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디맥2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블랙스퀘어는 음악적으론 디맥2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 짧아진 곡의 길이와 일렉트로닉 계열로 가는 음악성향이 조금 마음에 안들었죠.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하면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출시하자마자 일도 팽개치고(...집에 가서 했습니다) 사러 간 디맥3는 저에게 악몽 그 이하였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디맥3에 좋은 감정을 가지신 분들은 괜히 기분 상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
1. 새로운 시도! 3.2T와 4.2T 모드
디맥3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조작감의 애매함은 차치하고서라도 PSP에서, 게다가 리듬게임에서 아직도 신선한 조작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아날로그 스틱은 패드에 비해 조작감이 엉성하기 때문에 꽉 조여지는 긴장감은 없지만, 신선하면서도 폭 넓은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근데 이것 빼면 디맥3는 볼게 없다는거..
2. 화려한 BGA. 그러나 게임할땐 아웃오브안중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봅니다. 새로운 게임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영상의 좌우 끄트머리만 남기고 화면을 전부 뒤덮은 인터페이스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영상을 보는 재미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일부 곡들에서 스토리나 캐릭터성이 느껴졌던 전작들에 비하자면 조금 아쉽죠.
그래도 이정도 생각은 하고 게임 만들었겠죠. 길어진 노래 때문에 영상제작이 힘들어져서 이렇게 했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3. 한 음악 딴 소리, 음악와 따로 노는 연주음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디맥 시리즈는 꽤 훌륭한 관리를 통해 양질의 조화로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디맥3의 사운드는 그야말로 엉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디맥2에는 한 두곡이 심각한 이질감을 보여줬고, BS는 그런 곡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맥3에선 전체 곡의 절반 정도가 노트음에서 BGM과는 엄청난 괴리감을 들려줍니다. 훌륭하게 믹싱을 끝낸 곡에 싸구려 노래방 신디를 섞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작업 시간때문에 그랬다면 이해가 갑니다만, 사운드는 유사한데 볼륨을 무지막지하게 키워놓아서 말아먹은 노래도 꽤 보입니다. 이쯤되면 나름대로 기획의도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던 찰나에 인터뷰를 읽어보게 되었죠.
디맥3는 '디제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 게임의 부모격인 비트매니아가 그런 스타일이었죠. 디제잉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완성된 곡에 손을 대는 것이다 보니 그런 느낌을 내야 하는 3.2T 모드를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이런 콘셉트를 가져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묘한 것은 애초에 디맥 시리즈가 비트매니아와 궤를 달리 하면서 뜨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편안한 사운드'아니었나요? 적당히 플레이해도 듣기에 거북하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점이 최고의 장점중 하나라고 생각한 것은 저 뿐이었나 싶습니다.
4. '어려움'과 '재미'는 다르다.
이번 디맥3의 노트배치를 보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아무리 플레이를 해도 내가 리듬을 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뭔가 플로우를 타는 것 같으면 어떻게든 그 흐름을 깨버립니다. 서로 다른 리듬을 타는 악기로 뜬금없이 갈아타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순간적으로 난해한 노트배치가 나오죠.
그게 아니면 정말 디제잉에서나 할 법한 무한반복 퍼커션이나 합니다. 한 곡을 통으로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디맥하다 졸아본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어떤 곡에서는 전부 퍼팩트 판정을 받으면서 노트를 찍어가고 있는데 소리가 툭툭 끊기고 박자가 맞질 않습니다. 물론 게임상의 퍼팩트가 정확한 박자를 뜻하지는 않아서 다소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전작까지는 그 정도의 여유를 기술력과 노하우로 커버했죠. 적당히 눌러도 사운드에 괴리감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판정은 더욱 어려워졌고 노트배치는 손과 전혀 친하지 않게 만들어져서 크게 어렵지 않아보이는 곡들도 올콤보를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하죠.
이런 부분들은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상당히 떨어뜨립니다. 리듬게임은 악기따위 다룰줄 모르는 일반인이 '내 손으로 멋진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는 판타지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사운드는 부조화에 노트마저 몰입감이 없다면 남는게 뭐가 있는 건가요.
디맥2에서 BS로 넘어가면서 정말 훌륭해졌다고 생각한 노트배치 노하우가 디맥3로 오면서 박살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5. 개인적인 아쉬움 : OST, 5키 모드의 부재
이 글 자체가 무척 주관적입니다만, 일단 개인적으로 OST모드가 사라진 것도 불만입니다. 전작까지는 음악이 좋아서 CD틀어두듯이 PSP를 사용했던 경우가 많았거든요.
게다가 5키 모드는 왜 사라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DMP2때부터 무척 좋아했던 모드고, EZ2DJ나 온라인판 디맥에서도 기본모드는 5키였는데 말이죠.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무리 : 손에 쥔 것을 버리면서까지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인가.
디맥3가 대체 어떤 기획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태어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같은 일반 플레이어들 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고 만들었겠죠.
기존의 장점을 상당부분 없애면서까지 얻으려고 한 '그들이 생각하는 재미'는 대체 무엇일까요.
일단 지금으로선 플레이타임이 길지 않았으니, 한동안 더 하면서 생각해 보렵니다. 혹시 모르죠. 1000시간 정도 플레이한 다음에 어느날 이 게시판에 와서는 부끄러워 하면서 이 글을 삭제하고 있을지도.
아무튼,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신나게 까긴 했습니다만 주말동안 디맥3를 계속 해 보기는 할 것 같습니다. 몇일 더 해봐도 별 다른게 없으면 그냥 서랍 속에 고이 박아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