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나름 88년 XT와 MSX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게임을 해오고 있는 게이머입니다.
거의 국내 PC게임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자부합니다. (왠지 자랑이 아닌듯한.. ㅜㅜ)
지금 제 하드디스크에 깔려있는 게임은 와우와 EVE online입니다.
그리고 얼마전까지 있던 게임은 Heroes of Might & Magic V (정품 -_-;)입니다.
이외의 게임은 거의 2년이내에 깐적이 없습니다.
R2한번 깔아봤었고, GE랑 메이플은 동생과 친척 동생들, 지인들이 하는 걸 봤었고,
FPS는 예전에 카스 잠깐, 써든과 배틀필드 비스무리한 것등은 지인이 하길래 한번 해봤고,
권호 온라인도 잠깐 했었군요.
그 이전에... DAOC은 잠깐 해봤었군요. 리니지랑 리니지2도 손은 대봤었습니다.
당근 스타랑 디아블로는 한참 했었구요. 워3도 캠페인 다 클리어해봤군요.
최근에는 뱅가드 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해봤다가 접었고, 기타 워매머니 하는 기대작들에 대해 기대중입니다.
이런 제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면, 게임 불감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이른바 막장 게이머라고 판단됩니다. 뭐... 이브 온라인 게이머들은 대체로 이런 저런 게임을 다 거쳐 더이상 할게임이 없어 정착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ㅡ.ㅡ
아무튼.. 그런 상태로 오가는 논쟁을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뭔가 논쟁이 '비난' vs '변명'의 대립으로 보입니다.
아마추어 기획자 겸 올드 게이머와 게임 개발자의 구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저기서 저는 뭔가 발전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해보겠습니다. 물론 흔히 나오는 일반론에 가까울 것 같아서 자신이 없네요. -_-;
아무튼,
저도 나름 회사 다니면서 이런 저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참 많은걸 느꼈습니다.(게임은 아닙니다. ㅋ) 더욱 '공동창작'이라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많이 느꼈죠.
그러면서 올드 게이머이자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기획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기획력의 부재를 다음과 같은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겠더군요.
1. 의사소통의 문제
한번은 어느 프로그래머에게 텍스트를 찾아내서 XML 태깅을 걸어주는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프로그램을 보니 영 엉성하고, 오류도 많고, 제대로 작동도 않하더군요.
그래서 나름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해서, C계열의 언어에서 자주 쓰이는 함수를 들어가면서 '이렇게 만들면 되지 않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제야 프로그래머는 저희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다시 해야하는데요?"라고 해서 걍 관둔 적이 있습니다.
즉 저희의 요구사항을 프로그래머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저희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공대 출신의 프로그래머, 미술계열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참석합니다. 아직까지 인문학 전공의 기획자가 있다는 소리는 못들어 본 것 같습니다. -_-; 기획자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쪽, 컴퓨터쪽 하시다가 전향하신 분들이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로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위의 예에서 보듯 3개 분야의 전공자들은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른 집단입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세우면 경계의 표현인데, 개는 반갑다는 신호로 알고 친한척하다가 서로 티격거리는 것처럼, 서로 같은 표현이라도 다른 뜻일수도 있고, 다른 표현인데도 같은 뜻일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인의 사고에 가장 근접하는 언어와 인식체계를 배우는 사람들은 별 쓸데없어 보이는 '인문학 전공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게임업계에서 쓸만큼 훈련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아무튼.
고로... 이중의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반 게이머 - 개발자
프로그래머-그래픽 디자이너-기타 기획자
이렇게 말이죠.
하다못해 일반 게이머와 개발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 초기단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동원해서 '괴물'처럼 수요조사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_-; 대기업에서는 뭐 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비용문제로 인해 엄두를 못낼 수도 있죠.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러한 마케팅의 결과를 기획에 정확히 반영할 만큼, 의사소통이 원할한 게임 마케팅 전문가가 국내에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_-; 왜냐면, 역시 마케팅 전문가는 경영쪽 전문가라서 '기타 기획자'의 범주에 들어가며, 거기서 또 개발진 사이에서의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아무튼...그쪽 분야 종사자가 아닌 관계로...잘 모르겠습니다.(리니지 등의 성공을 다룬 경영관련 논문을 본적이 있습니다만, 그분은 게임에 대해서는 초보시더군요. -_-;)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공동창작과 기획, 그리고 제작은 많은 문제에 봉착합니다.
게다가 많은 이공대, 미술계, 심지어 경영계 분들까지도 '인문학 그까잇거, 책 몇권 보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이런 점이 바로 '인문학'의 위기인데, 아무튼 몇권만 보면 됩니다. 대충 한 500권에서 1000권쯤 보면 됩니다. -_-; 거짓말 안보태고요. 아니면 인생 빡세게 30년쯤 살면 됩니다. 그럼 인문학 전공자만큼은 됩니다.
즉, 그 정도 지식체계를 쌓아올려야 그나마 쓸만한 인문학 전공자가 됩니다.
(여기서 쓸만한 인문학 전공자라 함은.. 전혀 연관성 없는 정보들 사이에서 정보를 읽어내고, 그 표면으로 드러난 것 이외의 이면정보를 읽어낼 정도로 훈련받은 사람을 뜻합니다. 역사든, 철학이든, 사회학이든, 언어학이든, 심리학이든 말이죠.)
문제는 그런 사람이 잘 없고, 거기에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쪽 분야에 정통한 사람도 없죠. 인문학 전공자들은 컴퓨터를 싫어하니까요 -_-; 기술 문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있을 정도거든요. 하다못해 워드 잘 쓰는 사람도 드뭅니다. -_-;
고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게임 개발 전반을 원활이 '통역'해서 성공적 의사소통을 이끌어낼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지식체계를 쌓아야 하니, 쉽지 않겠죠.
2. 매체에 대한 이해
국내 영화가 성공하기까지, 많은 감독과 스탭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식, 유럽식 영화제작을 배워와서 국내 영화에 적용하려는 많은 노력끝에 '쉬리'가 탄생했고, 그 뒤를 이어 많은 한국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참 헐리웃 영화에 비해서 암울한 시기였죠.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지만, 영화 기획력과 제작기술이 못따라갔으니까요.
저는 거기서 '노력의 방향'이 뭘까 생각해봤을때, 바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정확히 이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끝에 매체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인력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즉, 같은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만들더라도, 영화에 맞는 서술 방식이 있고, 애니에 맞는 서술방식이 있고, 드라마에 맞는 서술방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계는 '한국영화'라는 매체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냈기에 그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꽤나 유명한 감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해와 제작에 대한 경력을 동시에 갖춘 감독들 말이죠.
따라서 저는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즉,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부분은... 아마도 게임산업계의 원로들과 관련 교수들이 좀 더 주체가 되어 이론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국게임'을 만들어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근거에는.. 리니지, 뮤 등의 대박 신화가 있습니다. 즉,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 사람들이 원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만족시키면서 성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리니지의 경우, RPG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MUD의 발상을 적용하여 성공했다고 봅니다. 즉, 온라인 게임이라는 매체의 상호작용과 공동활동 이라는 부분을 도입했습니다.
뮤의 경우, 좀더 몰입감있는 그래픽과 그로 인한 쾌감을 자극하는 반응을 도입하여 성공했다고 봅니다. 역시 상호작용(흔히 말하는 인터랙티브)라는 점과 그래픽이 주는 몰입감이라는 요소를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와우의 대박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무슨 욕구 발전론 같습니다만 -_-; )
와우도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블리자드식 해석을 반영하여 제작된 결과물이죠. '또 하나의 세계'라는 슬로건이 바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깊은 역사가 있고, 그 NPC들이 내가 접하는 세상속에 살아있으며, 동일 내용과 행위의 반복을 최소화하고 여행하듯 퀘스트를 하면서 따라가게 했습니다.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몰입'을 유도하는 여러 요소들을 잘 활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재미'와 '몰입'을 끌어내는 요소에 대한 이론적, 학술적 고찰과 실험에 대한 실제 적용이 이어져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한국게임'의 몰입에 적합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도 게임 관련 서적이 많이 있지만, 그 번역은 과연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전공자마다 쓰는 언어가 달라서 제대로된 번역이 안나올수 가 있기 때문이죠. 단적인 예로 materialism이라는 단어를 '물질주의'라고 번역한 책도 봤습니다. 이건 '유물론'이라는 철학 용어죠.
'그깟거 모르는게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외국 게임서적의 저자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정정도 인문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면 엉터리 번역이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_-; 저는 그쪽 책까지는 아직 못봤어요. 다만 학계 일반적 상황이 그러하니, 이제 초창기인 게임관련 학문은 그러한 문제를 그대로 답습했으리라는 논리적 유추입니다.)
아무튼 이런 연구와 실험이 결코 쓸모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응용과학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필요한 것처럼,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와 실험에는...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고, 통계학이나 마케팅, 경영을 연구한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주장과 중복되는 군요. -_-;)
결국 그래서 게임업계에 적합한 '감독' 같은 기획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상 지금까지 있었던 '스타 기획자' 들은 아직 스타 감독 급으로 인정하기엔 좀 부족했잖아요? ㅡㅡ?(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ㅡㅡ? 몇몇 영화감독들은 존경할만 하지만, 아직 스타기획자들은 존경하기엔 부족한 듯 해서 그렇게 결론 내렸습니다만.... 돌 맞을 발언이려나 ㅜㅜ)
흠. 결론은 결국 '인력의 양성'으로 이어지는군요. 그리고 명감독이 되기 어려운 것만큼, 명 기획자가 되기는 참으로 지난한 과정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배울수 있는 것이 아닌, 혼자 완성해나가야 하는 길이라고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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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일단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어지러운 정신에 글을 쓰다보니 횡설수설합니다. ㅜㅜ 양해 바랍니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아!무!튼
요약하면, 올드 게이머이자, 인문학(사학)전공자로서 논쟁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즉, 개발 파트별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한국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게 결론입니다. 그 핵심에는 '감독급' 기획자가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으면서도 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넓은 시야와 탁월한 식견을 갖춘 기획자가 나와야 한다는 거죠. 결국 게임도 다른 매체들처럼 사람들의 몰입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공감과 몰입을 위한 필수 스킬! 이랄까......
킁....
이러한 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일반인이시며, 이공대 혹은 미술계 출신이실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인문학적 개념과 용어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사소통의 문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이 느꼈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 했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_-;
(당장.. 모 님과의 의사소통도 실패했죠? ㅜㅜ;;;;)
그래도 일단 두드려봅니다. 쓰는데 한시간 걸렸군요. ㅜㅜ
읽으시는데도 상당한 압박을 받으셨을듯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긍정적 토론을 해봅시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