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들은 어째서 룬스케이프에 열광하는가? loopy 03-26 조회 11,019 추천 1 3

"언젠가 내가 학교에 갔을 때 였다. 그날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었기에 잠시 컴퓨터를 쓰기 위해 부실로 향했는데, 컴퓨터 앞에 모여있는 서넛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무엇인가 아주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기라도 한듯이 웃음을 띈 얼굴로 소리높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나는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들이 하고 있던 것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게임이었는데, 게임의 외관은 초라하다 못해 절망적인 수준으로 보였는데다가, 사운드 효과도 과거 8비트 컴퓨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조잡했다. 심지어 그 게임은 웹브라우저에서 구동되고 있었다! 브라우저의 타이틀을 살펴보자 룬스케이프(Runescape)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사실 그 컴퓨터는 배틀필드 2 와 같은 최신의 게임의 구동이 가능할 정도였는데, 어째서 그들이 이렇게 조잡해보이는 게임을 하고 있는건지 정말 궁금했다." - 한 룬스케이프 유저의 말

 

한 유저는 자신이 룬스케이프를 처음 접했을때를 회상하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직접 룬스케이프를 해본 이후엔 그 게임에 완전히 '중독' 되어버렸다고 털어놓고선 '비록 조잡해보일지 모르나 이 게임은 정말로 중독성이 강하다' 라고 말하며 추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룬스케이프의 초라한 외관을 보자면 이 유저의 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도대체 이러한 초라한 외관을 가지고서도 수만명의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룬스케이프는 어떤 게임일까?

 

오븐을 이용하여 빵을 굽자. 음식은 게임 플레이에 있어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룬스케이프의 기본적인 틀은 일반적인 MMORPG 와 동일하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조종하여 몬스터와 싸우고,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올리고, 돈을 모은다. NPC 로부터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기도 하고, 타 플레이어와 함께 협력하여 깊은 던전 속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가끔은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며,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다른 MMORPG 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오히려 다른 MMORPG 들 중에서는 룬스케이프보다 더욱 뛰어난 그래픽과 방대한 세계, 좀 더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게임을 마다하고 룬스케이프를 즐긴다. 즉, 룬스케이프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와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The simple is the best

이 그래픽에 사양이 높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일단 룬스케이프는 가볍고 간단하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이 거대한 용량의 하드디스크와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하는데 반해, 룬스케이프는 웹기반의 자바 게임으로 사양이 낮다. 약 128Mb 의 램과 500MHz 의 CPU 만 있다면 게임을 아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부분을 약간 포기한다면 앞서 말한 사양의 절반정도인 64Mb 의 램과 300MHz 의 CPU 에서도 게임의 구동이 가능할 정도이다. 게임의 설치 및 플레이가 아주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다가온다. 웹페이지에서 버튼을 몇번만 클릭하면 곧바로 게임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런 지역에 들어오면 조작이 좀 힘들어지긴 한다.

 

실제 게임 역시 상당히 직관적이고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기에 게임에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마우스 클릭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며, 가끔 시점 조작을 위해 키보드를 쓰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고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크게 제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는 단지 마우스 하나만을 가지고서도 조작에 있어서 큰 자유를 가진다. 단순히 다른 지점으로 이동을 하는 기능에서부터 시작하여 특정 물체에 대한 설명 및 기능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으며, 불을 지피기, 장작 패기, 낚시, 요리 등의 행동을 서너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이 원치 않은 곳으로 이동을 한다던가, 이동을 하다가도 장애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여 짜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중독성 강한 게임플레이

당최 봐도봐도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네~ 보물은 어디있는겨? @_@?

게임플레이는 상당한 중독성을 자랑하며 게이머들을 끌어들인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적인 MMORPG 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그 속에는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차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한적한 숲속을 여행하다가 거대하고 강력한 수호자들과 마주쳐 힘든 전투를 벌여야 할때가 있는가 하면, 허약한 적을 처치하고서 예상치 못한 보물지도를 발견하여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될수도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내는 수수께끼를 맞춰야 할때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순발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함정으로 가득찬 지역을 통과해야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한 공성전도 준비되어 있으며, 놈볼(Gnome Ball)이라 불리우는 룬스케이프 세계의 스포츠를 즐길수도 있다. 심지어 친구와 함께 간단한 보드게임을 즐길수도 있다!

거기 머리 각진 친구, 나랑 게임 한판 하겠나?

 

이러한 것들은 마치 미니게임의 모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보물찾기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쪽지에 적힌 수수께끼를 풀고, 지도를 해석하여 보물이 묻힌 곳을 찾아낸 후, 직소퍼즐을 풀어내어 보물을 획득해야하는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단순히 전투만을 요구하기보단 좀 더 다양한 재미를 주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러한 점은 게임과 훌륭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플레이어를 게임으로 끌어들인다.

 

드래곤(?)이 너무 귀엽다. -_-;

 

물론 그렇다고 해서 MMORPG 가 주는 기본적인 재미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유저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몬스터들과 싸우고, 강력한 무기를 장비하여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래도 MMORPG 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전투 부분에서도 유저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 상당부분 눈에 띄는데, 무기마다 다양한 공격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이나 특정 행동을 취할때마다 체력(energy)이 감소되어 음식을 먹어줘야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게다가 '기도(Prayer)' 와 '룬(Rune)' 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이용,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신전에서 기도를 통하여 기도 수치를 회복할 수 있다.

 

기도는 자기 자신에게 사용하는 일종의 버프(buff : 유저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상승시켜주는 것을 뜻함)스킬로써, 기도 수치(Prayer Points)를 소모하며 기술을 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 기도 수치가 다 닳게되면 플레이어는 가까이에 있는 신전으로 가서 신에게 기도를 드려야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물론 포션을 이용하여 수치를 회복시키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또한 기도 스킬과 관련된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많은 전투를 거쳐야하는 것이 아니라 적들의 시체에서 얻을 수 있는 뼈를 묻어줘야만 경험치가 오르고 기도 스킬의 레벨이 오른다는 것도 독특하기 그지없다.

 

룬 시스템은 과거 울티마 온라인에서 선보였던 '시약 시스템' 과 비슷한 것으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특정한 룬들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서 '파이어 스트라이크' 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선 바람의 룬(Air Rune), 정신의 룬(Mind Rune), 화염의 룬(Fire Rune)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용 마법 외에도 텔레포트 마법이나 보조용 마법등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룬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플레이하기에 편하다. 특히 텔레포트 마법의 경우는 게임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이니만큼 관련 룬을 충분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이러한 룬의 사용을 통한 마법 시스템이 울티마 온라인과 다른 점이라면 마나(Mana)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충분한 룬이 갖춰져있기만 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마법을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세계, 다양한 음악. 하지만...

다양한 모험이 준비되어있는 거대한 세상

 

게임에서 제공되는 세계는 넓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곳저곳을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자그마한 도시, 거대한 성채, 공동묘지, 던전, 피라미드, 화산지대, 극빙지대, 늪지, 신전 등등... 이러한 지역마다 제공되는 다양한 음악들은 비록 그것이 미디형식으로 제공되기에 웅장함을 느끼기엔 부족하나 게임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지루함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음악 재생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바꿔가며 듣기도 가능하다는 것 등, 상당히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다만 음악과는 반대로 효과음은 형편없다 못해 끔찍할 정도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연상케 하는 타격음은 정말 어떻게해서도 용서가 불가능한 수준이랄까. 차라리 효과음은 끄고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게임은 좋다. 그런데 유저들은?

PK 가능 지역에 들어갔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룬스케이프는 - 자바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 충분히 괜찮은 게임이다. 하지만 룬스케이프의 문제는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기존 유저들의 텃세와 유료화 방식이다. 룬스케이프는 유저의 레벨 및 장비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게임이기에 '고수' 들의 초보에 대한 텃세는 꽤나 심한편이다. 몬스터와 싸우고 있노라면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이 몬스터를 처치해버리고 '허접(noob)'이라고 놀려대는 것 정도는 애교. 그들의 지속적인 방해는 게임 플레이가 싫어질 정도로 기분나쁜 일이 될수도 있다. 물론 제작사는 친구 기능이나 상대방 무시 기능과 같은 커뮤니티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되고 있다.

 

농장을 경영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하지만 유료 회원 전용!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유료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부분 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룬스케이프는 유료 유저에게는 더더욱 많은 기술과 무기, 아이템등이 제공되고 특정 지역에의 접속이 가능한 권한이 부여되는데 반해 무료 유저는 말 그대로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만이 제공되기에 서로의 격차는 점점 커져가고 갈등의 골 역시 깊어져 가기만 하는 것이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돈을 내라는 말인데... 월 $5(약 5000원)라는 요금이 게임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은 아니고, 기업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는 하나 이런식으로 게임의 중요한 부분을 유료화와 연관시켜 서비스 함으로써 유저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다소 아쉬움을 가져온다.

 

아저씨, 한국말은 할 줄 모르시나요?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 이외에도 국내 유저에겐 언어의 장벽이 새로운 문제로 다가온다. 미국 및 유럽시장만을 대상으로 하여 서비스되는 게임이기에 한글 지원은 전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즉, 국내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접하는데 있어서는 결제 이전에 있어 플레이 그 자체에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것. 현재 룬스케이프를 즐기고 있는 국내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유저를 유입하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 //cafe.naver.com/RuneScape.cafe )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홍보와 함께 초보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제공 하고는 있지만 룬스케이프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허접해보일지 몰라도 하는 사람은 꽤 많다.

 

그렇지만 룬스케이프는 재미있다. 물론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의 게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지금, 룬스케이프는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십만에 달하는 가입자수와 8만명 가량의 동시접속자수가 보여주듯 룬스케이프는 초라해보이는 그 외관 속에 탄탄하고 독특한 시스템을 통하여 유저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 :

//www.runescape.com/

 

덧붙임.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일 하면서 몰래 즐기거나 컴퓨터 사양이 안 좋아서 다른 게임을 못 할때 하기에 딱 좋습니다. 그냥 집에서 하긴 솔직히 좀 별로죠. 아, 그렇다고 제가 일 하면서 이 게임 몰래 하면서 논다는건 아닙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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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독특한 리뷰를 적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녀석입니다... 사실 원래는 형식의 파괴(?)를 생각했습니다만, 워낙 머리가 굳어서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더군요. 결국 형식이 아닌 주제를 독특한 녀석으로 정해서 리뷰를 해봤습니다. 열심히 적는다고 적었는데 실제 게임의 반도 소개하지 못 한듯 해서 좀 아쉽네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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