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참신한 온라인 게임을 기다리며(링크)'라는 무척이나 모호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뭔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밑천이 후달리는걸...
그 이후로 몇 개월간 간간이 생각해 본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크게 보자면 참신성에 있어서 게임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다.
- 프릴이 있는 게임
- 컨셉이 있는 게임
- 철학이 있는 게임
프릴이 있는 게임
프릴(frill, 화려한 레이스)이 있는 게임은 기존에 있는 게임들을 벤치마크 해서 나름의 장식을 가미한 게임들을 말한다.
마후라 바꿔 달고 데칼 붙이고 스포일러 달아도 아반떼는 아반떼다.
차 내부를 헬로키티 컨셉으로 튜닝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이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컨셉이라고 내세우는 많은 것들이 내가 보기에는 그냥 프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컨셉이 있는 것처럼 선전해서 가보면 결국 프릴게임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홀릭>...
컨셉이 있는 게임
컨셉이 있는 게임은 독창적인 몇 가닥의 중심을 가진 게임을 말한다.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있기에 그것을 기준으로 필요한 것들이 강화되고 부차적인 것들은 정리가 된다.
랠리 참가를 위해서 엔진개조를 비롯한 각종 튜닝을 한다면 그것이 지향점(컨셉)이 되는 차가 된다.
랠리에 필요한 것은 강화를 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그대로 두거나 제거한다.
온라인게임에서 본다면 <마비노기> 챕터1, <리니지>, <WOW>, 좀 약하지만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이 그런 것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몇 개 더 있다.
디스이즈게임도 컨셉이 있는 게임웹진이다.
유저들의 글을 비중있게 다루고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UCC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에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야 점유율 1위의 게임메카는 프릴웹진이다.
철학이 있는 게임
컨셉은 게임의 기획단계에서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철학은 불가능하다.
철학이 있는 단계에 이르려면 한 가지 게임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 있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되는 예로는 닌텐도와 게임은 아니지만 구글 같은 기업을 들고 싶다.
아쉽지만 국내기업은 생각나는 곳이 없다. 굳이 찾자면 유한양행 정도?
철학은 기획단계에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이 서 있으면 컨셉은 자동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이 쉽게 결정될 수 있다.
철학은 지역풍토와 같아서 온대에서는 온대기후에 맞는 주거양식과 먹거리가 정착하게 되는 것처럼 철학이 있는 게임업체가 개발한 게임에서는 그 철학이 배어나온다.
철학은 CEO의 생각 혹은 창업정신(사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학이 나와 맞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철학을 좀 가지라고.. 얘네처럼..
사실 철학이 있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고 자기 컨셉이라도 확실한 게임들이 간간이 보였으면 했지만 <마비노기>도 챕터2부터 애써 자기 컨셉을 버리고 프릴게임으로 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는 컨셉이 있는 게임을 기다린다.
물론 컨셉이 있는 게임이 나와도 나는 내 취향에 맞는 게임만 할 것이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