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왔습니다. 화학기술에 의존한 필름 영화로부터 2진수로 표현되는 최근의 디지털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화산업의 발달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비단 영화산업 뿐만이 아닙니다. MP3와 스트리밍(streaming)으로 대표되는 최근 음반시장의 기술적 발달은 CD음반 산업에 존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디지털 싱글로 대표되는 음원시장의 발전은 이미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오락의 결합은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 및 선호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얼리어답터(Early-Adaptor)가 아니더라도 신기술의 등장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IT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의 '세계최초' 광고전략은 대중의 상품선호도에 커다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온라인 게임 산업도 이러한 기술의 발달에 크게 영향받고 있습니다. 언리얼이나 크라이텍엔진을 사용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게임들은 신기술에 열광하는 대중의 속성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때로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PC방이라는 대박을 터트렸으며 휴대폰 프로세서의 성능향상은 모바일 게임산업의 급격한 팽창을 불러왔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불러일으키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납니다. 그러므로 범람하는 신기술 가운데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사업의 성공은 보장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아이템을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게 뭘까요?
올해 초인 1월 5일, 네덜란드 소재의 다국적 기업 필립스(PHILIPS)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상당히 특이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완성품이 아닌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인 이 엔터테이블(Entertaible)이라는 이름의 제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무엇인가 다르다는 점을 알게됩니다. 엔터테이블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LCD 패널이 부착된 게임기기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다중 접촉 감지(Multi-Touch Sensing)라는 기술은 미래 게임환경에 대한 비전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필립스 연구소의 엔터테이블 설명
'필립스'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엔터테이블이 차세대 게임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로 여겨집니다. 예전에 터치스크린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시연해보여서 화제를 모은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으로 엔터테이블을 사용할 경우 게임의 양상은 상당히 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터치스크린은 동시에 여러개의 손가락을 사용하더라도 그 중 하나만을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노트북에 많이 쓰이는 터치패드의 경우 손가락 하나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입니다. 그러나 손가락 두개를 동시에 올려놓을 경우 마우스 커서는 순간적으로 잘못된 위치로 튀어버리는 오작동을 하게 됩니다.
45개의 손가락이 동시에 접촉하더라도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면, 엔터테이블의 다중 접촉 감지 기술은 수십여 개의 손가락이 동시에 접촉하더라도 각자의 위치정보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각각의 유닛을 여러사람들이 하나씩 맡아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여러 명이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비단 컴퓨터 기반 게임이 아니더라도 엔터테이블의 활용분야는 매우 넓습니다. 전통적인 보드게임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 게임방들이 토로하는 문제점들 중 하나는 게임 구성물의 분실입니다. 파손되거나 누군가 집어가거나 해서 사라진 카드며 주사위들 때문에 새로 게임을 구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엔터테이블을 사용한 보드 게임방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에서 자유로울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주사위들만 구비한다면 추가적인 비용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또한 인터넷에 연결될 경우 토너먼트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게임은 간단한 다운로드와 설치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엔터테이블은 보다 사회화된 게임환경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신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게임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PC앞에서 혼자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유닛을 통솔하던 프로게이머들은 팀을 이루어 '너는 마린, 나는 탱크' 라는 식으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보드 게임방에서 해외의 게이머와 인터넷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보다 사회화된 게임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8월 29일 필립스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6 에서 통합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4/4분기에 몇몇의 파트너사가 제공하는 장소에서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구체적인 시장의 호응 정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과연 엔터테이블이 또 하나의 블루오션을 창출해낼 수 있을까요? 국내에는 임베디드 환경에 익숙한 많은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그들의 발빠른 대응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넷스케이프의 필립스 assistance achitecturer 인터뷰 @ IFA
리포터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습니다. ^^
"The Philips Entertaible was by far the coolest product I saw at the I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