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어제에 이어 좀 더 써봅니다.
솔직히 어제 올리고 나서 제 주장에서 허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즉, 아래 쓴 글에, 폭력성향을 보이는 것의 원인으로 ‘개인적인 성향’도 하나의 원인으로 들었는데, 바로 이 개인적인 성향의 형성에 폭력적인 게임이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댓글에서도 지적해주셨습니다.(역시 TIG!) 즉, 댓글에도 나왔듯이 아직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인지'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그런 폭력적 게임을 접하는 것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정’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좀 더 문제를 정밀하게 나누어 보면, 일단 배제해야 할 부분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수준입니다. 이건 정말로 아무런 원인도 아닙니다. 건전하게 자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따라서 언론에서 이러한 부분까지 공격한다는 것은 정말 팥으로 메주를 쑤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설마해서 덧붙입니다. 팥으로는 메주 못 만듭니다. 팥죽이나 팥떡을 만들죠! ㅋ)
문제는 ‘훼인’으로 대표할 수 있는 ‘게임중독’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정도 상황이 되면 확실히 게임이 개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예전에 와우에 심하게 빠져든 분 중 한분이 ‘아, 집에 가야지. 낙사한다음에 무덤부활 하면 되겠지?’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멈칫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섬뜩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말 fps에 중독되어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기 시작하면, 그냥 밋밋한 텍스쳐와 폴리곤 덩어리에 대고 총을 쏘는 것보다는 진짜 사람에게 진짜 총을 쏴보고 싶을지도 모르죠. 그게 바로 ‘자극의 역치’일테니까요. 즉, 기존 자극(혹은 쾌감)에 익숙해져서 좀 더 큰 자극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정도가 되면, 확실히 게임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문제는 아무나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임중독이라는 것은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안하면 금단증상이 일어납니다만, 막상 게임을 접하게 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게임이 아주 흥미로워서 강하게 몰입하는 게 중독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 겁니다. 즉, 스스로 게임을 그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만둘 수가 없어서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 흔히 말하는 ‘게임중독’이라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 대다수의 게이머는 게임에 대한 몰입이 강한 편이지만, 게임 중독은 아니라고 합니다. 온라인상의 활동뿐만 아니라 게임과 연관된 오프라인 활동들도 꽤 활발히 하는 편이고, 다른 취미 한두 가지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죠.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온라인게임문화 자체도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지향적인 편이어서 폭력성향을 부를 정도의 심각한 게임중독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게임중독자보다는 억압된 성문화에서 오는 성폭행범 숫자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심지어 국회의원인 최연희도 술김에 여기자 가슴 주무르고 ‘미안, 식당주인인줄 알았어’하는 나라이니 할 말 다했죠.
따라서 강한 게임중독에 빠지기 위해서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내적, 외적 원인으로 나누어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만 전문가가 아니므로 일반적인 상식과 제가 상담하시는 분과 대화해본 결과를 가지고 유추해본 것이므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미리 밝힙니다.
우선 내적으로 스스로 자제력이 부족하거나 몰입이 강한 성격인 편일 겁니다. 그리고 외적으로 가정, 학업 등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지만, 게임 이외에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혹은 게임에 빠져들어도 주변에서 가족 등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일면, 알코올 중독이 일어나는 상태와 비슷하죠. 술을 좋아하는 성격 + 현실의 스트레스 = 알코올 중독.
즉, 개인적이고 성격적인 이유만으로 게임중독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게임 자체가 중독을 유발하는 경우보다는 게임 중독자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에 빠져드는게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개인적인 성향에서 게임중독이 되었다면, 개인의 노력과 치료 등 비교적 작은 노력을 통해서 극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외적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게임중독자가 되면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테러리스트 마냥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게임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죠. 조승희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민 1.5세대로서 겪은 좌절과 절망을 품고, 그러한 현실의 압박을 잠시나마 잊고자 선택한 것이 게임이었을 것입니다.
게임은 그 특성상 규칙만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조작하기만 하면, 성취감, 쾌감, 만족감을 주니까요. 따라서 현실에서 차별과 냉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사람은 점점 게임에만 몰두하는 중독 성향을 보일 것입니다. 그 게임 속 세계만큼은 안 그럴테니까요.
또한 개인적인 가정이지만, 게임중독자가 현실에 나와서 그 분노를 표출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임 상에서 저렙들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고 다니는 등 비매너 플레이 형태로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그런 분노를 현실사회에까지 투영하기는 게이머 성향 상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현실에 표출시킬 정도의 강한 분노라면, 게임에 빠져들기 전에 이미 폭력적으로 표출했을 테니까요.
또한 현 시대에 있어 게임만큼 저렴한 취미가 없다는 점과 다른 대체할 만한 즐길거리가 부족한 우리의 문화도 문제의 일단일 것입니다. 특히 학생(초중고)들의 경우 게임 이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현실은 그들의 감성과 자아가 구축되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 앞으로 장차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앞서 글에서 내린 결론과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즉, 게임중독과 폭력성향의 연관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실사회에서 그 개인에게 가해진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오로지 게임에게만 그 죄와 책임을 씌우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이것은 자살을 개인의 성격과 책임으로만 탓하는 것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죠. 게임중독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폭력성향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게임 탓을 하기 전에, 사회적 현실적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임만 탓하는 것은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엉뚱한 원인을 제거해봤자,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결론 : 폭력적 성향을 게임 탓만 하지마라.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게임보다는 그 개인이 처한 환경 탓이 더 크다.
덧. 물론 그렇다고 ‘폭력적 게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자극에 익숙해지면, 폭력적 상황에 대해 무덤덤해질 수 있으므로 그런 비정상적 자극과 쾌감을 유발하는 게임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특히 아직은 욕구와 감정 제어에 서툰 학생들(초중고)에게는 더더욱 피해야겠죠. 자칫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성향이 습관처럼 되어버리면 분명 위험한 것이니까요.
제가 옹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심의규정을 준수하는 게임’들이죠.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