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에 조금 싫은소리... 강철의의지 10-21 조회 3,672 공감 7 11


■ <R2>의 예상치 못한 성공

 

<R2>는 첫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치고는 이럴 수가 있겠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비평을 들으면서 시작했다. 클로즈 베타 때는 물론이고 오픈베타 이후에도 유저들로부터 '한국 MMORPG의 퇴화, 또하나의 <리니지>, 묻어가기 작품' 등의 쓴소리를 들었으며 웹진은 <R2>의 등장에 대해 이미 포화가 된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R2>.

 

이 모든 예상들을 뒤엎으며 <R2>는 선전하여 지금은 당당히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오히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리니지>의 아성을 위협하며 새로운 MMORPG의 강자로 떠올랐다. 역시 역사(?)는 승리하는 자의 편에 서는 것인지 과거의 쓴 소리들은 어디가고 지금은 <R2>의 유료화에 대한 희망적 의견들이 다수이고 웹진에서도 <R2>의 성공적 런칭을 보도하는 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심히 불만이다. 그리고 이 <R2>라는 게임의 종말에 대해서도 여전히 비관적이다.

 

 

 

■ 젓가락 두짝이 똑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WoW>의 경우를 보면서 별 특징은 없지만 여러 성공한 게임들의 장점을 잘 믹스하여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섞어내는 것이 잘만 되면 굉장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것을 확인하였다. <WoW>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긴 하지만) 성공한 MMORPG임에는 틀림 없고 지금도 연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야말로 '벌이가 되는'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WoW>라는 게임은 다른 여타 게임들의 장점을 뽑아 오면서 적당히 수정하고 추가하여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확실한 지향점 아래에 두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울티마 온라인>의 사회성,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의 RvR, <에버퀘스트>의 PvE 등을 따오면서 '한데 섞어놨을 뿐이다' 라는 비평은 들어도 '완전 복제품이다' 라는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섞어놨다' 는 것이다. 비슷한 뜻을 찾아보자면 '전주 비빔밥' 정도일까..?


단지 내가 좋아한단 이유 하나만으로 꽤나 자주 등장하는
비빔밥.. 끄응

하지만 <R2>의 경우는 그렇지가 못하다. 각 게임들의 특징과 장점들을 따 왔지만 정작 중요한 자신의 색이 없어진 것이다. 마치 비빔밥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나치게 부재료를 많이 넣어서 샐러드가 돼버린 것처럼..

 

그렇게 특이한 듯 떠들어대는 스팟 공성전도 이름만 그럴 듯했지 그냥 수시로 열리는 혈맹전일 뿐이며,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던전도 MMORPG의 업데이트에 따른 당연한 결과물일 뿐이다. 거기에 최강의 아이템을 챙겨라! 라는 것은 그야말로 '최강의 현질게임이 되었다!' 고 외치는 격이다. 심지어는 '몬스터 수천만 마리를 잡아서 얼른 지존되세요~' 라는 친절한 가이드까지 있으니 이 정도면 완전 내어놓은 꼴이지. 아암-

 

그렇게 따지자면 다른 게임 따라하지 않은 MMORPG가 어디 있느냐고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거기에 +a를 하느냐, 그대로 베껴 왔느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어레인지 음반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듯 적당히 재미있게 고쳐서 원본보다 더 낫다면 유저들이 무슨 불만을 가지겠는가.

 

젓가락 두짝이
똑같나요..?

 

대표적으로 <울티마 온라인>의 서구적이고 복잡한 스킬 시스템을 <마비노기>는 자신들의 게임에 맞게 단순화시켰으며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귀여움에 주안점을 두고 새로 개발하여 '<마비노기>만의 생산 시스템' 을 구축하여 결과적으로 <울티마 온라인>의 골수 팬들에게도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마비노기>를 즐기게 했고 신규 유저들은 생산 및 경제 시스템의 새로운 재미에 꽤 즐거워 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어레인지 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베끼기라고 하기엔 너무 차이가 큰것 아닌가?

 

 

 

■ 성공하고 싶으냐, (유저들의) 눈 밑을 검게 해라.

 

위에서 말한 현거래의 무한한 가능성과 노가다를 유도하는 시스템은 유저들을 불철주야 컴퓨터 앞에 붙잡아 둘 것이 당연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리니지> 폐인에 더불어 <R2> 폐인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물론 자신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게임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면에서 생각해 볼 때, 과연 그 자체로서의 <R2>를 즐길 수 있는 유저는 몇이나 될까..? 물론 RPG류의 계임에서 노가다는 필수적이다. 자신이 노력한만큼 보상을 얻고 그만큼 남들보다 유리해지고.. 이것이 RPG의 기본적 룰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노가다란 것을 얼마만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인데 <R2>에서의 노가다는 과연 그만큼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개인적 생각으로는 <R2>는 유저들의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만들수는 있어도 유저들의 입가에 미소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R2>는 그야말로 오로지 길드를 위한 게임이며 길드가 해체되면 제 각기 흩어질 철저히 서로의 이익을 위한 용병같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R2>에서의 지존은 곧 그만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머리를 밟고 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당신의 다크서클이 없는 얼굴은
어쩌면 당신이 알지 못하는 얼굴일지도!

 

 

 

■ 과연 <리니지>에 대한 오마쥬인가.

 

과거 NHN게임즈는 <아크로드>를 야심차게 내놨다가 그야말로 패배의 쓴 잔을 마셨던 경험이 있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무비 팀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외적이 요소는 화려했지만 정작 중요한 게임 개발팀이 그에 따라가지 못했던 탓일까? 오픈때부터 기대에 못미친다 싶더니 지금은 어떻게든 외국 바이어들을 이용해 활로를 개척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신작의 압박을 받은 그들에게 있어서 최상의 선택은 '성공작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 하기였던 듯 그들의 후속작인 <R2>는 너무도 <리니지>와 흡사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형만한
아우

 

과연 개발자들의 생각이 먹혀들어 간 것인지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도 현재까진 순항중인 듯하다. 초등학교 방학이 끝났음에도 제법 높은 동접률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리니지> 유저들이 <리니지>를 잊지 못해 현재 무료인 <R2>를 잠깐이나마 즐기는 부분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가장 고질적 문제인 '유료화 이후 떨어져 나가는 유저들' 을 <R2>는 과연 어떻게 잡을 것인가..? <리니지>보다 싼 요금정책? 가능성은 적겠지만 차별화 되는 컨텐츠?

 

어느쪽이라도 결과는 유저들 몫이겠지만, 이 게임이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WoW>로 인해서 그나마 MMORPG의 다양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는 한국 시장에 또다시 찬 물을 끼얹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오토마우스로 하는 게임은 과연 즐겁기 위해 하는 게임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게임이 기계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게임으로 바뀌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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