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에 DM의 업무가 추가된다면, 어떤 RP 캐릭터가 재미있고 어떤 RP캐릭터가 재미없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몇가지 생각해 본 것입니다.
<적합한 역할>
1. 공성전을 시작하는 악의 군주 - 몬스터를 대량 소유하고 있고 힘이 넘치는 악의 군주와 그가 플레이어들 사이로 보내는 스파이 같은 존재, 흔히 말하는 악의 구심점 같은 역할입니다. 플레이어들의 악행이 주로 자신의 쾌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이 역할을 하는 DM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다른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역할이 됩니다.
예를들어 사우론이 미나스티리스를 공격하듯, 이런 DM이 몬스터들을 풀어 특정 길드의 공성에 나선다고 생각해 봅시다.
DM은 사전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 공성전을 알려야 합니다. 게시판에 '몇시부터 몇시까지 공성전하겠습니다' 라는 편한 방법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처음에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소규모 몬스터 부대를 보내서 인근에서 설치게 하거나, 웬 NPC 한명이 도시 한 구석에서 수상쩍기 그지없는 짓을 한다든가, 아니면 근처 던전을 탐색하던 플레이어들의 발치에 공성계획과 관련된 문서가 떨어진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공성전을 쉽게 예방하거나 저지할수 있는 단계의 모험을 준비하고, 그 모험의 기회를 놓치면 다른 모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게 사전에 공성전을 저지할수 있는 2~3단계의 모험의 기회를 제공해야합니다.
그 모험에서 플레이어들이 계속 실패하거나, 아예 모험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때 마지막 단계로 공성에 들어가야겠지요.
공성전 하나를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준비해놓을수 있는가 하는점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특혜나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이런 악의 군주를 연기하려면, 아마 DM경력도 오래 해 봐야만 할겁니다.
적합한 역할 중에서는 아마도 최고난이도!!! 그리고 대상도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2.떠돌이 음유시인 - 이 역할은 '평범한 플레이어들과 눈높이를 맟춘' 캐릭터를 사용하여 DM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는 게임 세계 안을 떠돌아다니면서 가끔 마을에 앉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하기도 하고, 초보 모험가를 위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 해주기도 합니다. 절대로 위급상황을 피하기 위한 포션 한 두개나 먹을 식량 약간 외에는 어떤 아이템도 유저에게 주지 않습니다. 모험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보상이 매우 좋은 모험을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모험에 동참하기는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만 같이 있을 뿐이고 어려운 모험에 동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 떠돌이 음유시인은, 만약 그런 데 흥미가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약간의 지원을 함으로서 음악연주공연이나 연극같은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는 마을마다 간단한 이벤트를 열어 저렴한 상품을 걸수도 있지요.
이 떠돌이 음유시인 역할은 다른 NPC에 비해 DM으로서 가져야 하는 '중립성'을 쉽게 유지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저들은 떠돌이 음유시인을 보면 대부분 "떠돌이는 떠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니 나와 깊은 관계를 맺는건 무리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DM으로서의 난이도는 중급. 게임 세계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쉬운건 아니지요.
3. 교관 ,스승 ,초보 관리자 - 아마 이 역할은, 어떤 MMORPG의 게임 런칭과 함께 GM일을 시작하신 분이라면 대부분 해 보셨을 겁니다. 바로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방법을 알려주고 초보 플레이어가 쉽게 게임에 적응하고 그 재미를 느낄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게임 진행에 관련된 팁을 알려주는 대신 어떤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라거나, 게임 초반에 얻는 아이템을 좀더 쉽게 얻게 해 주는 대신 약간 긴 훈련을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면 초보 플레이어들은 의외로 순순히 따라옵니다. (마비노기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를 사용해서, 초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동안 이 일을 하면서 놀았던 적이 있습니다. '초보' 라는 두 글자 따먹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요.ㅋㅋ)
특히 시스템이 생소한 게임을 런칭하는 시점에서는 GM들이 이 일을 하지만, 그 이후 플레이어의 지속적인 유입을 위해서라도 이 역할을 맡는 DM이 존재하는 것 역시 좋습니다.
대략 시스템에 대한 사항만 꿰고 있다면 시작할수 있는, DM으로서 적합한 역할로는 초보급. (그러나 RP와는 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쉬운...)
<안 하는게 좋은 역할>
영웅 - 영웅의 자리는 유저와 NPC를 위해 남겨두어야 합니다. 세상을 구한 영웅의 역할을 DM이 맡아서는 유저들의 분노를 살 뿐입니다. 적어도 플레이어 앞에서 몬스터를 마구 쓰러트리고는 "괜찮은가?" 하는 역할은 피해주는게 상책입니다. 그건 플레이어들이 말하고 싶은 대사거든요.
상점 주인 - 수동으로 물건을 파는 역할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건 유저들끼리 하도록 놔두십시오. 퀘스트를 주기 위해 잠시 등장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만 장기적인 역할을 했다간 그 자리에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됩니다.
탑 안의 공주님 - 구출받은 다음, 구출한 사람과 로맨스에 빠지는 역할 같은건 하지 마십시오. DM으로서의 공정성에 어긋나게되고, 그 플레이어와 스토리상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역할 같은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 됩니다. 뭐 - 돈을 벌기 위해 구출해서 누군가에게 넘기기만 하면 되는 공주님이라면 괜찮습니다만 (슈렉도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
정도...
(용두사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