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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게임. 반지의두목 02-28 조회 17,354 3

새삼스럽지만 이제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은 주류 문화로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포문은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열었고, 개인적으로 서브컬처계에 엄청난 패러디의 근원이 된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1시즌의 종착점으로 꼽습니다. 웰 메이드 게임 하나가 얼마만큼의 문화 파급력을 갖고 오는지 보여준 사례로 들겠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가 시즌1이었다면 시즌2는 무엇이냐?

 

 

시즌 2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저는 여기서 제가 이상적으로 꼽는 시즌2의 완성 형태와, 그 어려움에 관해 살펴보려 합니다. 

 

긍정적으로 볼 때, 이제 게임은 사회가 주류 문화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형태를 문화적 책임과 세금으로 요구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액수의 세금을 낸다고 해서 사회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으며, 게임 자체를 유해매체중 하나로 못박으려는 시도가 부당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자 일단 그럼 게임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왜 유해매체가 되었나... 그리고 그것이 왜 사회적 공감 (!) 을 얻으며 지지받고 있느냐. (인터넷은 실제 여론의 전부가 아니지요.)

 

 

일단 그 배경을 좀 생각해 볼까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을 좀 꼽아보면...

 

 

우선은 강도 높은 경쟁입니다. 꿈 많은 청년이, 20대의 당찬 여성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여 강남에 건물 하나를 온전히 소유한 사람들의 부에 근접하기는 커녕 그 건물세만큼의 수익을 내는 일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이 경쟁의 최상위를 차지할 경우 가능합니다. 

 

 

그리고 경쟁의 실패에 대한 큰 리스크입니다. 

 이러다 보니 투자-수익에 대한 신앙(!) 이 자리잡았습니다. 여기엔 신자유주의의 영향이고 뭐고 그런 거 없습니다. 이 이론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를 갖고 오는 것에 가깝겠죠.

자본을 갖고 크게 성공하는 것은 5천년 장수 드라마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의 장원 급제편 다음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출세이며 성공입니다.  

 

 

그러나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는 자신만이 아니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몰락(!) 을 갖고 옵니다. 누구 한 명이 빚을 내며 큰 일을 벌이다 망할 경우 한 가족에게만 파급력이 미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 가능성을 찾아낸 후 경영을 잘 몰라 이뤄 놓은 성공을 놓치는 분도 있죠.

 

 

이 경우 보통 투자자본이 관련되었거나 사기를 당할 때가 많은데, 회사의 주인이 변한 그라비티도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고 바로 얼마 전 세상 게시판에 Planeswalker 님이 링크를 걸어 준 아이러브스쿨의 사례도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는 이것이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특성은 아니지요. 

그러나 세금은 부족하고(!) 사회의 안전망은 큰 고기만 걸러낼 수 있게 짜여 있는 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전망이 촘촘하다고 할 수 없어서 몸을 키운 고기만 안전망에 걸쳐질 수 있죠. 

 

 

이런 부당한 (다시 강조합니다. 부당한!!) 안전망의 형태가 짜이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저축은행 파산 당시 보통 예금주들이 보호받기는 커녕 일부 큰 액수를 가진 예금주에게 사전 통보가 갔거나, 저축은행의 주주들의 보호를 우선하는 괴랄한 판결이 나오는 등, 하여튼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데 법은 그렇게 되어 있고 판결을 그렇게 내고 있습니다. 

 

 

누굴 욕하고 비난하고 돌을 던져도 바뀌지가 않습니다. 바꿀 사회적 힘이 모자랍니다. 너무 모자라죠.

 

 

쓰다가 흥분해서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정리하면 우리 사회의 장원급제는 20세기 이래 [투자 - 성공] 입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투자자는 신이며, 신앙의 대상입니다.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성공해서, 자신도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만드는 종교 활동을 위한 신이죠. 넥슨의 각종 게임 회사 병합도 투자이며, 엔씨는 부동산 매매 투자 사업을 아예 시작했습니다. 

 

 

투자자가 신이고 노동자가 신도라면, 신도는 신의 가호(월급)를 받는 대신 능력을 헌금으로 세공 합니다. 신도에는 물론 급이 있는데, 투자자와 직접 맞닿는 CEO급은 신도라기보단 제사장이라고 볼 수 있고, 가끔 제사장이 신이 되기도 합니다. 일반 신도는 신과 별로 연관이 없어 신앙심이 약한 대신 가호를 덜 받게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그나마 조금 자유로운 부분이 전문직과 공무원이겠죠. 다만 그 부분도 뛰어난 신도가 되기 위한 노력과 비슷하거나 훨씬 강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럼, 그 안에서 가장 좋은 노력은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입니다. 90년대 일본이 세계 2위를 해먹을 때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남과 협력하는 법을 익히고, 일본은 남에게 폐를 안 끼치는 법을 익히고, 한국은 남을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는 농담이죠. 

 

 

물론 언제나 예외가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을 강요받게 됩니다. 이 노력은 이미 종교입니다. 

 

 

이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으며, 주류 사회로 분류되는 영역일수록 이 노력의 승리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류 사회에는 안정된 가호와 생활, 즉 성공이 따라옵니다. 

 


 

현대 사회엔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말씀이 있을 텐데, 사람이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 외에도 다른 노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일단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의 상대 개념으로 일단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 을 들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은 참 많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거나 남(남이 아니라 가끔은 가족!)과 소통하는 법이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익히거나, 하다 못해 서점에서 책을 사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역시 투자이며 노력이 됩니다. 그 책이 정말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이 아닐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단 사회가 우리의 학생층에게 요구하는 노력 중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 은 2순위이며, 이것은 1순위인 경쟁에 관련한 노력이 부족할 경우 바로 부정당합니다.

 

 

사회적으로도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보다 다른 노력에 집중하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 사회적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딱 좋습니다. 타인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훌륭하다고 찬사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인식에는 '비주류' 라는 취급이 숨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 대상이 한국인이라면요.

 

 

 

이 관점에서 살펴볼 때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갖고 있는 문제는 현재, 지금 당장, 2012년 '경쟁에서 이기는 노력'의 정 반대에 있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 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그 대신 경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이 게임에서 강하게 표현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요.

 

 

제가 객관적인 통계는 없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한국 게이머들이 컨텐츠 소모가 빠르고 순위나 승률에 목 매는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 이건 당연한 말이죠. 

 

 

(단, LOL에서 '너때문에 지잖아 이 나보다 하등한 손가락을 가진 인류야 나는 너의 인격에 손상이 갈 말을 쏟아낼 자격이 있다' 는 만국 공통인 걸 보면 이건 한국만의 특성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기서 이어 볼 때 생각하면 게임을 조용히 즐기며,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역시 게임에서 '비주류' 가 됩니다. 

 

 

제가 바라고, 꿈꾸는 시즌2 는 게임이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 이 될 수 있는 시즌2 입니다.

현재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에게 다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렇지 않은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하는 유저 층의 영향일 수도 있고, 그 유저의 입맛에 맞추려고 나오는 게임사의 판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악순환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에 대한 솔루션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가능성은 있으며, 그것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 바닥에서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게이머들이 에이즈의 분자구조를 풀어냈다거나, 핀란드의 앵그리 버드가 학교 폭력의 예방책의 상징 캐릭터가 되는 사례의 근간은 아무래도 국내의 온라인 시장에서는 까마득한 일입니다. 

 

 

게임은 분명 무시 못할 돈이 들어가는 산업이고 [투자-성공]의 종교에서 자기 돈이 아닌 걸로 사회긍정적인 게임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이단입니다. 화형당할 이단이고, 이것은 개발자들의 딜레마인 동시에 가끔은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예. 개발자는 신의 가호 없이는 한 가족을 이끌며 먹고 살기 힘들거든요.

 

 

LOL 더할 나위 잘 만든 게임입니다. (저는 롤빠입니다.) 정말 정교하고 치밀하게 운영되고 있는 게임이고, 국내 동접도 20만에 육박합니다. 얼마 벌었나? 화제가 됩니다. 돈 못 벌었네? 신께서 LOL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신도를 협박합니다.

 

 

여기서 신도가 그런데... 라면서 신에게 저항하기 위해선, 그리고 게임이 자기 자신의 노력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그 노력이 [경쟁에 대한 노력] 보다 한없이 급이 낮은 것으로 취급받는 인식이 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그러나 가장 불가능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제가 원하는 시즌2가 그나마 열리기 위해선, 이슈의 전환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 통할 것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단, 이것은 장르에 따라.. 테라 개발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게임이 얼마나 훌륭한가. 얼마나 재미있나. 이것만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수익을 안 따지면 이단이거든요. 다시 강조하는데 이단은 화형당합니다.

 

 

나아갈 길은 어떤 다른 컨텐츠, 다른 행사 (LOL을 기반으로 인텔에서 50억 상금 행사를 벌인다던가) 게임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추가 활용하여 다른 매체 산업으로 나가느냐. 게임만이 아니라 어디서 이미지 전략을 꺼내 어떤 활용처를 만들어 내어 다른 시장에도 장악력을 갖느냐. 이것이 투자 수익 종교를 감싸안을 수 있는 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앵그리 버드 인형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당히 팔리긴 하지만 시장은 작습니다... 결국 세계를 겨냥해야 하죠. 앵그리 버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예. 어쩌면 앵그리 버드가 오랜 기간 세계를 지배한 미키 마우스를 넘어설지 누가 알까요. 

 

 

이 시즌2가 열리기 위해선 개발자가 먼저 체질을 고쳐야 하지만, 신이 되시는 투자자와, 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임 유저 역시 달라져 줘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움직이고 생각해야 할 것은 개발자겠지요. 

 

 

다만 이것은 어떤 개발자 집단이 혼자서 해 낼거야! 라고 악으로 깡으로 입에 다이나이트 물고 덤비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수의, 많은 집단의 공통된 목소리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 집단 중에는 분명 유일하게 신을 움직일 수 있는 몇 개의 집단이 있어야 할 것이고.. 집단 중 하나로 압도적인 비율의 유저 니즈(needs) 역시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그 길이 멀어 보이고 그 때는 오지 않은 것 같지만,

게임이 완전한 주류 문화가 되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그 때는 좀 더 제정신 박힌 정부가 좀 상식적인 논리로 납득 가는 세금을 걷은 다음 효율적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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