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헬게이트 런던- 오픈베타 당일 수천명의 대기자가 발생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보여주었고 유저들의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인것을 보면 온라인 게임으로서의 첫 출발은 성공적인듯이 보입니다. 더구나 WoW이후 이렇다할 대박 MMORPG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같은 흥행 돌풍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죠.
반응도 좋은 편이어서 서비스 이전 북미 유저나 웹진의 비관적 평가와도 다르게 많은 유저들은 헬게이트 런던에 대하여 '마치 3D 디아블로를 보는듯 하다, 디아블로처럼 액션감이 있다, 디아블로 이후 간만에 할만한 게임을 찾았다' 등의 좋은 평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보면 헬게이트 런던이 막 발매되었을 북미 시장을 보는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미시장 역시 헬게이트 런던이 발매되고 수주동안 각종 게임차트의 Top 5를 휩쓸며 성공적으로 데뷔했죠. 오히려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는 국내 시장과는 다르게 북미에서는 타뷸라 라사라는 걸출한 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오픈을 하여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여러 차트에서 타뷸라 라사를 누르는 인기를 보여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미 게임 차트의 어디를 찾아봐도 헬게이트 런던의 이름은 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10위권 밖의 게임들도 확인할 수 있는 게임스팟에서 헬게이트 런던은 40위로 랭크되어 있군요. 발매된지 이제 3달이 되는 게임으로서는 인기 하락의 폭이 너무 큰듯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유저들의 긍정적 반응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고 이는 헬게이트 런던이 과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디아블로의 그 수많은 유저들을 성공적으로 흡수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저들이 헬게이트 런던에서 보는것은 '진화한 디아블로의 모습' 인듯 합니다. 실제로 헬게이트 런던의 많은 시스템들 -던전, 큐브, 조합, 액션성 등- 은 디아블로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으니까요.
이러한 디아블로의 잔영 속에서 국내 유저들은 '3D 디아블로를 매월 돈 내고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겠죠. 유저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기과시와 노력에 대한 보상, 케릭터의 성장과 사회성이 그것인데 헬게이트 런던은 이중 두가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톤헨지가 나오면 달라질 거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저들이 플레이 하는것은 현재 입니다.
다음으로 멀티플레이의 문제입니다. 헬게이트 런던은 길드워의 그것과도 비슷한 멀티플레이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정 거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은 개인 인스턴스 던전화 되어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에 사람을 구경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모든 케릭터는 솔로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됩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헬게이트 런던의 노멀 난이도는 1인 플레이로 엔딩을 볼 수 있는 패키지 게임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으니까요.
실제로 던전 플레이가 주가 되는 헬게이트 런던에서 이것이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경우는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기지로 귀환했을때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대화창에는 이게 패키지 게임인지 온라인 게임인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특히 외국의 경우 일반적 멀티플레이는 무료, 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선 유료라는 선택권을 유저에게 주었지만 우리나라 유저는 북미와는 다르게 일방적으로 유료 플레이만을 강요당했습니다. 문제는 그 가격조차 아직 발표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죠. 아마 한빛에서 가격을 발표하게 되면 많은 유저들이 떨어져 나갈 것을 염려하고 있는듯 합니다.
세번째로 반복적인 맵 입니다. 게임의 90% 이상이 지하철이나 터널에서 진행이 되죠. 지상으로 나가는 일도 몇번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게임의 분위기상 터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디자인은 상당히 유저들을 질리게 만들죠. 물론 갑자기 튀어나오는 몹이나 어딘가 숨어있던 몹의 괴성에 놀라는 일도 있습니다만 놀람과 지루함은 분명 별개의 일입니다.
또한 퀘스트의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어떠한 던전에서 괴수의 이빨 3개를 구해오라는 퀘스트를 받았다고 치면 그 던전에는 그 이빨을 드랍하는 몬스터가 정말 셋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구석에 숨어있는 몬스터를 보지 못하고 맵의 끝까지 진행했을 경우 다시 그 몬스터를 찾기 위해 맵의 처음가지 달려가야죠. 기지 옆에 위치해서 귀환 후 다시 진입이 가능한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던전 사이에 끼어있는 던전이면 저 방법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 한정적인 문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픈베타족들의 대거 유입이죠. DDO도, 애쉬론즈 콜2도,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COH, 에버퀘스트 등의 현재는 기억에만 존재하는 국내 서비스 되었던 게임들 모두 오픈베타 중에는 연일 동시접속자를 갱신하고 서버가 미어 터졌습니다. 그나마 요금제 덕택에 아직도 서비스 되고 있는 길드워가 있긴 하지만 엔씨에서 보기엔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라고 생각이 되구요.
아무튼 헬게이트 런던도 오픈베타 쇼크에서 결코 안전한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요금제가 나오면 좀 더 현실적이 되겠지만 제 생각에 한빛에서 결코 길드워처럼 매달 9900원을 요구하진 않을거 같고 말입니다 -.- 그 와중에도 게임내 광고를 생각해 내다니...
헬게이트 런던은 패키지 기준에서 보면 할만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매월 돈을 내고 플레이 한다고 생각하면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게임이죠. 헬게이트 런던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거든요. 길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PvP도 불안한 판국에 길드전을 기대하기란 힘들것 같구요.
헬게이트 런던이 얼마나 성공하게 될지, 혹은 실패하게 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유저들이 헬게이트 런던에서 디아블로적 매력만을 느끼고 그 게임 자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용화가 되었을 때 유저들에겐 그저 '매월 돈내는 디아블로' 로 비춰지지 않을까요?
한빛에선 스톤헨지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큰소리 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유저들의 인식을 바꿔줄 기폭제가 될지, 월 정액의 당위성을 유저에게 인식시켜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