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이 길어져서 별도로 작성합니다.
cynis님| 제가 글 솜씨가 일천해서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논의 자체가 아니라 이 논의를 진행하면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싸울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거죠.
왜냐햐면 표절이 나쁘다는 사안에 대한 합의는 이 토론에 참여한 어느 쪽이든 바탕 전제로 깔고 있으니까요. 만약 표절 따위 별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왜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라는 의미로 보였다면 제 불찰입니다. 표절이 나쁜 건 당연한 문제인데 왜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라는 것이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의도입니다.
관건은 “어디까지가 표절이냐?”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들이 다들 있을 것이고, 이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 하는 문제가 아닌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감정을 격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올랭피아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라고 봐요. 물론 지금의 상태에서 마네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올랭피아가 제출되던 당시 마네는 신인이었습니다. 지금 입장에서 마네의 그림을 두고, “신화나 성경의 뒤에 숨어서 육욕의 시선을 숨기려 했던 구제도를 비판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되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그림의 유사성을 지적하게 된 거구요.
더구나 마네는 두 그림간의 유사성에 대해서 “우르비노의 비너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에두아르 마네》를 쓴 쥘 네레는 “마네는 구도에 약했으므로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구도를 차용했다. 이는 분명 티치아노의 명성에 기대어 혹평을 피하려고 했음이 틀림없다.(하략)”라고 논평하고 있습니다. 네레가 특별히 마네를 싫어한 흔적은 보이지 않으며, 그의 권위 역시도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술사가이므로 그가 일부러 마네를 흠집내기 위해 그런 논평을 했으리라는 의심은 사절하겠습니다.
이 논평은 지금의 사태와 몹시 비슷해 보이지 않는지요?
마네의 올랭피아이고 너무나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이유는 전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너무나 의미 있는 작품이라서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즉 표절은 표절이고 작품성은 작품성입니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도용, 혹은 표절하였으므로 올랭피아는 쓰레기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R2나 4스토리도 볼 수 있는데(사실 아래의 글은 r2 사태 때 작성한 것입니다), 표절을 했다 -> 재미없는 게임이다. 혹은 쓰레기 게임이다 라는 결론은 도저히 도출할 수 없습니다. 표절을 한 건 표절을 한 거고, 재미가 없는 건 재미가 없는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 재밌는 wow를 표절했는데 4스토리는 왜 재미가 없는 겁니까?
이건 당연히 표절이라는 테두리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올랭피아를 걸고 넘어지면서 논점을 흐리는 것은 사절하고 싶습니다.
표절이 나쁘다는 것은 일반론이기 때문에 그 논의는 올랭피아는 물론이고 카트라이더나 R2, 4스토리, 스타크래프트2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표절이라는 것의 범위는 사람마다 따르고 사안마다 다르게 결정되는데 이것이 이현령비현령이라고 이야기를 드린 겁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표절이란 양심의 문제이지만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산업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문제가 된 자기 논문 복제 사건의 경우에도 남의 논문이 아닌 자기 논문을 복사해서 사용한 것은 사실 원저자에게 어떤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을 문제 삼는 이유는 새로운 연구는 하지 않고 과거의 논문으로 연구비를 횡령한다는 혐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그 문제에 대해서 난리를 친다고 해도 “쟤 왜 저래?”라는 반응을 얻기 십상이지요. (우리나라 최근,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단적으로 말해서 저는 copyleft 신봉자는 아니지만 지적소유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워크래프트1만 해도 듄의 아류, 혹은 표절이라고 폄훼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사실 확신범입니다. 듄 없이 워크래프트1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 하면 No No No.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워크래프트1 따위 쓰레기야!”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이 논의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이성적으로 자료를 제공해 가며 범위를 좁혀가야지 아래 같은 것은 별시리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꿈바라기님| 제가 이 바닥에서 일한 것은 불과 3년입니다만, 창작계에서 있었던 것은 10년이 넘습니다. 제 웹디자인이 심각하게 표절 당하고도 오히려 제가 표절한 것으로 몰린 적도 있었고, 표절이라고 하면 저 역시 많이 당해 보았습니다. 자존심 문제 좋죠.
그렇지만 그건 제 사정이고요, 표절한 사람이 저보다 돈이 많다면 저에게 승리 따위 없었습니다. 돈문제예요. 혹은 상대에게 쪽수가 많으면 저의 패배고요. 정말 쓸데없는 논쟁이었어요. 굳이 표절이 아니라도 자존심으로 싸우는 일이 많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지는 않아요. 표절을 했느냐 안했느냐는 결국 돈문제라는 이야기는 이런 경험해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조적인 이야기였네요. 나중에는 귀찮아서 잘 안 싸우게 돼요. 그리고 상대가 악의 없이 복제한 경우에는 별로 화도 안 나는데 그래도 표절한 건 표절한 거죠. 근데 그것 갖고 싸우긴 또 그래요.
루플리카님| 과거권위에 대한 맹신은 논의의 발전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마네의 그림이 처음부터 훌륭한 작품으로 대다수의 동의를 받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마네의 그림이 옮겨진 사건 자체로도 이미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혹평한 모든 사람들이 마네의 그림과 같은 것은 생전 처음 봐서 너무 혁명적인 나머지 혹평했다라고 판단할 근거 역시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위에도 썼다시피 표절은 표절이고 작품성은 작품성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쓰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heavyswat님| 제가 표절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갖고 있지 않은지는 좀 더 신중하게 확인을 해보셨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어쨋거나 너무 인신공격적이라서 대답하기 귀찮습니다. 웬만한 이야기는 cynis님께 보내는 댓글에서 다 적었으니 제가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듯 하여 이만 줄입니다.
폭탄팔이소녀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혹여 저를 블리자드 팬으로 보신다면 그 의견은 틀렸습니다. 전 지금까지 블리자드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이 워크1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전부 다 해도 100시간이 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팔콤빠입니다. ㄳ 그래서 요번 이스 오리진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고 실망 많이 했었습니다. 훌쩍.
zeratul님| 사실은 “우리나라”라는 표현은 “우리나라 게이머”인 쪽이 적절했습니다.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잘못 표현하게 되었네요. 이를테면 상용 텍스처의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표절으로 몰아갔던 사태, 상용 사운드의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표절로 몰아갔던 사태와 같은 것이 그것이지요.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민감하기는 한데 검증은 약하고 끝까지 지켜보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장이 적절하지 않았던 점은 인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살펴보니 제목이 다분 낚시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표절에 대해 왜 이렇게 민감하지? 라는 제목은 표절이라고 하면 발끈해서 남산동 갑돌이부터 중앙동 철수까지 모두 나와 니가 맞네 내가 맞네 우글우글 떼싸움 하는 것이 좀 우습다고 생각해서 쓴 제목이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표절에 관심이 많았다고. 라는 냉소가 섞여있었는데 제대로 논의를 끌어갈 생각을 가진 입장이었다면 그런 제목을 써서는 안되었을 것 같네요. 그 점에 대해서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