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우리 문화'와 '우리 게임'에 대해서 쓴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죠.
그래서 이번에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우리 문화를 참조할때 참고하실 만한 자료를 찾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고, 졸업후 2년간 관련 분야에서 계속 종사했으므로, 학술적으로가 아닌 실무적인 관점에서 한국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찾는 법 정도는 쓸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먼저 알아야 할 것들 1 : 역사적 진실은 없다.
역사자료를 볼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말 이게 진실일까?'하는 의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우리 주변을 보시면, 같은 말이라도 말을 전하기에 따라, 기록하기에 따라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것을 잘 아실수 있으실겁니다. 게다가 가까운 현대사조차도 사람들에 따라 말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기록도 있는 그대로 믿기에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실제의 역사적 진실을 '기록자'가 기록할때 자신의 입장에서 한번 해석하고, 다시 그걸 읽는 우리가 다시 우리의 입장에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역사적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해석'일 뿐이죠.
고로, 진짜 역사적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럴듯한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죠.
(이게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을 단 한줄로 요약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_-;)
먼저 알아야 할 것들 2 : 역사로 상상하는 '역사상'을 먼저 그릴 것
우리가 흔히 '조선시대'하면 갓을 쓴 양반과 고리타분한 말을 하는 그들의 모습과 기와집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을 상상합니다. 바로 이것이 '역사상(歷史象)'입니다. 이건 남의 고향 이야기,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기 체험에 비추어 '이랬겠구나' 하고 상상하는 것이나 비슷하죠. (여자분들이 남자들 군대이야기 듣고 상상하는 정도?)
역사를 공부하실때는 바로 이런 '역사상'을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먼저 큰 줄기를 잡은다음에 세부적인 공부로 들어가는거지요. 즉,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크게 신라-고려-조선이 뭐가 달랐는지도 이런 공부를 하면서 늘죠.
먼저 알아야 할 것들 3 : 역사학의 상식들에 대해 이해하기
역사 전공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실때 주의하실 점은, 그들만의 '말'을 잘 파악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각 학계마다 자신들만의 전문용어가 있듯, 역사학에서도 '다 알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생략하는 그런 상식들이 꽤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본 실수는 왕의 호칭에 대한 것과 '연도'를 세는 방법이죠. 이를테면 '세종'은 절대로 살아 생전엔 '세종'이라고 불린 적이 없습니다. '광개토대왕'도 마찬가지로 살아생전에는 '광개토'라는 호칭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호'이고 '묘호'이기 때문입니다. 즉 죽은다음에 바치는 것이죠. 사실, 한 나라의 왕아 한명 이상 있을 필요 없으니, 굳이 구별하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즉위년을 무슨왕 1년으로 하는 방식과 즉위년 다음해를 무슨왕 1년으로 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사실 역사를 주의깊게 공부하지 않아서 모르고 넘어가는 분들이 많죠.
이런 것들은 누가 딱 잡고 가르쳐줄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시면서 늘 주의하셔야 합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사 관련 자료 찾는 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서점으로 가서 관련 분아에 대한 대중서적 찾아 읽기
이게 바로 앞서 말씀드린 '역사상'을 세우는 방법입니다. 예전 역사학의 대가들은 일반 대중을 위해 책을 쓰는 사람을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학자라고 하여 '딴따라'라고 놀리며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세태의 변화에 힘입어 대중적인 책들이 많이 나왔지요.
아무튼 그런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들을 읽으면서 흥미를 붙이는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 의외로 많은 분야가 역사 인문학 책이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에도 종종 오르고 하니까요.
단, 절대로 국사책 관련 교재나 고시관련 교재는 읽지 마십시요. 그저 재미도 없고 이거 뭐..(사실 제가 고시공부를 접은게 이런 책들을 도저히 보고 있을수 없어서입니다. ㅜㅜ 제 인내심을 계속 시험하는 책들)
그리고 딱 봐서 내용이 너무 어려운 책도 읽지 마십시요. 가끔 대학교재용으로 출판된 책들이 서점의 역사서 코너에 실려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2. 역사학에 관한 입문서적 찾아 읽기
어느정도 역사에 대해 지식도 쌓이고 재미도 붙여서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으면 두가지 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바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나온 '한국사'와 한길사에서 나온 '한국사'입니다. 아주 수십권씩 되는 책이죠. 이 두책은 전문연구자들이 해당 시대에 대한 연구내용을 총 정리하고 참고문헌을 인용한 책입니다. 고로 관심 분야만 찾아 읽어두면 해당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들은 물론 좀 더 읽을거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이 좀 많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사서 보기보다는 가까운 도서관 이용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처음부터 다 읽으면 좋겠지만, 전공자도 하기 힘든걸 직장인이 할 수는 없겠죠? 안그래도 야근에 시달리는 분들이실테니까요)
이외에도 '풀빛'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연구입문'이라는 책과, 좀 오래된 책이지만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한국사연구입문'이라는 책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아무튼 국사교과서에 나오는 정도만 역사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한게, 그것보다 수십배 방대한 양도 고작 '입문' 정도의 수준입니다. 의외로 역사학자들이 공부해놓은, 그리고 쏟아내는 자료가 상당하거든요.
3. 역사학에 관한 논문 찾아 읽기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전문자료를 찾아보는 단계입니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앞서 2단계에서 이쪽으로 잠깐씩 건너와도 됩니다.
아무튼 다행히 국사 영역은 이러한 연구논저 목록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휘보'라는 것을 정리해서 서비스하고 있거든요. 바로 국사편찬위원회(//kuksa.nhcc.go.kr/) 를 찾아가신 다음, '한국사연구휘보'라는 곳을 클릭하셔서 논저검색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제어로도 되고, 사람이름으로도 되고, 책 이름으로도 됩니다.
4. 원문자료 찾기!
이렇게 논문을 보고 난 다음에는 '원문'을 찾아볼 단계입니다. 혹은 원천자료를 찾아볼 단계라고도 할 수 있겠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서'를 뒤적이는 단계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사영역에서는 꽤나 많은 전산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많은 DB를 찾아볼수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분야가 이쪽입니다. -_-;)
그런 DB 서비스의 포탈 격인 사이트는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www.koreanhistory.or.kr/) 이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민족문화추진회 등 여러 단체에서 고생해서 DB화 한것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공개하는 자료는 삼국사기, 조선왕조 실록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료 이외에도, 동국여지승람이나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의 다른 국가편찬자료나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문집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방대하죠. 고로 자료가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솔직히 '나 공부하기 싫다''게으르다'는 핑계일 뿐입니다. -_-; (여기에 아직 DB화 되지 못한 '초서'로 된 자료까지 포함하면, 조선시대 관련 자료는 자료의 홍수입니다.)
아무튼 이 외에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2002년도부터 '우리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이라는 것을 했는데, 거기서 꽤나 많은 것들을 온라인화 해놓았습니다.(//www.culturecontent.com/) 다만 여기는 저작권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각 제작사에 귀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만, 단순 텍스트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자료를 가공해놓았습니다. (다만 쓸만한 자료는 좀 부족하다는게 흠. ㅜㅜ)
5. 삼국시대에 관해서
삼국시대쪽은 별도로 단락을 구분했습니다. 사실 고대사 영역은 조선시대와 달리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이동네는 '고고학' 및 '동양사'영역까지 공부를 확대해야 좀 써먹을만 합니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시대 관료제도와 복식은 당나라의 것을 공부해야 하고, 5세기경의 귀족생활은 고고학에서 발굴해놓은 것을 봐야합니다. (고로 제가 보기에 태왕사신기는 완전 환타지 -_-; 역사드라마가 아닙니다.)
동양사나 고고학 영역의 책들은 제가 잘 몰라서 일단 넘어갑니다만, 대략의 공부방법은 같습니다. 대강을 잡고, 논문목록이나 참고도록 목록을 찾아가면서 깊게 공부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삼국시대에 관해서는 서강대학교 이종욱 교수님의 글들이 읽을만합니다. 제 나름대로 평하기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뉴튼->아인슈타인->양자역학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인 것이죠. (이 문제에 관해서는 삼국사기 초기기사 불신론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으므로 패스 -0-;)
물론 이쪽 영역도 마찬가지로, 대강의 틀을 세우고 세부를 채워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부터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읽어봤자 소용도 없고 재미도 없거든요. 다만 이동네는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서 재미가 쏠쏠합니다.
단,!!! 절대로 재야사학자들의 말은 좀 조심해서 읽으세요. 자료가 없다보니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동네거든요. (분명히 이야기하는데, 댓글에 한단고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댓글 달리면 신고해서 무차별 삭제 들어갑니다. -_-; 본문과 상관없는 내용이니까요. 저도 여기서 멈췄으니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저와 개인적으로 면담합시다. 참고로 저는 재야사학책들 중고등학교시절에 다 띠었습니다. -_-;)
6. 기타 읽어볼만한 책들
버나드 로 몽고메리 "전쟁의 역사(history of warfare)" 책세상, 2004
-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롬멜과 싸웠던 몽고메리 장군이 직접 쓴 전쟁사입니다. 꽤 잘 쓴 책입니다. 제대로 읽으면 세계의 전쟁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히죠.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 한길사 "한국사"
- 앞서 언급한 책입니다. 고시공부용 역사책이나 이기백 '한국사신론'같은 책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방대하죠 -_-; 다 읽으시면 당신은 굇수 -_-;;;;
한국고문서학회 "조선시대 생활사" 역사비평사, 1999
- 한권으로 읽는 등등의 가벼운 역사입문책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역사서로, 고문서 등 여러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가며 당시 생활양식에 대해 소개한 글입니다. 좋은 책이죠. (이해할수 있다면 -_-;;;)
이상입니다.
쓰고나서 보니 좀 참고할만한 그림이나 사진 찾는 법들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쪽은 제가 잘 몰라서 못적었네요. ㅡㅡ;; 게임업계 종사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야근에 시달리시겠지만, 그래도 공부하셔서 좋은 게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짧게' 정리해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