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만이 공포를 이겨낸다 - 아컴호러(보드게임) 사평 01-12 조회 31,895 추천 11 9


엄밀히 말해서 아컴호러는 즐기기가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일단 게임의 방식이 플레이어간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장르적 이질감과, 복잡한 룰, 그리고 게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몰입하기 힘들다는 점이 아컴호러를 시작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됩니다. 한 마디로 보드게임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골라 할 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사위와 룰북을 가지고 하는 게임장르인 TRPG나, 혹은 컴퓨터 게임장르인 RPG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놀이판을 보는 것 만으로 어떤 식으로 플레이 하는지 대충 감이 잡히실 겁니다. 

아컴호러의 원작이 되는 쿠툴루 신화. 혹은 러브 크래프트 전집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본다면, 원작은 우주적, 신화적 존재가 지구에 간섭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공포적인 사건들을 주인공들이 겪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괴물들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판타지 장르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꿈도 희망도 없는 호러 장르의 오싹오싹한 소설입니다.

아컴호러의 배경은 1920년대의 미국, 가상의 도시 아컴으로 원작의 주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원작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며 최종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신화적 존재를 봉인 혹은 퇴치하는 것이 게임의 주 목적입니다. 

게임의 흐름.


 아컴호러는 RPG 장르라 룰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메뉴얼을 한 두번 읽는 거로는 룰을 완벽하게 숙지 할 수 없을 정도라, 저도 인터넷의 커뮤티니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질문을 하고 나서야 겨우 제대로 된 룰로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되는지 확실하게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의 주된 흐름은 차원문 생성 -> 괴물 소환 -> 플레이어들의 괴물 퇴치 -> 차원문 닫음 혹은 봉인. 

이런 순서가 승리조건에 다다를 때 까지 반복됩니다.

 

고대의 존재 깨어나다.


                      
                                                      


인간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대의 존재가 아컴에 소환되려 하고 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고대의 존재를 아컴에 소환하려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 존재들이 아컴에 소환된다면 도시는 물론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멸망해 버릴 것은 물 보듯 뻔 한 일이다. 추종자들이 부르는 그의 이름은 바로....... 크툴루,

고대의 존재는 8종류가 준비되어 있으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능력을 가졌고, 어떤 고대의 존재를 선택하냐에 따라 게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고대의 존재는 파멸트랙을 소유하고 있으며 매 턴이 시작될 때마다 파멸마커로 이를 채우게 됩니다. 고대의 존재마다 최대 상한을 채우는데 소모되는 마커 수는 다릅니다. 마커가 가득 차게 되면 고대의 존재가 아컴에 소환되며 이 때에는 플레이어와 고대의 존재가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새로운 신화가 시작되다.




아컴에서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괴물에게 습격을 받아 미친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 된 사람들도생겨났다. 세상은 파멸에 가까워 지고 있었으며 무지한 아컴의 시민들은 정체모를 공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 턴이 시작되면 턴을 시작하는 첫번째 플레이어가 신화 카드 한 장을 뽑습니다. 신화는 현재 턴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이벤트 카드로, 이번 턴 내내 특수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 차원문과 괴물의 생성, 괴물의 이동, 단서마커의 생성 등의 역할을 합니다. 신화카드를 뽑고 차원문을 생성할 때마다 파멸마커가 하나씩 증가합니다.


조사자(플레이어)가 움직이다.


 

 

 

미스캐토닉 대학의 고고학 교수인 하비 윌터스는 어떠한 신화적 존재가 아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종말을 막기 위해 아컴의 거리로 나섰다. 과연 그가 그동안 수집했던 유물들과 지식이 얼마나 도움이 될련지는 알 수 없지만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공포를 뛰어넘어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아컴호러에서는 16명의 개성있는 조사자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합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능력치와, 특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장비와 도구를 사용할 때 어떤 것을 사용해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선택하게 만듭니다.

아컴호러에서 장비와 도구는 일반 아이템과 특별 아이템 그리고 마법주문으로 분류됩니다. 이름에 따라서 효과의 성격은 다르지만 카드의 사용방법은 모두 동일합니다.

일단 가장 처음 확인해야 될 것은 장착해야 되는 카드와 아닌 카드의 분류입니다. 장착 카드의 경우는 한손으로 사용 가능한 카드와 양손으로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 나눠지며 한손으로 사용 가능한 카드는 양손에 하나 씩 두개를 장착할 수 있는 반면 양손은 하나만 장착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장착카드 표시는 장착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장착카드가 아닌 카드는 카드에 써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며 대부분이 소모품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사자의 아이템 카드 장착이 끝났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스탯의 분배입니다.

기본적으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집중력은 최대치가 고정되어 있지만 나머지 스탯인 속도/은둔, 투지/의지, 지식/행운은 매 턴을 시작할 마다. 캐릭터의 집중력 만큼 스탯을 변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실제로는 간단한 규칙이니 매 턴마다 상황에 맞춰서 조사자의 능력치를 변화시킬 있다는 것만 알아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차원문이 열리다.


 

 

공동묘지에 생성된 차원문이 열리고 괴물들이 차원문을 통해 아컴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비 윌터스는 차원문을 봉인하기 위한 조건인 다섯개의 단서를 찾아 아컴 전역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단서 마커는 게임의 목적인 차원문을 봉인하는데 사용되며, 전투나, 여러가지 상황에서 주사위 판정을 할 때 단서마커 하나를 소비하는 것으로 한번의 주사위 굴림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서마커 신화카드를 뽑을 때 마다 필드에 생성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방문하는 특별한 지역에서 이벤트로 습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동은 캐릭터의 스탯에 따라 이동력이 결정되며, 특정한 장소에서는 장소카드를 뽑아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벤트의 종류는 다양하며 상점을 이용하는 것 부터, 아이템을 얻거나 잃는 것 까지 여러가지 상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괴물과 조우하다.



 


홀로 단서를 수집하던 하비 윌터스에서 그의 제자인 아만다 샤프로 부터 연락이 왔다. 그녀는 하비 윌터스에게 탐색에 필요한 도구를 전해주기를 원했다. 하비 윌터스가 약속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자 어둠 속에서 어떤 형상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비틀거리며 하비 윌터스에게 다가온 건 피부가 썩어내려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인 '좀비' 보통사람이라면 공포에 질려 미쳐버렸을 지도 모르지만 하비 윌터스의 지식과 정신력은 공포를 이겨냈고 괴물과 전투를 할 준비를 마쳤다.

 괴물과 조사자가 조우하게 된다면, 조사자는 회피를 하거나 전투를 벌이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때 조사자를 기술 체크를 하게 되는데 아컴호러에서 기술체크는 간단한 룰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하비 윌터스의 은둔 능력치가 5이고 좀비의 주의력이 +1 일 경우에 하비 윌터스는 6번의 주사위를 굴릴 기회를 얻습니다. 주사위의 눈은 1~4가 실패 5~6이 성공을 의미합니다. 6개의 주사위를 굴려 5~6의 눈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하비 윌터스는 전투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컴호러에서의 기본적인 기술체크 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투에 들어가게 되면 여기에 난이도가 추가되서 2개의 성공한 주사위가 있어야 괴물을 퇴치할 수 있다거나 하는 조건이 붙게됩니다. 

전투돌입시 공포체크 -> 전투 -> 승리시 괴물 포획 
                                         -> 전투체크에 실패시 체력을 잃음 -> 다음 턴에 재도전
                                                                                         -> 도주(은둔체크)

차원문을 봉인하다.




하비 윌터스는 제자인 아만다 샤프로부터 단서를 건내 받고 나서 차워문을 봉인하기 위해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원문은 그를 집어삼켜 버렸고 그는 다른 차원의 세계인 드림랜드에서의 탐험을 시작했다. 탐험을 마치고 아컴으로 돌아온 그는 성공적으로 차원문을 닫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언젠가 다시 이 자리에 새로운 차원문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하비 윌터스는 준비했던 단서를 사용하여 차원문을 완전히 봉인하였다. 이제 공동묘지에 다시는 차원문이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사자가 차원문에 도착하면 조사자는 차원문에 적혀있는 이름의 다른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지역에 맞는 이벤트를 실행하고 나서 다시 차원문을 통해 아컴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이때 탐사종료 마커를 차원문 앞에 놓을 수 있습니다. 탐사종료 마커가 표시된 차원문만이 차원문 닫기를 시도할 수 있으며, 만약 조사자가 차원문 닫기를 하지 않은 채로 이동을 한다면 탐사종료 마커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탐사를 시도해야 합니다.

차원문 닫기는 차원문에 표시되어 있는 수치만큼 투지 혹은 지식체크를 해 성공시키야 하며, 성공시 차원문을 필드에서 제거하고 조사자가 차원문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차원문을 닫은 후 단서마커 다섯개를 소비하여 차원문을 봉인한다면 다시는 해당 지역에 차원문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신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하나의 차원문을 봉인하는데 성공한 하비 윌터스. 하지만 그가 고대의 존재의 소환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개의 차원문을 봉인해야만 한다. 과연 아컴의 시민들은 그 시간동안 공포에 맞서 버틸 수 있을 것인지. 혹은 봉인을 하는게 늦어 고대의 존재가 깨어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게임의 승리 조건은 이렇습니다.

1. 필드안에 모든 차원문을 제거, 차원문의 획득수가 플레이어의 수 이상일 때.
2.차원문을 6개 봉인 시켰을 때.
3. 고대의 존재를 물리침.

정리합니다.




 위의 내용은 아컴호러의 간략한 게임 흐름을 보여 준 것일 뿐 아컴호러에는 게임진행을 다채롭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상점의 이용은 물론이고 각 지역마다 발생하는 특별한 이벤트, 그리고 괴물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기등이 한 순간도 플레이어들을 쉬게 해 주지 않습니다.

아컴호러는 RPG의 느낌을 물씬 살린 잘 만든 게임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협력이 우선시 되는 게임이고 경쟁이 배제되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느슨해 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다가 지켜야만 해야 되는 룰은 많은데, 이를 통제할 사람이 없이 모든 사람이 플레이어의 입장을 가지기 때문에, 어지간하게 게임을 플레이한 해 본 베테랑이 없으면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매 턴을 시작할 때 스탯을 설정하는 것 부터 괴물의 이동까지 룰을 지키기가 힘들 정도로 신경써야 될 것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룰을 숙지한 베테랑이 있다면 게임에 참가하지 않고 게임의 진행을 돕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컴 호러는 추천하기 어려운 보드게임입니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플레이 하지 못하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니까요. 일반 가정에서 보다는 보드게임을 전문으로 플레이하는 동아리같은 특별한 모임에서만 구입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추천: 11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사평 | Lv. 16
포인트: 3,634
T-Coin: 313
댓글 0
에러
시간
[비밀글]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쓰기
주사위
주사위 놀이 닫기
주사위 수를 입력해 주세요.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