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홉킨스 님의 글을 읽고 ADestinedRoad 02-12 조회 4,489 공감 3 4

 

혹시나 절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몇개의 글을 써서 올렸던 저 역시 2000년 초부터 게임 개발을 했던 몸이고 메이홉킨스님과 더불어 간판이 좀 있는 회사, 혹은 듣보잡 회사에서도 일해본 적이 역시나 있습니다.

 

게임 회사의 규격화라 규격화.......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거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면 규격이란게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놔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물론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 사람은 모두 다른 경험을 쌓고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됩니다.

과거 저는 게임 만드는 과정을 인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비유했던 적이 있지요. 그런 외과 성형 시술과 내과 시술을 수십명의 닥터가 붙어서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모두가 똑같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모두 똑같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시술 방법은 다를 겁니다. 아. 개복 수술의 경우 모두 배의 가죽을 연다는 점에서 시작은 같을 수 있겠군요.

 

그러나 위 과정은 언제나 '출혈'이라는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 '출혈'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수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는 '수술 교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바로 여기가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는 '교본'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경험'이 '교본'이 될 수 있을 지언정 '교본'이 '게임'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 그렇게 생각했던 분들이 좀 있는 걸 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오히려 '이론'에 의해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하더군요.)

사실 프로세스라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춰서 일하는 것이 즐거울리는 없습니다. 프로세스라는 말 자체가 공장 시스템을 의미할 수 있으니까요. 거의 80% 그렇습니다.

 

그리고 프로세스 때문에 일이 재미없게 되는 것도 결국 아닙니다.

결국 메이홉킨스 님의 말 중에서 하나가 핵심이 되는데요.

 

'뭐? 재미? 개발자의 목소리? 무슨 헛소리야. 그것들은 완전 허무맹랑해. 기본적으로 재미와

 

 개발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란 걸 따라가다가는 규격화와 관리가 힘들다구, 그게 뭘 의미하는

 

 지 알아? 쪽박이야 쪽박!!!! 다른 재미와 다른 개발자! 이것들은 언제든 다시 대체할 수 있어!!

 

 널려있으니까! 하지만, 조직의 규격화와 관리는 존속되어야해! 그것은 곧 안정성과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의미하니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삐삐삐~(심의삭제)정도 나온, 영어도

 

가능하고~ 애초부터 노는 물이 틀린 우리들만 주관할 수 있어! 헛소리말구 이 시스템을 따라오

 

던가! 아니면 꺼지던가 해!'

 

 

그렇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안정적인 재미의 규격화라는 것을 어떤 경로로 증명할 수가 있는가?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시장도 넓고 개발자들 폭도 넓어졌습니다. 당연히 개성의 폭도 넓어졌고 생각하는 재미도 다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원하는 게임은 단 하나의 핵심가치를 가집니다. 당연히 뭔지 아시겠죠?

 

'잘 팔리는 게임, 회사를 유지시킬 수 있는 게임'

 

즉 회사에서 원하는 게임은 안정적인 재미를 가지면서 회사에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지요. 거기서 얻어지는 폐해는 다 아실 겁니다.

과거 FPS게임 (서든, 스포)의 성공은 수많은 FPS게임의 창출로 나타났었습니다만 지금 결과적으로보면 국내에서만 볼 때 아바와 CSO(카스 온라인)이외에는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예 하나 더.

헬게이트와 헉슬리로 대변되는 MMOFPS장르가 그것인데요. RPG와 FPS의 접목이 시장에서 금전적으로 외면받자 이젠 어디에서도 MMOFPS란 장르를 만든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끽해야 APB 정도인데 과연 이것이 투자대비로 성공을 거둘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장르의 레드 오션화를 부추기고 있는데 개발자들은 자신의 일과 재미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상황인 것은 이런 것이 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좀 되는 회사들은 프로젝트를 여러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만 보유 프로젝트를 보면 솔직히 이런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규격에 집착하다보니 파격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최근에 짙어졌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던파는 어땠다.', '리니지는 이렇더라.' 물론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던파는 이랬으니 우리는 저렇게 해보자라는 논의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가 규격을 원하는 것과 달리 개발자가 파격을 원한다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다만 파격과 규격의 밸런스가 현재 개발에서는 깨어진 점은 사실이라는 것이겠지요.

 

여기서 저는 2가지의 게임을 이야기할까합니다. MMORPG라는 게임을 벗어나지 않았으면서 파격을 연출한 게임을 우리는 몇가지 기억합니다만 그중에서 저는 2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마비노기'와 '아틀란티카'입니다.

 

마비노기와 아틀란티카의 첫모습은 분명 기존 MMORPG가 가진 모습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생활형 RPG라는 것 자체도 그랬지만 전투 시스템에서도 기존과 달리 가위바위보 형태의 전투를 강조한 마비노기와 다들 시대가 지났다고 여겼던 턴제 RPG의 전략 요소를 도입한 아틀란티카.

위 두 게임은 분명 MMORPG의 기본 요소는 가지고 있었지만 파격의 요소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마비노기와 아틀란티카가 지금 시장에서는 다소 밀려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분명 누구나 알고 있고 회자되고 계속해서 수익을 올리면서 장기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지요)

 

그리고 위 두 게임의 개발에는 프로세스가 없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회사들보다 빡센 프로세스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이야기할려는 것을 파악하신다면 그분은 업계인이시겠지요.

이 게임들과 다른 게임들과의 차이점은 정확히 말해서 이 게임을 '리딩'했던 '리더'와 메이홉킨스님의 글에 나온 위와 같은 말을 하는 '리더'의 차이입니다.

(물론 모든 리더를 이 2부류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리더의 타입도 개성만큼 여러가지고 1장 1단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만 편의를 위해 2부류만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마비노기와 아틀란티카는 금전적인 수익과는 별도로 틀을 벗어나지 않는 '파격', 그 당시 잘나가고 있고 지금도 잘나가는 MMORPG라는 장르라는 '규격'을 토대로 실험을 했었고 그것을 잘 제어하는 '리더'가 있지 않았는가 하고 말이지요.

 

전 그리고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가 이런 리더들을 키워왔는가?

또한 나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에 신의 물방울에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건물의 이야기가 제 7사도로써 나오지요.

전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런 것이 그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창조한 이 미완성 건물은 이름과 같이 '성 가족 성당'의 '목적'을 가지고 창조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목적'을 이해해주는 '투자자', '목적'을 잘 설계하는 '리더', 그리고 그 '목적'을 잘 이해해주는 '다른 사람'.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이 모든 것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겠지요. 모든 회사가 이와 같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메이홉킨스님의 글과 같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글이 나오고 그것을 댓글로써 논할 수 있는 장이 나온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지금의 한계를 깨고 다음 한계를 향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의 개발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의 한계가 '프로세스화','규격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뭐, 길게 이야기했지만 요는 이거에요.

'게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규격화'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이론만 빠싹한 사람'이 아니라 말이지요.

 

쓰다보니 저도 주절주절하고 말았네요. 그냥 글보고 느낀 거를 쓰는 거라 대충대충인 점 죄송합니다.ㅋ

COOL: 3 BAD: 0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ADestinedRoad | Lv. 4
포인트: 744
T-Coin: 0
댓글 0
에러
시간
[비밀글]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쓰기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