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두번째 입니다.
-----------------------------------------------------------------
워해머의 구조
전쟁 = 경제 (전투 = 경제활동)
워해머 온라인(이하 워해머)의 런칭이 얼마 남지않은 지금, 워해머에 대한 예상은 반반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워해머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와우의 단점을 반대로 뒤집으면 곧 워해머의 장점이 되기에, 와우를 능가하는 MMORPG가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구요.
별로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은, 딱 보니까 와우의 전장을 필드로 확대해놓은 것 밖에 없다. 잘해봐야 선전이고 와우를 능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라고 말을 합니다.
저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추측해본 워해머의 시스템에서는, 특정한, 어떻게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한가지 요소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워해머가 시스템적으로 와우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봅시다.
Realm vs Realm 전쟁이 메인컨텐츠인 MMORPG, 워해머 온라인
워해머가 와우에 대비되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RvR전투가 메인 컨텐츠라는 것입니다.
와우는 형식적으로는 RvR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퀘스트와 레이드가 컨텐츠의 주류인 PvE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유저들은 퀘스트와 레이드로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맞추며, 케릭터가 게임속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각종 물자들을 조달합니다.
반면, 유저간 전투(이하 PvP)는 Realm(진영)끼리 PvP를 할 수 있지만, Realm자체가 블리자드가 구축해놓은 PvE세계관의 일부이다 보니, 한쪽이 끝장날때까지 승부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필드전은 사실상 재미로 하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으며, 전장은 특정 아이템군을 획득하기 위한 단기성 노가다에 지나지 않습니다.(이론상으로 전장플레이만으로 레벨업이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일 뿐이다.)
그에 비해, 워해머는 RvR PvP가 주류컨텐츠입니다. 유저들은 RvR전투만으로 레벨업을 할 수 있고, 각종 장비와 물자들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RvR이 주인 만큼 한쪽 진영이 끝장날때가지 승부를 볼 수 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워해머는 와우의 시스템을 뒤집어 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와우가 PvP의 부실로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주었으니까, 와우의 단점을 보완한 워해머는 와우를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워해머는 PvP(RvR전)만으로도 레벨업이 가능하고 아이템과 각종 물자조달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바꿔말하면 PvP전투가 곧 경제활동이 됨을 의미합니다.(경제활동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 자체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구조는 MMOROG의 중요한 요소를 제외시킨다는 것이지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현실세계, 와우, 워해머의 구조를 비교하여 살펴봅시다.
[현실세계] : 경제활동 ->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 ->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 -> 전쟁
[와우] : 경제요소 // PvP전투 (경제활동영역(퀘스트, 레이드)과 정치영역(필드전)이 서로 이격되어 있음.)
[워해머] : 전쟁 = 경제 (전투 = 경제활동)
주목해야 할 것은 워해머의 시스템 구조인데, 워해머의 시스템은 경제활동이 곧 전투이다 보니, 경제요소와 전투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치 현상들(다양한 형태의 전투들, 또는 전투외의 정치현상)이 발생하기 힘듭니다. 그냥, 승패를 위한 전투의 룰만이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이런 시스템은 MMORPG보다는 RTS나 FPS, 액션 같은 장르에 더 어울리는 시스템입니다.
MMORPG에 어울리든 말든 그런 것에 연연할 필요가 있나? 그냥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은가?
문제는 MMORPG는 장기간의 플레이를 전제로 하는 게임이고, 이런 시스템은 과도한 부담과 피로는 유발시켜 쉽게 식상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성공적인 경제활동이 주는 즐거움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세상에서 제일 많이 팔렸던 PC용 패키지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 게임이 뭐냐구요? 바로 EA에서 파블리싱하는 심즈(Simz)랍니다.
이 게임은 한 개인이나 가정의 평범한 환경들을 구축해놓고 그것을 시뮬레이트 해보는, 간단하게 얘기하면 소꿉놀이 게임입니다.
의외이지 않습니까? 자신의 아바타에게 평범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그 아바타가 겪는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는 게임이 이토록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
승패나 우열과 관계없이 가상환경에서 자신의 분신이 존재하고 삶은 영위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끼는 현상.. 이것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성공적인 경제활동이 주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MMORPG게임에서 유저들이 레벨업을 하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때 느끼는 쾌감도 이런 종류의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객관적으로 큰 의미가 있든 없든 말이죠. 무슨 말이냐 하면..
만렙과 에픽이 난무하는 와우에서 20렙 짜리가 21렙이 되고 초록템을 파템으로 바꾼다고 해서 그게 객관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그러한 것에도 알게모르게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럼, FPS나 RTS에서 상대방을 패배시키고 얻는 쾌감은 무엇일까요?
[경제활동] : 생존 그 자체, 또는 안정적인 생존환경을 만들기 위한 행위 ; 다른 집단과 타협과 공존이 쉽다. 하지만, 생존 그 자체와 연관되어 있어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양보가 지극히 불가능하다.
[정치활동] : 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기 위한 욕구(권력욕) ;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타협과 공존이 지극히 어려우나,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깔려있지 않으면 쉽게 와해된다.
앞에서 얘기한 경제활동과 정치활동의 정의입니다. 즉, FPS나 RTS의 재미는 굳이 적용한다면 정치활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경제활동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 MMORPG게임을 들라면 울티마 온라인을 들 수 가 있습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MMORPG로써는 초창기 게임이지만, 게이머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겼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고, 지금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그런 게임이지요.
옛날 게임이니 만큼 2D그래픽에 원시적(?)인 인터페이스 등, 언뜻 보면 그저그런 옛날 게임으로 보이기 쉽지만, 장비와 스킬을 올려 강해지는 것 뿐 아니라, 장사도 하고, 집도 짓고, 재산을 모으고, 취미생활도 즐기는 등, 게임속에서 소소한 것 까지 구축하고 영위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그런 게임이죠.
와우의 퀘스트&레이드 시스템도 이런 재미를 추구합니다.
비록 블리자드가 정해놓은 설정이지만,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누비면서 퀘스트를 하고, 몇몇씩 모여서 인던을 탐험 하고, 수십명씩 모여 레이드를 하고.. 나 자신이 뚜렷하게 부각되거나 우월해지는 것은 아지만, 매번 같은 것이라고 불평도 하지만, 혀의 통증에 지나지 않는 매운 맛 속에서 단맛을 느끼듯이.. 알게 모르게 '성공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즐거움'에 중독되어 가는 것이죠.
(와우의 퀘스트&레이드 시스템은 여기에 덧붙여 온라인이라는 환경에 기초한 '성공적인 정치활동(부담없는 친목형 커뮤니티)'이 더 해진다. 와우는 '성공적인 경제활동' + '성공적인 정치활동'이라는 구조로 세계최고의 게임으로써의 내공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PvP가 메인컨텐츠이기에, 전투가 곧 경제활동이고, 게임에 임하면 승패라는 끝장을 봐야하는 워해머에서 이런 재미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장기간의 플레이를 전제하여 다양한 요소들의 재미를 느껴야 하는 MMORPG에서, 극단적인 정치활동인 전투를 끊임없이 치르다 보면 금방 지치고 싫증나게 되겠지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RTS나 FPS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더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워해머의 흥행에 부정적인 편이고,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와우와 마찬가지로, 또는 와우 이상으로 아쉬운 게임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워해머의 개발진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다양한 PvE컨텐츠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은 오히려 정치와 경제를 이격시켜놓은 와우의 단점을 답습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와우나 워해머나
인던(경제영역) : 성공적인 경제활동 + 성공적인 정치활동(부담없는 친목형 커뮤니티)
전장(정치영역) : 전투(집단PvP) = 경제활동
이 둘이 서로 연계관계없이 공존하는 즉,
경제영역 <- 이격 -> 정치영역
의 구조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장단점 또한 공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만 내세우는 주 컨텐츠에서 와우는 PvE, 워해머는 RvR를 표방하기에 그것에 입각하여 정리를 하였다.)
워해머의 구조
전쟁 = 경제 (전투 = 경제활동)
그럼, 여기서 다시..
순차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경제활동 ->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 ->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 -> 전쟁
의 구도를 모두 갖추고, PvP가 메인컨텐츠인 게임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위의 구도를 갖추었지만, 구현방법와 밸런스가 많이 아쉽기에 아쉬운 게임이 되어버린 리니지 시리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