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MMO 의 경제 시스템을 알아볼까?
*부분부분 나눠가며 글을 작성한 탓에, 앞뒤 부분의 말투가 다릅니다.(완성하고 나니 말투가 달라 뜨아아 ㅡㅡ;;) 특히 앞부분의 경어체는 깊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뒤에서 존댓말을 쓰니 양해해주세요 ^^;;
게임 내에서 돈. 그 입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먹고, 자고, 입는데 기본적인 돈을 쓰고, 그외에 여러가지 취미활동 등 ‘자신의 이익추구’ 를 위해 돈을 사용한다. 경제에선 이걸 통틀어 ‘소비’ 라고 하고, 경제의 최대 목표는 ‘공공의 이익추구’ 라고 한다.
필자는 최근,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경제와 우리가 하는 MMO 게임의 경제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생긴 흥미로, 지금까지 플레이해왔던 게임들의 경제시스템 등 살펴가며 글을 쓰기에 이르렀다.(정말 할짓 없다…)
우선, 현실의 경제를 대입하기 위해선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현실과 게임의 경제 체제의 차이이다.
1. 노동, 투자, 저축, 토지 - 임금, 이익, 이자, 지대
위에 열거한 것 들은, 현대 경제에서 정의하는 돈의 순환이다. 사람은 앞의 네가지를 주는 대신에 뒤의 네가지를 받게 된다. 이것은 경제의 기본원리로써 작용하는 것인데, 우선 이것은 게임내 경제시스템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게임의 경제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경제이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해결하면 주어지는 보상을 두고 노동과 임금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퀘스트는 정규직이 아니다. 또한 게임 상에는 투자의 대상이 되는 회사도 없고, 저축하면 이자를 주는 은행도 없으며, 토지는 유저의 소유가 아니다. 원시 경제처럼, 그저 채집을 통해 화폐가 들어오고, 그 화폐 가치가 책정되며, 그것을 NPC 에게 주고 다른 것을 대가로 받는다.
2. 화폐 가치의 결정
현실에서 화폐 가치는 여러가지에 의해 결정 된다. 단순히 사회에 풀린 통화량이 많으면, 그 화폐 가치는 평가 절하 된다.(싸진다) 또한 국제 환율의 문제도 있다.(이건 상당히 복잡하다) 또한 외환 보유 비율이나 부동산 비율에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게임의 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주 한정적이다. 게임에서 화폐를 버는 방법은 단 한가지, 채집이며 통화량을 조절해줄 중앙은행도 없다. 한마디로 화폐 가치가 매우 불안하다.
3. 수요와 공급
현실에서 수요와 공급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가 지속되므로, 어느 한쪽이 줄면 둘 다 줄어들고, 어느 한쪽이 늘면 둘 다 느는게 일반적이다.(요즘엔 그렇지만은 않다. 골치아픈 경제학) 수요와 공급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밀고 당기기이며 이에 따라 물건들의 가격이 책정 된다.
하지만 게임에선 상당히 모호하게 된다. 우선 게임내 물건들은 가치책정을 하기가 아주 힘들다. 주로 유저의 생산이 아닌 채집에 의해 공급이 충족되기 때문에, 가격은 말그대로 ‘엿장수 맘대로’ 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때문에 소유가 늘어도 공급이 늘지 못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도 한다.
- 그럼 뭐가 문젠데?
우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게임내 경제 시스템이 잘된 or 못된 게임을 골라 잡아 설명하겠다.
먼저, 경제 시스템이 매우 불안한 게임. 안쓰럽게도, 마비노기다.
지름노기, 돈지X노기 등 수많은 별명을 달게 된 게임. 게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무한 캐쉬질로 악명이 높다.
필자가 마비노기를 할 때 이야기를 해보자. 오베 때부터 마비를 즐겼던 필자는 상당히 이 게임을 좋아했다.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음악이라는 시스템이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베를 하던 중 필자는 마비를 접게 되었고 마비는 머지않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캐릭터의 나이가 무지막지 해졌을 무렵, 필자는 마비를 다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매우 그지였던 필자의 캐릭터에 형님의 돈을 받아 시작하였다. 그때 받은 돈 5만원. 오베시절 형과 내가 미친듯이 아르바이트를 뛰어 나눠가진 돈이었다. 오베 시절엔 엄청나다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던바튼의 광장으로 뛰어갔고, 거기의 장사꾼들을 보고 경악하기에 이른다.
“뭐? 칼 하나에 21만원!?”
그렇다. 상점보단 유저들이 파는게 싸겠지 라는 생각에 광장으로 달려갔던 본인은 그 가격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리블, 리화는 또 뭐고, 저 칼은 왜저리 가격이 높단 말인가? 상점에선 겨우 만원도 안하는 것이?(당시엔 숙련도 시스템이 없었다)
정말로 경악 자체였다. 오베시절엔 그 칼(브로드 였나, 숏소드였나 하던걸로 기억한다)이 사람들이 파는게 오천원도 안했다. 하지만 겨우 색깔이 붙었다고 단숨에 40배가 넘게 가격이 뛰어버린 것이었다. 그 때문에 필자는 그런 색깔이 붙은 흔히 럭셔리라고 부르는 템을 피해 일반 템을 찾았지만, 어느 유저도 그런 것을 팔진 않았다. 결국 필자는 눈물을 머금고 상점에서 거금을 뿌려야했다.
마비의 가장 큰 문제는, 캐쉬 시스템이다.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시 주어지는 염색약. 그것의 가격은 상당하다. 필자가 경악하던 저시절에 삼천원 하던 것이 요즘은 만원정도 하더라. 경악, 그자체.
그 염색약 때문에 각종 아이템에 색을 부여하고, 흔히 말하는 리얼블랙, 리얼화이트 등 희귀성 아이템이 되어버리면서, 그 희귀성에 대한 +@가 심하게 많이 붙어버린 것이다. 물론 구매력이 있는 이들이 구매를 하겠지만, 사람들은 흔히 대박을 노리다보니 일반 칼은 팔지도 않고 염색약을 질러 비싼 아이템으로 만들어 내다판다. 한마디로, 소매상이나 일반 슈퍼, 동대문시장은 없고 오로지 명품샵만 들어찬 셈이다. 재화 구입에 필요이상의 화폐를 사용하게 되고, 그는 화폐의 회전을 촉진시킨다. 화폐의 회전은 적정선이라면 아주 좋은 효과를 낳는다. 경제의 분배가 그것이다. 하지만 마비노기의 문제는 다른 요소가 합쳐지면서 생긴다. 바로 채집을 통해 늘어난 화폐를 NPC 들이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폐량은 막을 길 없이 치솟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폐량을 조절하지 못해 넘쳐나는 화폐가 교환에 쓰임으로써 전체적인 물가가 올라가게 되고, 유통되는 통화량은 많아지고 물가도 올라갔지만 채집과 아르바이트를 통한 수입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신규유저 등은 천정부지로 솟아있는 물건값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또 상위 유저들은 새로 구입한 장비등을 통해 좀더 수익이 높은 컨텐츠를 접하게 되고, 그 때문에 게임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 된다. 현실에선 이런 문제를 화폐 수를 줄여 상대적인 화폐가치를 상승시키고 금리를 낮춰 은행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높여 기업의 개발투자와 고용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게임에선 이런게 아예 불가능하다. 오로지 유저의 자율에만 맡겨야하는 원시경제 구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게이머들은 수입원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물건은 비싸지고, 하지만 유저의 벌이는 그대로고, 상위유저는 계속 돈놀이를 거듭해 더욱 부자가 되고. 게임경제가 병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을 새로 시작하려는 신규 유저들의 진입 장벽이 된다.
자, 이번엔 경제가 잘 살아있는 게임을 볼까? 아쉽게도 국산게임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EVE 온라인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울티마의 발전판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 완벽한 리얼월드를 꿈꾼다. EVE.
(이글은 출처가 저의 개인 블로그, 다른 목적으로 썼던 글에서 상당부분 빌려왔기 때문에 말투가 다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브는 국내 유저에겐 아주 생소한 게임으로, 멀고먼 아이슬란드의 개발사 CCP가 개발한 게임입니다. 흔히 이브를 단순한 우주 땅따먹기 게임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그건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이브는 애초에, CCP 의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임입니다. 이브는 일반 서버체계와 다르게 엄청난 양의 전산처리와 데이터를 위해 SSD(Solid State Disk)를 이용한 서버를 사용합니다. SSD 란, 한마디로 말해서 램으로 하드디스크를 흉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엄청난 억세스속도와 스루풋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초 고속 동작이 필요한 서버 시스템 - 주로 데이터베이스 - 에서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일반 게임들과 달리 엄청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같이 게임을 하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이브의 마켓 시스템은 프로그래머의 꿈이라고 합니다.
여튼 게임 자랑은 각설하고, 이브는 현실의 경제 요소를 재현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쏟았습니다. 울티마 처럼, 전문 광부들이 은하계에 퍼져있는 광맥들을 찾아 광물을 캐옵니다.(일반 게임들 처럼 사냥을 해야 재료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광물들을 가공해 재료를 만들고, 거기에 각 함선이나 부품들의 설계도를 가지고 연구단계를 거쳐 완성품을 생산합니다. 여기까진 울티마나 와우의 생산시스템과 비슷하지만, 판매방식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우선 이브 특유의 마켓 플레이스가 있습니다. 이 마켓은 이브의 전 우주에 있는, 마켓에 등록된 물건이나 물건의 구입요청을 일일이 저장하고 그간의 가격동향들도 모두 보여줍니다. 말그대로 엄청난 데이터 처리를 보여주는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수천개 태양계에 퍼져있는 수만개의 우주정거장에 등록된 수십만~수백만개의 물품을 모두 마켓 플레이스에 기록되고 정보를 볼 수 있고 구입 및 재산관리가 가능합니다. 물론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모든 은하의 모든 물건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수십개의 지역(Region)으로 나뉘어져 그 지역에서 검색을 하면 그 지역에 속한 모든 물건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지역이 접하는 장소를 오가며 가격 동향을 살펴 무역을 하는 대상이 있는 최초의 게임입니다. 현실에서 유통사들이 하듯이, 싼곳에서 물건을 사서 비싼곳에다 되파는 것이지요. 말은 쉽지만, 가격 흐름을 읽고 각 태양계에서 잘팔리는-안팔리는 물건들, 생산 단가 대비 이윤 등. 그 모든 것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컨트렉트라는 일종의 1대1 방문판매 형식도 있어, 일정 코퍼레이션(다른게임의 길드개념)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광부 코퍼레이션에서 광물을 가져와 생산 코퍼레이션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게 놀라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각 코퍼레이션의 수입원도 비교적 다원화 되어있습니다. 유저는 NPC 기관의 에이전트가 주는 미션을 받아 수행하는데, 이는 다양한 미션을 무한 반복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 한 에이전트에게서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일종의 정규직 개념이지요. 또한 유저가 운영하는 코퍼레이션 자체가, 스스로의 수익체계(광부 코퍼레이션이라면 단체로 광물을 캔다거나, 미셔너 코퍼레이션이라면 단체로 미션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거나, 생산 코퍼레이션이라면 지속적인 물건의 연구-개발로써 수익을 내거나)를 가지고 있고, 타 게임과 달리 그것만으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필수적으로 사냥 생산 채집 모든걸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 하나만 하면 되는 겁니다.
좀 이야기가 샜지만, 이브의 경제 시스템이 안정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노력 여하에 따라 변동이 생기는 수익과, 다른 게임과 달리 수요와 공급의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뛰어난 마켓 시스템이 이를 가능케 했지요. 전문 무역상이 수요가 많고 가격이 비싼 곳에 물건을 주로 파니까요), 화폐가 생기는 수입원이 채집이라는 단한가지에 몰려있지 않아 수입원의 다원화와 안정화가 이루어 졌다는 것. 서로의 이익을 위해 땅따먹기와 수많은 함선을 말아먹는 코퍼레이션들이 건강한 소비자가 되어준다는 것.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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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마비노기 및 국내 게임들의 경제 시스템은 현재로썬 개발자의 개입만이 해결책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좀더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게임을 바라보고 경제 시스템을 조절한다면, 무한 인플레이션 구조나 수요에 상관없는 공급 등 건강하지 못한 경제 시스템은 사라질 것이라 봅니다. 게임의 불안한 경제구조는 결국 게임의 밸런스 파괴, 신규유저의 유입을 막는 최악의 요소가 되어버리니, 개발자들은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 대해 좀더 고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댓글에 달았지만 논지 강화를 위해 이곳에도 적습니다.
신규유저의 진입장벽을 현금거래가 해결해 준다는 것은 더도 없는 궤변입니다. 그것은 우선 게임 내에서 정당한 방식의 보상체계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게임 밖의 이득을 게임 내의 이득으로 변환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또한 현거래는 말씀하신 '작업장' 등을 크게 양성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절대' 좋지 않습니다. 두번, 세번 멀리 생각하여 봅시다.
경제시스템과 현거래는 떼어놓기 힘든 문제이니 같이 이야기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