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입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게이머 발언대에는 글을 못 올렸네요. 인게임 경제에 관련된 토론글을 하나 더 써야 하는데, 일단 재밌는 뉴스를 들은 게 있으니 이것 먼저 해결하겠습니다.
1. 클로즈 베타, 이제는 개성 시대!
과거에는 클로즈 베타, 오픈 베타, 상용화, 이 세 가지 말이 주로 쓰였습니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다음과 같은 인상을 줬고요.
클로즈 베타- 한정적으로 뽑는다. 먼저 즐길 수 있지만 캐릭터가 초기화된다.
오픈 베타- 초기화도 안되고 언제든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
상용화- 오픈 베타 끝났다 -> 계속한다 or ㅃㅃㅇ (.....)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쓰이던 용어 대신 새로운 말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미어 오픈 (마영전), 파이오니아 오픈, 와일드 오픈, 또 뭐 있더라....?
여하튼 클로즈 베타라는 말 대신 다른 용어를 쓰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지금도 '클로즈베타'라는 말이 대부분 쓰입니다만, 네이밍 마케팅(적절한 제품 명으로 고객의 흥미를 끄는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2. 좋은 점은?
(1) 주목 효과
일단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왠지 모두가 클로즈 베타라고 하는데 누구 한 명만 '프리미어 오픈!'이라 하면 주목을 끌기 쉽습니다.
(2) 클로즈 베타란 말을 쓰기는 싫고, 오픈 베타란 말을 쓰긴 부담스럽고 할 때
아무래도 '클로즈 베타'하면 홍보 효과가 좀 떨어집니다. 클로즈베타라고 하면 '클베한다고? 그거 키워도 초기화되잖아.' 혹은 '서버 상태가 안 좋잖아.', '일단 테스트니까 콘텐츠가 부족하잖아' 등등의 이유로 플레이를 안 하는 유저들도 있더군요.
물론 요새 클베는 증원도 많이 하고 클베 테스터로 안 뽑혀도 PC방에서 할 수 있고, 심지어 초기화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클로즈 베타'하면 인원 제한, 레벨 초기화를 떠올리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런데 준비도 덜된 상태에서 오픈 베타 선언하기에도 곤란합니다. 서버, 콘텐츠, 기타 서비스가 오베답지 않다고 생각한 유저들의 욕이 쏟아지거든요. 게시판에서 그런 난리가 터지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한 마디로 브랜드 가치가 깎이는 상황이죠.
이때 새로운 테스트 이름을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령 레벨 초기화는 안 되고 인원도 꾸준히 증원하도록 설계해도 '클로즈 베타'란 딱지가 붙으면 유저들이 그냥 지나치니까요. '프리미어 오픈'이라든지 다른 말을 쓴다면 유저들이 '이건 뭐길래 클베도 오베도 아닐까'하고 테스트 일정 밎 서비스를 꼼꼼하게 읽는단 말이죠.
(실제로 마영전의 프리미어 오픈은 피씨방 유저 한정이라 클로즈 베타의 성격을 띄었습니다만... 레벨 초기화도 안 됐고, 당시 8천원인가 상품 결제하면 집에서도 마영전을 할 수 있었죠.)
덤으로 일단 오픈 베타는 아니니 '오픈 베타할 때 콘텐츠와 서버 문제가 나아질 겁니다. 기대해주세요~'라고 유저들을 달랠 수 있습니다.
여하튼 새로운 서비스로 게이머를 공격적으로 유치해야 하는데 오픈 베타라 하기 뭣한 때는 새로운 이름으로 승부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있는가?
경영학에서는 성공 사례로 '폭스바겐'과 '아우디', '도요타'와 '렉서스'로 꼽습니다. 도요타는 서양인들에게 '가격대비 성능은 좋지만 고급은 아닌 차량'이란 인식이 박혀있었습니다. 결국 도요타는 고급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고급 자동차 전용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그게 '렉서스'였죠.
3. 문제가 있다면?
(1) 요즘 개나 소나 다 그러고 있어!!
초기에는 이름을 바꿔서 클로즈베타를 하니 신선하게 보였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워낙 많은 회사들이 저마다 고유 테스트 명을 외치니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어렵습니다. 본래 특수이득은 초기에만 발생하고 다른 회사들이 모방하기 시작하면 사그라지는 거니 별 도리가 없긴 합니다.
(2) 햇갈려! 대체 이 테스트는 뭘 의미하는가?
우습게도 게임사가 새로운 이름으로 테스트를 해버리니, 클로즈 베타와 오픈 베타, 상용화란 용어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혼란을 느끼더군요.
물론 테스트 이름을 듣고 '뭘까?'하고 찾아와서 테스트 일정과 서비스 폭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테스트 이름을 슬쩍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 대상으로는 이야기가 다른 것 같더군요.
예컨대 사실 상 이 테스트가 클로즈 베타에 해당되고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름이 '~ 오픈'이다 하면, 게이머는 이걸 빨리 신청해야 하는지 느긋하게 신청해도 되는지 햇갈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날짜라도 놓치면 다른 게임을 하게 되겠죠. 혹은 테스트 서비스 폭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요. (이 게임은 클베라더니 왜 PC방에서 해야 하냐.. 라든지)
4. 베타 테스트 네이밍 마케팅이 지향해야 할 점
그래도 일단은 이름 덕분에 유저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실상 클로즈 베타 시기인데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여전히 게임사들은 테스트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어떻게 네이밍 마케팅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이게 토론 주제가 되겠군요.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1) 직관적인 작명 센스
듣자마자 '이 테스트는 이럴 것 같아', '테스트 이름이 이 게임을 연상하도록 만드네?'라고 생각하도록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이 쉽지 실제로 하려면 힘들겠지만.... 게임에 열정을 가지고 입사한 패기 넘치는 종사자분들이라면 어떻게든 할 거라 믿고 넘어가겠습니다. (...)
(2) 이름의 참신성보다, '테스트 기회의 가치'를 어필하라
이 글을 쓰게 된 재미난 뉴스입니다.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7/2012012701494.html
구두수선·시계수리·열쇠제작·글자새김·사진인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 800여곳을 운영하는 경영자 팀슨의 이야기입니다.
이 중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화재 세일'이었습니다. 팀슨이 작은 회사를 경영할 때, '불이 난 매장에서 건진 상품들을 값싸게 팝니다'라고 세일을 열었는데 효과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무려 이틀간 매출이 그전 20주 동안의 매출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효과가 좋았을까요. 아무래도 불이 나서 매장을 처분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거든요. 소비자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세일이 아니다!' 생각하겠죠. 한마디로 화재 세일이란 이름은 '평소보다 희소하다는 가치를 이벤트에 부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세일보다 화재 세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매출 증가가 나타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테스트로 네이밍 마케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 테스트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어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어떤 가치를 부여하냐는 기업의 테스트 일정과 서비스 폭, 그리고 경쟁사와 겹치지 않는 영역을 고려해서 해야 할테니.... 구체적으로 뭘 하라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만약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제가 게이머 발언대에서 글 쓰겠습니까? 어느 게임사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