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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 지연, 그리고 인연... December 05-07 조회 9,331 공감 2 10

 

 

나는 게임 마케팅이나 개발쪽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이나 기자, 개발자들을 자주 만난다.

 

소위 말하는 번개에도 참여하고 술자리라면 무덤에 누워있는 귀신이라 해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꼼꼼하게 찾아 다니며 마셔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어느덧 형 동생 관계가 생기고 그리고 지인이라 부를법한 사람도 구성되었다.

 

내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학연이고 지연이라면 부지런한 발 품팔이로 인연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외전 격으로 얘기를 좀 하자면… 마케터들이나 기자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다가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많이 쓰게 된다. 모 업체 사장은 40대에 이혼남인데도 22살짜리 아가씨와 재혼하더라… 오모모~ 말도 안돼…

 

이런 가십부터 업계의 미래와 발전 방향 등의 심도 깊은 이야기까지 두루 듣다 보면 생각 외로 많은 소스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런 곳에서의 잡담들이 실제로는 진리고 철학인 것들이 많아, 얘기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여기에 글을 쓴다.

 

2화까지 글이 나가고 술 냄새를 맡아 강남 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되어 가보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

 

“너는 왜 우리끼리 한 얘기들을 글로 남발하여 자기 것으로 포장하느냐? 지적 재산권을 내라”

 

ㅡㅡ^ 그래서 가볍게 뻑큐한번을 날리고선 또 낄낄거리면서 새벽을 노래하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었다. ( --);;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칼럼이라곤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쓴다. 여기에 있는 내용들은 즉, 게임 업계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나올법한 술 안주용 이야기들처럼 부담 없는 얘기로 봐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오케이 여기까지… 본론으로 다시 돌아갑시다. ^^;

 

 

게임 업계도 가끔 보면 철새들이 움직이듯 인사이동 철이 있다. 대기업에서 포탈을 만든다거나, 신규 게임사가 몇 십/몇 백억을 투자하여 게임을 만든다 라던지 하면 알게 모르게 많은 인원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날갯짓을 한다. 그런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 학연과 지연으로 인해 인사구성이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 규모가 큰 업체에서 조직 개편 등을 하거나 해서 인사이동이 있을 때도 보면 학연과 지연이 많이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IT나 미래 산업인 게임 업계에 학연과 지연이 왠 말이니라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게임 업계에 잔다르크의 사명을 가지고 입문하시는 싱싱한 후배님들이라면야 학연, 지연에 대한 한치의 의구심도 하지 않겠지만, 실제로 그 싱싱한 후배님들이 1-2년 정도 업계에서 굴러먹다 보면 은연중에 학연과 지연에 대한 개인적인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이 젊디 젊은 게임 업체에, 젊디 젊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왜 학연과 지연을 신경 쓰게 될까? 그건 게임 업체와 시장이 아직 짧은 경력과 발전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 업계도 어찌됐건 젊은 기업이다 보니 연봉제와 실력 평가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동네이기도 하다. 또한, 아침에 눈 뜨면 새로 생긴 게임사, 다음날 또 눈 뜨면 사라지는 게임사… 그 속에서 모두 엄청난 양의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게임 업계 사람들이다.

 

인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일당백의 일을 처리해야 하고 조직 구성이 됨에 있어 자신과 호흡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뽑는 것은 필수이다.

 

자신과 호흡, 팀과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뽑는데 있어 이력서와 면접 한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이력서가 국가 공인 인증의 검증된 확인서도 아니고 결국 팀원을 뽑는데 있어 공감대 형성과 응집이 강한 학연 모드가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연은 학연보다는 못하다지만 같은 작용을 하기도 한다.

 

 

 

 

게임 회사에서 공채를 통해 뽑은 신입사원을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 과정을 거친 후, 실무를 하게끔 하는 곳이 있을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NHN, Daum, NCSoft 등의 유수 업체들도 그런 장시간의 교육 과정과 오리엔테이션, 애사심 고취를 위한 활동 등을 하지는 않는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나는 일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라는 것이다.

 

입사는 곧 실무활동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데 있어 제대로 된 파티를 하기 위해선 팀원간의 유대관계가 필요요소인데 그 유대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있어 확실히 빠른 것은 과거 자신과 같은 곳에서, 같은 공부를 했던 사람들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직원 규모가 많은 회사의 조직 구성에서도 학연과 지연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자고로 사람은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외로워지며 적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기 마련이다. 인생에 있어, 조직에 있어 한 계단 승진은 경쟁에서 이김과 동시 더 강한 상대와 싸워나가야 하는 반복되는 경쟁 RPG 게임이다. 경쟁자들이 밑에서는 올라오려고 하고, 같은 동급의 경쟁자들에게 주어진 다음 계단은 훨씬 적기 마련이라 결국엔 믿을만한 내편을 찾게 된다.

 

참 잔인한 얘기지만 어쩌겠는가? 조직의 생태계가 그러한 것을… 이건 다른 종목의 기업들도 마찬가지 문제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매우 젊은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좋지 않은 악습이라 표현되어 오는 학연과 지연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필자는 사실 학연과 지연이 그리 나쁘다고 보는 편도 아니다. 사실 게임 업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다면 결국 자신만의 사람 보는 법 같은 것이 생기기도 어려울 것이고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 리도 없을 것이다. 팀원을 계속 교체하면서 검증된 사람을 구할 때까지 회사는 업무를 느슨하게 해 주리는 만무하다.

 

결국 내가 살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버서커 모드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게 다 업계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 업계가 젊고 건강한 정신의 공간이지만 선배 기업들의 패턴도 일부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도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게임 업계를 바둑에 비유하자면 포석이 끝난 후 천원을 위한 중원진출의 단계이다. 길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보니 과거의 모습을 따라가는 부분도 있을 수 밖에…

 

그저 마지막으로 가벼운 조언하나 하라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중도 하차를 하고선 게임 업계로 투신하는 실력 좋은 학생들이여… 실력에 좋은 학교 출신이 합쳐지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 열정을 우선하기 보다 냉정히 생각하길… ^^;

 

대졸 실업자가 넘쳐난다고 하는데 게임 업계는 왜 사람이 부족해서 늘 허덕일까… 세상은 참 모순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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