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누구에게나 쉽고 재밌는 게임?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 라는 말이 나오는건 당연지사인 지금의 시대, 얼마전부터인가 온라인 게임의 갯수는 300개의 스파르타 군단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증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 숫자가 늘어났고 , 콘솔게임도 저마다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여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있다고 한다. 물론 아케이드도 사장되었다고는 하지만 마니아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는거야 당연한 소리가 된지는, 몇년전부터 개편된 대형 게임장 위주의 시장 덕분이었다.
아케이드 키드로써 ,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적잖게 좋아하는. 그래서 철이 없는 필자도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게임 라이프에서 아직도 허우적 대는 중인 탓이 크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을 많이 알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과연 게임을 잘 하지 않고 지극 단순한 게임만 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게임이 하고 싶다고 했을때. 과연 어떤것을 추천해줘야 하는 것일까?
여러 게임시장을 크게 나눈다고 보자. 온라인 게임 시장 . 콘솔 게임 시장. 아케이드 게임시장까지. 과연 이 수많은 시장 안에서 수많은 게임과 플랫폼의 격차도 엄청난 이 게임이라는 춘추전국플레이 삼매경의 와중안에서 과연 무엇을 뽑아야 상대방에게 만족 시키고 좋은 것을 뽑는 것일까?
...
이게 무조건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하나의 예(例) 를 들자면.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카페사람들과 함께 매주 게임센터에 모여서 리듬게임이라는 변명으로 항상 만나면서 리듬게임을 죽자사자 했다. 리듬게임으로 시작해서 밤샘도 마다않고 , 술도 마시면서 , 찜질방도 단체로 같이 가면서 놀고 그러는 셈이다. 보통 참석자들은 대부분 게임을 많이 하긴 한다. 하루에 만원깨지는거야 우습다. 한판에 500원이라는 기가막힌 콩나물 머리도 똑 따먹힐 물가로 게임을 신나게 하면서 PC방을 싫어하니 그럴법도 하다.
하지만 오락실에는 오락실만의 짜릿함과 담배연기가 없다는 점 . 그리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노는곳이지, 우리는 닭장같은 PC방에서 근린생활 하고 싶지않다는 나름의 자위적인 이유를 대면서도 500원을 잘도 집어넣는, 그런 게임 카페 모임인 셈이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번화가의 한 오락실에서 대중들의 신기한 눈초리를 받으면서 리듬게임을 신나게 하면서 놀던 터였다. 수백콤보가 터지고 올 콤보가 터지기까지 하는 리듬게임의 향연을 즐기고, 때로는 게임오버 당하면서 약이 바짝 오르기도 하는 그때에 나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어느새 느긋해진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이야기나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노트북이나 PSP를 꺼내거나 둘중의 하나였건만. 그때 아는 동생이 갑자기 불쑥 다가오더니 나에게 이런말을 꺼냈다.
"형 저 재미난 PC게임좀 추천해주세요. 리듬게임 말고요." 하고 말이다.
참고로 그녀석은 게임이면 좋아하긴 하다만, 취향을 심하게 타는 녀석중 하나 였다. 그 녀석에게 마음에 드는 게임은 그닥 몇 없었다는 예전의 이야기도 얼핏 들은 터였다. 하지만 그녀석은 내가 게임쪽에 관련해서 글을 몇번 쓰는것도 잘 읽고 리플까지 다는 녀석이었고 , 토론문화도 나름 볼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런 부탁을 했던 것이었다.
".... 몇 없을텐데 , FPS는 어떻냐?"
"총쏘는거요? 서든어택같이 구질구질하게 무한 킬빵 하는건 안할거에요."
뭐, 그렇게 농담반으로 국민 FPS 게임을 실컷 욕하면서 흔쾌히 답을하고는, 어느새 리듬게임에 다음 대기 차례도 잊은채 요즘 잘나가는 FPS 이야기를 했다. 콜 오브 듀티가 좋다니.. 크라이시스가 그래픽이 끝내준다느니.. 온라인 FPS 중에서 그나마 잘쳐주는건 뭐라니... 하면서 실컷 이야기 하다가도, 누군가가 리듬게임이 끝나고 나에게 차례를 알려주면서 빨리 하라는 말에 그만 말이 끊겼다.
하지만 오락실 리듬게임 플레이 10분 하고 나면 다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자연스런 생각에 말은 그렇게 끊어졌는데 , 500원짜리 학 한마리를 넣기전에 이녀석은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형. 형이 아까 말했던 게임 이름 좀 나중에 메신저로 다 알려주세요."
"뭐 그러지~"
그렇게 간편한 생각으로는 말해버리고 그렇게 놀다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고 , 약속대로 그 동생녀석은 나한테 이것저것 게임 타이틀 이름을 잘도 물어보고는 이제 게임좀 여러개 즐길게 생겼겠구나. 형이 추천해주는거니까 재미나게 해볼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이후에는 뭐 그렇듯. 그 동생에게서는 묘하게 연락이 없었다. 간간이 메신저에서도 봤지만 "ㅇㅇ" 같은 간단한 대답만 날아들뿐. 그것도 한 두세번 메신저 이야기 오고가고는 답변조차 오지 않았다.
이녀석이 왜 이렇게 말이 없지.. 오락실에서는 그렇게 말 잘걸고 나랑 장난 잘치던 녀석이...... 라고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추천해준 게임이 떠올랐다. 그걸 여러개 해보느라 정신이 없겠구나 싶어서 나중에 연락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달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한달정도가 지나자, 늘 오락실에 매주 알아서 모이던 멤버중에서 그 동생녀석이 다시 나타났다. 한달만의 재회였다. 필자도 직장인이 되고 하다보니 바쁘다가도 용케 타이밍이 맞았다. 만나자마자 반갑다면서 장난도 치고 꿍짝거리기도 하면서 죽이 잘맞곤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리듬게임의 다음차례를 기다릴때, 마침 플레이 하던 사람이 일정간격의 연타음이 많은 스테이지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 무한 연타의 푸념을 듣게 될 줄을 몰랐다. 바로 그 동생녀석한테 말이다.
"형. 형이 추천해준 총싸움게임들.. FPS 라고 하죠? 해봤는데 왜이렇게 어려워요?"
"그런게 리얼리티야. 니가 총 맞으면 상대방을 향해 제데로 조준 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런것도 고증하고 내놓은게 요즘 게임이야."
"아니, 그래도 그렇지. 리얼해도 너무 리얼해서 제데로 조준하기도 힘들다구요."
하고 계속 내가 추천해준 게임의 푸념만 죽어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치 리듬게임의 연타 콤보를 계속 이어가는 초고수마냥 그렇게 이어가더니, 자기는 좀 멋지고 우와 소리나오는 게임 하고 싶었던거지 조작조차 어려워서 엔딩보기힘든 게임을 골라달라고 했던게 아니라고 아쉬움을 상당히 토로했다. 마치 괜히 했다는 마냥 말하는 마음에 필자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온라인 FPS 에서 그래픽 좋은 게임하고 말지.. 그 뭐냐, 크라이시스던가..?? 그거 왜그렇게 애들이 안죽어요? 원래 심장 세발 맞으면 죽는거 아니에요?"
"헤드샷으로 조준하거나 반동 계산해서 쏘면 애들 잘 죽고 그래~"
"형. 서든어택에서는 심장 한번 쏘면 피가 70이 넘게 깎여요."
"..."
이 쯤 되니, 내가 정말 잘못 짚어줬구나 싶었었다. 그래도 최소한 게임에 관련된 글을 보고 토론도 하길래. 격식이나 게임 보는 눈이 있구나... 해서 살짝 코어한 게임을 추천해줬더니 되레 다시 온라인 게임에서 그 흔하디 흔한 게임들을 생각하는 동생녀석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뻘줌함과 침묵으로 , 괜한 고민을 생각하는 선생님 마냥 고민하고 있을때. 동생녀석이 다시 말을 꺼냈다.
"형, 저희집에는 지금 형이 추천해준 게임 정품으로 산 CD 몇개하고 , 돈이 아까워서 도저히 안되겠다 해서 불법 다운로드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한 두판 해보다가 포기한 ISO 이미지가 거의 100GB 가까이 쌓여있어요. "
이 말을 시작으로 무슨 게임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직접 해보니 개뿔이다더라 , 다른 게임은 했는데 엉망이다더라. 저 게임은 조작하고 응용계 찾아보니 100개 조작이 넘더라 하면서 오로지 단점만 내뱉으며 투덜대는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버려서 돌아온 동생녀석 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게임 대기코인을 걸어놓고 "형 차례야~" 라고 찾아온 녀석에게 "다음 사람더러 하라 그래. 나 잠깐 쉰다." 라고 하면서 빠져나오고는 , 밖에서 담배나 한대 펴버리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나는 이제 그 녀석에게 게임을 절대 추천해주지 않았다. 게임 편식이 심한것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추천해준 게임들은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보통 온라인 게임만큼 쉬운것일까? 장벽과 격차. 코어유저와 라이트 유저간의 갭이 내가 생각하는것 그 이상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도다보니 자연스레 추천이고 뭐고 그런 생각 조차가 하기 싫어졌을 뿐이었다.
...
흔히들 엄청난 명작이라 칭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나 그래픽 발군의 크라이시스 .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리니지라던지 , 그것도 아니면 오락실에 있는 격투게임 이나 리듬게임이라던지, 과연 이 목록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얼마나 잘 먹히는건 과연 몇 % 나 속할까? 일일이 분산해서 나눈다면 끝도 없겠지만, 일반인과 게이머의 비율은 절대적으로 게이머에게 절박해질뿐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토익 토플을 배우겠다는 일반인들이 훨씬 더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PC방 가서 스타크래프트나 테트리스를 때리고 말지. 라는 생각이 대다수다.
국내에서 서비스와 유통을 하고 있는 모든 게임들을 싸잡아서 본다면야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데 어디서 잣대를 들이대겠느냐 하겠지만은 , 과연 그 중에서 얼마나 " 누구에게나 쉽고 재밌는 게임" 이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게임이 입에서 나올까. 그 유명하다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 리니지도 어렵다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접속자보다는 곱절로 많은게 지금의 현실이다.
본론적으로 게임은 누구에가나 쉽고 즐거워야 한다는것이 당연한것이자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궁극의 목적이다.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익숙한 사람대로, 그러지 못한 사람은 그러지 못한대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각 플랫폼의 특색을 지금보다도 더욱 더 십분 활용하다 못해 백분활용, 천분활용 해야 함은 물론, 왜 내가 이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지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제데로 부여해주기 위해서 발에 땀나도록 뛰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게임업계에서는 , 그걸 잊어먹고 있는게 너무 많다 못해 그게 없는 불친절이 당연하다 못해 시크한거다 라고 생각하는 현이 조금은 슬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