 효율주의 온라인게임 대세 한국인들은 그다지 즐기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매우 덜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효율적인 플레이를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국내에서는 '남한테 요구받으니까' 어떤 빌드나 조합을 선호하는 반면, FF11에서 본 일본인들의 모습은 '다른 파티원들을 위해' 준비하는 경향이 강하더군요. 지레 겁먹는다고나 할까...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님 그것도 기본적으로 준비 안했냐'소리는 단 한번도 오간적이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일본인의 특성일 수 있겠지요.
FF11은 다른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필드가 수많은 에이리어로 나뉘어져 있고, 3개의 플레이어 소속국이 있는데 그 에이리어에서 '어느나라 캐릭터가 가장 적정렙의 몬스터를 많이 죽였나'를 통해 에이리어의 소유권이 1주일간 결정됩니다.
그리고 만약 특정국가의 몬스터 토벌수보다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죽인 횟수'가 더 많다면 그 에이리어는 무소속이 되죠.
에이리어를 지배중인 국가에서만 그 에이리어의 특산품을 구입 가능한데, 주요 소비템 재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에이리어 확보, 최소한 무소속 방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만약 특정국가의 몬스터 토벌수보다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죽인 횟수'가 더 많다면 그 에이리어는 무소속이 되죠.
에이리어를 지배중인 국가에서만 그 에이리어의 특산품을 구입 가능한데, 주요 소비템 재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에이리어 확보, 최소한 무소속 방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확장팩이 발매된 직후의 어느날, 북미판이 발매되고 일본인들과 단일 서버에서 북미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게 되면서 세계는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었습니다.
효율적인 전투법을 채 마스터하지도 못한채 리스크가 큰 몬스터에게 돌격해서 죽고 재도전하는 그 모습은 용감무쌍했지만, 영문판 발매후 약 2~3달이 지나자 세계각지의 주요 레벨링 에이리어가 모조리 무소속으로 변해서 전세게에 회복약이나 음식들(주로 시간단위 미세 버프를 유지해주는)이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죠.
기존의 일본 플레이어들의 불평도 많았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제멋대로 하는 발컨때문에 피해를 받았다'는 케이스겠죠. 접속시간대나 의사소통의 어려움까지 더해서 일본인은 일본인끼리, 미국인은 미국인끼리 플레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기존의 일본 플레이어들의 불평도 많았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제멋대로 하는 발컨때문에 피해를 받았다'는 케이스겠죠. 접속시간대나 의사소통의 어려움까지 더해서 일본인은 일본인끼리, 미국인은 미국인끼리 플레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 현상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북미 플레이어들의 접속이 뜸해진것도 아닌데 세계정세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거죠.
FF11의 최고의 특징인 쟙 체인지 시스템은 소위 말하는 효율주의적인 면 때문에 결국 특정한 조합의 직업/어빌리티 형태로 고착되어 있었는데, 북미 플레이어들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시도한 소수 플레이어들은 북미 플레이어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과감한 조합이나 장비를 연구해서 생존률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착화되어있던 FF11의 전장에 낯선 장비나 직업조합의 유저들이 활약하기 시작한거죠.
고착화되어있던 FF11의 전장에 낯선 장비나 직업조합의 유저들이 활약하기 시작한거죠.
북미 유저들 역시 에이리어 지배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몬스터에게 죽는 횟수를 줄이는 것의 중요도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플레이 숙련도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자유 직업 시스템을 들고나온 게임이 특정 조합으로만 생존이 가능한 밸런스로 만들어졌을 리가 없었고, 기존의 일본 플레이어들은 공방효율이 좋은 직업조합으로 파티를 구성해서 다소 무리한 전투를 속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애초에 자유 직업 시스템을 들고나온 게임이 특정 조합으로만 생존이 가능한 밸런스로 만들어졌을 리가 없었고, 기존의 일본 플레이어들은 공방효율이 좋은 직업조합으로 파티를 구성해서 다소 무리한 전투를 속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수준의 플레이어 숙련도가 확보된 북미인들의 파티플레이는 분명 짧은 시간동안 얻는 경험치는 일본인 파티보다 떨어졌지만, 한마리를 잡는 시간이나 안정성에 있어서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전투 도중에 새로 팝된 몬스터때문에 전열이 흐트러지는 상황에서도 일본인 파티는 전멸이나 빠른 퇴각을 각오해야 하던 반면, 북미 파티는 수월하게 이러한 부분을 처리할만한 여력이 갖추어 지더군요.
결과적으로 일정이상의 팀웍만 갖춰진 상황에서는 장시간의 레벨링파티 중에 발생할수있는 돌발적인 요인을 고려했을때의 경험치 효율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플레이어가 느끼는 부담이나 압박감 면에서는 훨씬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일본인들끼리만 즐기던 시절에 비해서 무소속 에이리어의 출현률은 더 높았지만, 생산직에 종사하는 북미인들이 늘어가면서 버프식사나 회복템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습니다.
일본인들끼리만 있을때는 A에이리어의 재료가 꼭 필요한 최고 효율의 버프식사 '꼬치구이'를 먹는게 '당연시'되었지만, 북미 플레이어들의 여유로운 스타일이 받아들여지자 굳이 A에이리어의 재료가 없어도 만들수 있는 조금 저성능의 '양고기 구이'를 먹는것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거든요.
결과적으로는 효율중시의 특정 식재료들만 각광받던 경매장이나 바자등의 유저 거래, A에이리어 이외의 다른 지역 특산품이나 비 특산품 레시피들도 재조명받게되어 시장의 다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꼬치구이 매물이 없으면 파티플을 꺼리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무엇이든 좋으니까 고기 요리 매물이 하나라도 나와있으면'그만인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분명 유입 초기의 북미 플레이어들은 세계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갔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로 함께 즐기기를 거부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숙련을 갖추게 되고, 일본인들 또한 북미 유저들의 자유로운 플레이스타일로 눈높이를 낮추자 결과적으로 좀더 여유롭게, 좀더 다양하게, 좀더 개성있게 FF11에서의 생활을 즐길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뒷면에는 기존 일본유저 사이에서는 도무지 파티를 구하기 힘든 천대직업 유저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북미파티 활동 등, 결코 '마음을 열고 자의적으로 받아들였다'라고만은 말할 수 없는 시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런 만남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려는 국제교류 길드의 선발적인 노력이 있었던것 역시 사실이지요.
3. 결론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는 국내에서는 이미 매니아들이나 즐기는 게임이 되어버린 두 작품에서의 경험담이고, 효율과 승패가 게임의 전부라 생각하시는 분들 시선에서 보면 저 두 게임의 존재 자체가 말세요 막장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CPU와 싸우는것이 주가 되는 MMORPG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전격투 게임, 아머드 코어 등의 PvP형 게임에서도 분명히 '제멋대로 주의자'들이 대세로 깔린 경우는 있었고, 거기까지도 제 개인적인 경험이요 결국 마이너 게임이니까 객관적인 논거로서 인정할수 없다고 한다면 더이상 반박할 말은 없습니다.
국내 유저 실정에 맞는 메이저 게임 사례 들고오라고 해도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게임은 이미 효율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어서 숨막히는 허들만 빡빡해져 있는걸요.
몬스터헌터 프론티어만 봐도 그렇잖아요. 어디 국내에 하이메타 바께쓰단 같은 개성파들이 발붙일 기회나 있었답니까.
저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게임의 밸런스 기획이 어지간히 이상하게 되어있지 않는 한, 모든 게임은 최소한의 숙련과 자기멋대로인 개성추구 빌드로도 충분히 즐길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그게 정상이다.
최고 효율을 최고 숙련으로 즐길수 있는 플레이어는 마땅히 서버 최강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유저 실정이라고 하는 기준선은 '모두가 서버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만 게임을 즐길 것'을 강요하는 케이스가 대다수다. 라고요.
어릴때부터 그렇게만 자라왔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일수도 있겠죠.
'남들과는 다른것이 죄가 아니다'라는 말에는 다들 수긍을 하지만,
'최강자가 될수있는 단 하나의 최고 효율 빌드'와 다르다는것은 결국 '그것보다는 약해지는 길'이 될수밖에 없는게 당연하고,
최고가 되지 못하면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이 나라에서는 결국 '(최강을 지향하는)남들과 다른것은 (스스로 약해지려고 하는)죄악이다'라는 논리가 성립해 버리게 되는거죠.
심지어는 최강을 지향하는 자들만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 버리는 '파티 플레이'나 '팀 플레이'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말이죠...
효율주의자들이 99%를 점유한 게임은 그저 갑갑하고 배타적일 뿐입니다.
효율빌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혹여나 자기가 빌드나 숙련에서 뒤쳐질까 하는 압박감에 쫓기면서 게임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실체도 존재하지않는 '매너'를 운운하며 배척당하죠.
하지만 제멋대로인 사람들이 99%를 점유한 게임은 쌍방이 모두 즐겁습니다.
효율빌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응당 서버 최강자가 될 수 있으니 즐겁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플레이가 당연하고 정당한 거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죠.
저는 어느새 후자인 게임, 후자가 인정받는 외국 서버에서만 즐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