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루크의 인생극장, 더 레슬러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레퀴엠, 천년을 흐르는 사랑)

출연: 미키 루크(나인 하프 위크, 씬 시티), 마리사 토메이(왓 위민 원트)

개봉: 3.5 / 청소년 관람불가 / 109분

밑바닥까지 갔던 사람에게는 거칠 없이 없다. 그리고, 그 밑바닥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그런 밑바닥 인생을 연기할 때는 이미 그것이 연기가 아닌 자신의 지난 과거가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것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그가 걸어온 길을 다사 되짚어 보는 순서로 받아들이면서 측은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더 레슬러는 미키 루크를 위한 영화였고, 그가 랜디 램을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의 흥행을 불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때 헐리웃의 잘나가는 배우에서 성형수술 부작용과 복서로의 외도로 팬들에게서 잊혀진 미키 루크. 다시는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을 거라 여겼지만, 그는 신시티를 통해 재기를 알렸고 더 레슬러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랜디 램 역할에는 니컬러스 케이지도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끔찍하지만...

스토리는 평범하다. 왕년의 레슬링 스타 랜디 램은 20년 후 이미 한물간 퇴물 레슬러가 되었고, 몸 어디도 성한 곳이 없다.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면서도 레슬링 경기로 약간의 푼돈을 만지면서 영위해가는 생활. 그러다, 그는 경기 후 그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결국 은퇴를 결심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진정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 링으로 다시 돌아와 그를 지켜보는 관객, 팬들과 함께한다.

현재 K-1이나 프라이드 같은 이종 격투기에 밀리고 있지만 WWE의 인기는 여전함을 과시한다. WWE를 재미있게 보는 입장에서 이런 레슬러들의 삶은 그것 만으로도 큰 흥미를 자극하는데, 알다시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그들이 직접 몸을 날리는 액션은 현실이다. 영화는 그들이 경기에 앞서 미리 손발을 맞춰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약물로 고통을 이겨내고 하드코어 매치를 통해 피칠갑한 모습을 통해 레슬링의 험악함을 알리고 있다.

배고픈 왕년의 스타가 아닐 수 없다

딸과의 재회. 그리고...

특히, 카메라는 마치 레슬링의 무자비함을 알리려는 듯 배우들의 바로 옆에서 액션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실제 경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WWE 못지 않은 다이나믹한 액션을 보여주며, 하드코어 매치에서는 상당히 자극적인 경기를 연출한다.

진부한 스토리 속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잘 녹아있다. 미키 루크는 오스카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고, <엘레지>의 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여우조연상을 뺏긴 마리사 토메이는 나이 먹은 댄서를 소화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랜디 램과 많은 교감을 쌓으면서 비슷한 처지의 두 캐릭터가 느끼는 동질감을 충실히 살려냈다.

경기의 리얼함은 상당히 높다

랜디 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줬던 매력적인 그녀

미키 루크가 마지막 경기에 앞서 링에서 말하는 대사는 마치 배우인 자신이 관객들에게 말하는 메시지와도 같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 한 그의 배우생활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더 레슬러에 감동은 없다. 그저 한 인간의 고뇌에 찬 인생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의 피니쉬 기술인 ‘램 잼(Ram Jam)’을 시연하기 위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랜디 '더 램' 로빈슨의 마지막 마이크 웍...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나는 끝났고 패배자이며, 더이상 못할거라 하지만 알고 있나요? 나에게 '끝' 이라고 말해 줄 사람은 여러분들입니다. 왜냐면 당신들은 내 가족이니까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