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자랑하려고 쓴글은 아니구요.ㅎㅎ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가 어디서 얻어오신 286컴퓨터로 삼국지라는 게임을 접한후 게임에 푹 빠져산 29살 청년입니다. 아버지또한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 게임이라는것에 흥미를 가지셨는데 286컴퓨터 뻗을때 즈음 심시티2000이라는 게임이 하고싶으셔서 486DX를 어느날 사오셨죠.
아마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지게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486은 펜티엄이되고 펨티엄은 듀얼코어가 되고 어느덧 지금의 쿼드코어 컴퓨터를 가질때 까지 정말 많은 게임을 해봤습니다.
명절 용돈모아 창세기전2 샀다가 어머니한테 무진장 맞기도 했으며, 생일 선물뭐 가지고 싶냐는 질문에 무조검 게임이라고 대답했다가 또 어머니한테 맞기도 했죠.
그렇게 컴퓨터와 게임은 제 인생에 있어 하나의 큰 줄기가 되었죠.
시대가 지나면서 이제는 온라인 게임이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저는 얼마전 PS3를 구입했습니다.
32만원짜리 본체에 타이틀 세개를 한번에 구입하고 지금 천천히 콘솔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신기한게 컴퓨터로 게임을 처음 접한 제가, 비디오게임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던, 오히려 "컴퓨터만 있으면 다 되는데 뭘 그런걸 돈주고 사?"라는 입장이었던 제가 PS3를 샀습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와우,던파, 마영전같은 온라인게임에 빠져살던 제가 말이죠.
저는 흔히 말하는 게임불감증에 걸려있었습니다. 이 게임 저 게임 옮겨 다니기 일쑤에 한번 한 게임은 3개월이 안넘어 가는 그런 증세요. 그렇다고 제가 오베족인것은 아닙니다. 상용화하면 3개월권 무조건 삽니다. 아이온도 유료화 할때 3개월 질러서 받은 날개달고 허세질해보기도 했고, 테라 역시 3개월 질러서 군마타고 허세질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달도 못가서 접었지만요.
마영전역시 내팬티는 헐어도 피오나 팬티는 예쁜거 사입혔습니다. 재밌으면 돈을 씁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더군요. 현질을 해서 던파 13강무기에 클론레압에 유물셋에 차원작 이런거 했는데 막상 하고나니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비싼 돈 투자한 게임이 재미가 없을까?
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내린 게임에 대한 철학을 깨우쳤다고 해야 할까요.
14년전 일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머니한테 맞아가며 샀던 첫 패키지게임인 창세기전2를 플레이할때 제 모습을요. 그때 3만2천원을 주고 산 그 네모난 상자를 연 이후 일어났던 일들을 조금씩 기억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에서는 볼품없는 플로피디스크 몇장 위에 놓여져 있던 약 5밀리정도의 메뉴얼. 게임 시간이 정해져 있던 저는 게임을 할 수 없을때 수없이 메뉴얼만 읽으면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리곤 했었죠. 아 파이어애로우는 이 문자랑 이문자랑 이문자를 조합하면 되는구나하며 마치 자신이 마법 룬문자를 익힌 것 마냥 으쓱해지기도 했었고, 앗 암호적힌 모서리가 찢어졌을때는 정말 눈물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조급해 할거 없이 저는 창세기전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해낸 순간 저는 왜 제가 게임불감증에 걸려버린건지 깨달았습니다. 인터넷속도와 컴퓨터가 빨라짐에 따라 고작 몇분만에 설치되어버리는 게임들. 게임이 무슨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칼을꺼내어 휘두르는 자신의 캐릭. 이유도 모른채 강해진 후 방황하는 자신의 캐릭을 보면서 저는 허탈함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천천히, 조급해 할거 없이 게임을 즐기던 소년은 어느새 경쟁이 만연한 게임의 플레이에 화장실에도 가지 못한채, 밥도 먹지 못한채 몇시간이나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스스로를 구속시킨 것이었죠.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의 무시무시함을 그때 처음 자각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온라인게임을 모두 접었습니다. 그리고 PS3를 샀습니다.신작이라던 아머드코어5와 명작롤플레잉이라는 스타오션4, 그리고 독특한 전략시뮬인 전장의 발큐리아를 샀습니다.
사고나서 후회가 들더군요. 40만원이라는 돈을 들여 산게 또 며칠만에 질리진 않을까. 좀더 알아보고 살걸 하는 후회말이죠.
불안한 기대감에 부풀어 처음 PS3을 돌려보니 어릴적 창세기전2를 했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한참 얇아진 몇장정도의 메뉴얼이 다였지만, 스타오션4의 메뉴얼을 정말 10번은 본거 같습니다. 아 이놈이 주인공이구나. 전투는 이렇게, 어쩌구 저쩌구.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몬스터 잡아오라는 퀘스트는 아무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루할 만큼 긴 오프닝. 하지만 그 속에는 주인공이 왜 모험을 하게 되며, 왜 싸워야하는지 이유를 말해주더군요.
거기다 콘솔게임안의 모든 캐릭터들은 내 캐릭이 성장할때까지 기다려줍니다. 누군가에게 추월당할 일이 없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는 게임 하다가도 화장실 가고 싶으면 잠시 멈춰두고 느긋하게 다녀옵니다. 밥도 제때에 챙겨먹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플레이 하고 싶으면 플스넷인가 하는 곳에 접속합니다. 친구가 술먹자고 하면 저장해놓고 나갑니다.
인던돌다가 한번 죽으면 씨발좃같네 하며 욕을 한 후 파탈하던 제가 8판 게임오버를 당하고도 9판을 도전을 합니다. 온라인게임할때 복잡한 것이 나오면 패쓰하거나 접어버리던 제가 루리웹 사이트를 돌며 공략을 찾아봅니다.
종합하자면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게 바로 여유로움이겠죠.
저는 그 여유로움에서 게임의 즐거움을 다시 만끽하고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게임을 하니 그 게임의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전장의 발큐리아의 경우 에피소드를 깰때마다 대원이 추가되는데 그 대원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특기 취미가 무엇이며 나이가 몇살인지...
비단 PS3의 경우만은 아니겠죠. 콘솔게임이든 온라인 게임이든 분명 여유로움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다 보면 반드시 비슷하리라 전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PS3샀다고 자랑하는 글이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