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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약관논쟁, 속사정 따로있다? 아둥 01-02 조회 2,171 공감 1 8

공정위까지 간 '온라인 소비자 연대'(www.antinc.co.kr, 이하 온소연)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약관변경 문제가 시끄럽습니다. 지난 해 10월16일 공정위로부터 이용자의 권리를 무시한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토록 약관시정 권고를 받은 온라인게임 업체는 모두 11곳이었죠.

시정 권고를 받은 11개 업체는 엔씨소프트(리니지), 넥슨(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웹젠(뮤), 액토즈소프트(A3), 한빛소프트(탄트라), 써니YNK(씰온라인), 조이온(거상), CCR(RF온라인), KDN스마텍(천상의 문), 가마소프트(릴온라인)로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사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10개 업체는 문제되는 약관의 시정 또는 삭제 등으로 공정위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엔씨소프트만 유일하게 지난 12월 13일, 권고 기한을 1주 남긴 시점에서 공정위에 "온라인 게임 약관에 대한 시정권고를 기한 내에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갖가지 추측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리니지> 관련 소비자 집단소송 (최종판결 1월12일 예상)과 소송 결과에 따른 파장(추가 소송 등)을 우려한 법적인 문제와 게임 내 밸런스 붕괴 등의 게임 운영적인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에서는 이 논쟁의 핵심에 있는 ‘아이템 현거래’ 부분에 대해 모 온라인게임의 약관을 다뤄봤던 저의 경험을 토대로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제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온소연이 리니지 약관과 관련해 주장하는 사항>>

 

1. 아이템 현거래로 인한 일방적인 계정압류는 계약위반

2. 약관시정 및 서비스 향상 요구

3. 압류된 계정 및 아이템의 복구

4. 나아가 손해에 대한 금전적인 배상까지도 청구

 

위 사항을 보면 온소연의 주장은 압류된 계정의 복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상 업계로 하여금 온라인 게임 내 아이템의 거래 가치를 인정하고 현금거래를 공개적(법적으로)으로 받아들이라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미 국내외에서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인정한 몇몇 게임들의 사례가 있습니다만, 그 때마다 큰 논란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만큼 아직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의 현금거래에 대한 이슈는 정립된 것이 없고, 어떤 결론도 난 적이 없습니다. 단지 해당 게임의 개발사-유통사의 운영 정책에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게임 계의 최대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의 현금거래에 대한 입장은 주목 받을 수 밖에 없죠. 사실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다방면에서 국내외 온라인게임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이런 면에서 결국 이것은 <리니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온라인게임 모두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란 것을 아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게임회사의 약관에는 약간의 정도 차는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하는 제가 예전에 다니던 온라인게임 회사의 약관으로 제가 작성했던 것 중 일부를 추렸습니다.

 

<1> 이용자가 의무 조항을 어길 경우 회사는 해당 이용자의 계정이용에 제한을 가할 수 있습니다.


<2> 서비스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사이의 문제에 대해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3> 이용자의 계정은 게임의 기획이나 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에서 압류(이용정지)할 수 있습니다.

 

<4> 이용자의 캐릭터, 아이템 등 게임 내 모든 정보는 당사가 일체의 권리 및 권한을 소유 하며, 게임의 기획이나 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에서 추가, 삭제, 변경할 수 있습니다.

 

<5> 회사가 이용자의 본 약관 위반을 이유로 이용자의 캐릭터, 아이템 기타 게임 내 정보의 추가, 삭제, 변경을 결정할 경우에는 이용자는 회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너무 하다고요?

네, 분명 너무한 조항이 있습니다. 3항 같은 경우 회사 사정에 따라 계정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불공정약관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2~4 항 같은 경우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와 더불어 사용자끼리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아이템 사기)가 생겼을 경우 회사는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공식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는 인정하지 않되(4항), 사용자간 거래는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며 책임은 이용자에게 전가(2항)한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로서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죠.

이런 편리성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이런 방침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월정액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온라인 RPG의 경우 "아이템 현거래가 활성화 되야 그 게임이 성공한다"라는 것은 리니지 이래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돼버렸죠.

부분유료화 방식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부분유료화 게임이야 말로 회사에서 아이템의 금전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영등위에서는 온라인 RPG의 부분유료화는 인정하지 못한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다가 업계의 트랜드에 밀려 결국 인정한 바 있죠.

 

온라인 RPG게임의 아이템 현거래 문제에 있어 부분유료화는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아이템 가치가 한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문제를 막고 상한선을 정해 주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결국 업체는 어떤 식으로든 뒷거래(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의 활성화 측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유료화를 진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입니다.

 

부분유료화 게임이라도 몇몇 아이템의 가격은 여전히 뒷거래 시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리니지>는 온라인 RPG의 표준모델입니다. 특히 많은 업체들이 리니지의 게임 내 경제 원칙 조절을 참고하여 <리니지>와 같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이 되고자 해왔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멋진 게임이 나와도 <리니지> 유저는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1998년부터 7년 간 몸 담은 직종에서 자신의 지위와 연봉, 몸값의 자산가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은 이치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

이와 같이 <리니지>는 아이템과 계정의 현금거래가 활성화되어 있고, 이것이 회사의 매출과 게임 전반에 걸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이번 공정위의 권고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현금거래를 공식적으로 인정은 하지 않되 암묵적으로 그것의 파이를 키워오고 그것을 매출에 이용해 왔던 장본인이 온라인게임 회사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엔씨소프트를 성공모델로 앞다투어 도입했던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회사들에게도 꼭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하고요.


그런 경우는 없겠지만, 엔씨소프트 사태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써보면 공정위의 권고대로 약관을 고치고 현재 진행 중인 소비자 집단소송에 패소하고 연이은 소송으로 2002년부터 문제 시 되었던 계정과 아이템을 복구시킨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는 결국 게임 내 갑작스런 아이템 공급의 증가 -> 아이템 가치 폭락 -> 사용자 이탈 이라는 상황까지 예상이 됩니다. 엔씨소프트가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개인적으로 '계정-아이템 현금거래'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가 분명히 원인제공을 한 만큼 어느 정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온소연의 주장대로 아이템의 현금가치를 인정하고 금전적인 부분까지 보상하라는 것은 많이 오버라고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라인게임 업체가 도맡아서 일을 해결하기에는 결과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큰 문제이니 만큼, 정부 관계 부처와 업계가 장고를 거쳐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정위의 권고 시일이라는 굴레에 얽매여서 서둘러 처리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고요 아무쪼록 앞으로 결과가 주목됩니다.

 

계속해서 논의는 이어지고 있죠. 입장들이 너무 달라서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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