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이후의 MMORPG는 어떻게 될까? LLINON 02-13 조회 5,910 공감 5 31

<WOW>가 처음 나왔을 때 게임 시장이 받은 충격은 단지 그 엄청난 매출에서만이 아니었다.

 

기존의 MMORPG가 매니아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어서 게임 경험이 거의 없는 플레이어들이 결코 쉽게 접근하기 어렵던 것에 반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는 여성과 기존에 게임을 거의 경험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이고 결국 MMORPG가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 창출'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2000년 초반 <리니지>로 인해서 겪었던 한국 게임 시장의 충격과도 비슷하다. 택시 기사가 일을 마치고 PC방에서 밤을 새며 공성전에 참여할 정도로 MMORPG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캐주얼화 되기 시작했던 전례가 있으니까.

 

그리고 한국 시장이 겪었던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MMO 게임들이 이 캐주얼 MMO 플레이어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과 같이 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리 만큼 예견된 것이었다.

이 캐주얼 게임 플레이어들, 정확히는 캐주얼 MMORPG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대기 수요'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기존에 개발하던 MMORPG들은 <에버퀘스트>와 같은 부류의 '파티 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MMORPG'를 개발하던 도중 <WOW>가 던진 이 충격파를 맞게 되었고 타겟 시장을 기존의 하드코어 MMORPG 플레이어에서 캐주얼 플레이어로 급 변경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타겟 변경에 기존 하드코어 MMORPG 플레이어들과 새로 시장에 유입된 캐주얼 플레이어들 사이의 괴리는 또한 당연히 예상된 문제이기도 하다.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엘리트 의식 - 남들이 하지 않는, MMORPG를 플레이한다는 특권 의식 - 이 캐주얼 플레이어들에 의해 침범받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게임의 내용이 '절대적인 협동'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것에 비해서 캐주얼 플레이어들을 위한 솔로 플레이 컨텐츠들이 게임 안에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WOW>가 만든 퀘스트 위주의 게임 플레이가 - 결국 만렙에 가까워 질수록 더 이상 솔로잉은 힘들다고 봐야 하지만 - 게임을 풍족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기존의 MMORPG를 그 만큼 변질시키기도 했다는 뜻이다. 여러 시간을 파티 구성에 소모하고 힘들게 맺은 파티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뜻이 맞지 않거나 플레이 스타일을 조정할 수 없으면 과감히 파티를 깨고 다시 다른 파티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불편함은 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파티를 맺지 않고도 혼자 할 수 있는 퀘스트들을 찾아서 소규모의 파티 구성이나 혼자서 퀘스트를 함으로써 게임 공간 안에서의 시간 활용이 좀 더 효율적이 된 것이 불만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불만스러운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MORPG의 개발비는 날이 갈수록 수십억 원을 넘어 수백억 원이 들어가고 있고 연인원은 천 명 단위로 투입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발비의 급속한 증가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매출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기존의 매니아 시장만을 보고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매출이니까.

결국 MMORPG는 싱글 플레이를 계속 수용해서 적용해 나갈 것이고 '가상 세계' 안의 생활은 기존의 MMORPG가 강요하던 "너희는 함께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원한다면 혼자 놀아도 좋다"는 것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는 MMORPG가 싱글 플레이 RPG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오블리비언>과 같은 완벽한 싱글 플레이의 공간에서 나름의 삶을 살면서 퀘스트를 수행해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MMORPG라는 공간에서 필요에 의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동하거나 혼자서 유유자적하는 세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퀘스트를 수행해서 레벨을 올리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동해서 더 강한 몬스터를 물리치는 컨텐츠로는 이들을 공간 안에 묶어둘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플레이를 원치 않았던 컨텐츠들이므로 가상 세계를 자리하고 있던 NPC의 역할들을 플레이어에게 풀어 줌으로써 좀 더 다양한 컨텐츠들을 제공해야 한다.

리처드 바틀이 분류한 플레이어의 성향을 진정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투를 원하는 플레이어들은 전투를, 생산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은 생산을, 단지 채팅과 '함께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또 필요한 컨텐츠를 안겨줘야 한다. 시장이 커지고 넓어지는 만큼 다양한 욕구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충족하지 않으면 그들을 공간 안에 묶어둘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말 공개된 <뱅가드>는 이런 면에서 그들의 방향성을 3가지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전투 레벨과 생산/채집 레벨, 외교 레벨을 분리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은 공간 안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 플레이를 진행해 나갈 수 있고 이것들은 게임 내에서 좀 더 원활한 경제 활동과 게임 플레이어의 시간 소비를 유도할 것이다.

2007년은 그런 면에서 <WOW> 이후에 바뀐 MMORPG들의 실험적인 여러 시도들이 테스트되는 해가 될 것이다. 구미 시장에서 올해 출시할 것으로 예정 되어 있는 <반지의 제왕 온라인>(Lord of the Rings Online),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 : Age of Reckoning), <캐러비안의 해적 온라인>(Pirates of the Caribbean Online), <코난의 시대>(Age of Conan), <신들과 영웅들>(Gods and Heroes)와 같은 굵직한 게임들은 결국 이 캐주얼 시장으로 바뀌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를 시험당할 것이기도 하다.

캐주얼 게이머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시장의 성공도 없고 그 안정적인 매출의 유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그들을 끌어들이고 정착하게 만드는 것은 하드코어한 파티플레이 전투가 아니라 자유로움이기 때문이다.

 

PS. 오랫만에 쓰는 글이라 좀 거칠게 나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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