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놀이 성향 (par)Terre 11-06 조회 2,977 공감 10 31

얼마전 게임메카에서 넘어와 TIG를 한바탕 휘젖은 스타빠XX님의 "한국은 왜 스타에 열광하는가"하는 물음에 대해 나름대로 그 원인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한국의 놀이 성향은 "떼거리" 성격이 강합니다. 즉, 어떤 놀이에 대해 그 놀이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사람)는 그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해당 놀이를 할 때면 제끼고 보는, 즉 소외당하는 성향이었던 거죠.

때문에 집단에 끼이기 위해서는 딱히 좋아라 하지 않더라도 그 놀이를 배워야 했고, 그렇게 놀이를 즐겨야 했지요.

 

쉽게 A라는 문화가 유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A가 자신에게 딱히 맞지 않아도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A라는 문화를 습득해야만 했던 겁니다.

 

예를 들자면, 80-90년대 PC방 문화가 생기기 이전의 놀이 문화의 주축은 당구였습니다. 2명 이상만 모여도 "당구 한게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떤 모임이든 나가면 당구장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당구를 안치는 사람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당구치는 것을 멀뚱멀뚱 구경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당구를 치는 동안 당구장 한 켠에 놓인 TV를 볼 수 밖에 없었죠. 또 당구가 끝난 후에 이어지는 식사자리(혹은 술자리)에서도 그날 있었던 당구의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니 당구를 안치는 사람은 당구장에서건 식당에서건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던 겁니다.

 

이런 현상은 저연령층으로 갈 수록 더욱 심해지는데요, 한 반, 한 학교 나아가 그 당시의 초등학생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는 아이는 주류집단에서 떨어져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엔 갖가지 PC 네트웍 게임들로 인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 졌고, 주류<->비주류 간의 전환 주기도 많이 짧아졌지요.

 

그럼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게임은 단지 그것을 즐기는 부류만의 놀이였지요.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살펴 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80년대 오락실을 누비고 각종 플랫폼 게임들을 즐기던 게임키드들이 성장을 하여 대학생 이상의 연령이 되었고, 이들은 당구보다는 게임을 더 즐겼습니다. 또 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부의 전유물이었던 PC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1가정 1PC 시대를 맞게 됩니다. 이로 인해 어렸을 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층도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되었고요.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당시엔 가정은 56k 모뎀이 거의 전부였으나, 일부 기업들과 대학들에는 T1회선이 깔리던 시기)의 등장과 릴그룹들에 의한 불법카피판들의 번짐이 일조 합니다.

 

자, 이것과 '떼거리' 성향을 섞어서 본다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스타크래프트가 퍼졌고,당시 주류 놀이였던 당구를 대체하게 되고, IMF로 인한 창업열풍이 불면서 당구장 수만큼 PC방이 들어서게 됩니다. 즉, 2인 이상 모이면 "당구한게임~" 하던 것이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스타 한게임~"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그러니 스타크래프트를 못하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배우게 됩니다. 또 약간은 안좋게 평가되던 당구장에 비해 PC방은 그나마 건전한 곳으로 인식이 되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받게 되었지요.

 

이때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은 100만장도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왜 갑자기 100만장 이상의 밀리언 셀러가 되었을까요?

 

2000년에 들어서면서 각 가정엔 초고속 인터넷 설치붐이 입니다. 웬만한 회사, 학교, 집에 전원스위치만 넣으면 56k 모뎀을 쓰던 때는 비교도 안될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연결된다는 거죠.

 

다시 나누어 봐야 하는데요, 우선 직장인 입니다. 00년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이들은 당구보단 스타크래프트로 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회의 주류 놀이는 당구지만,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회사의 놀이가 서서히 스타크래프트로 바뀌게 된 거죠. 음. 이것만으로는 판매량 상승이 설명이 안되겠죠? 계속 설명 들어갑니다. 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스타크래프트를 즐깁니다(이 "즐긴다"는 표현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긴다의 의미입니다). 집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설치하고, 회사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설치합니다. 집에서야 배틀넷에 접속을 해야하니 패키지를 구입합니다. 회사는 배틀넷을 들어갈 일이 적으니 해적판을 설치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을 나온답니다. 처음 한 두번이야 설치된 게임을 지우지만, 이것이 일정한 기간을 주기로 반복되니 설치-삭제도 힘이 듭니다. 결국 회사 소프트웨어 구입 목록에 스타크래프트를 넣게 됩니다. -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술자리에서 "이러이러한 사유로 스타크래프트를 회사에서 구입했다"고 하니, 너도나도 그랬다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 이렇게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이 상승.

 

다음은 초중고등학생입니다. 왕따.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으면 PC방도 같이 안간답니다. 아예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으면 제껴두고 얘기 한답니다. 이렇게 몇번 소외 당하면 스타를 할 수 밖에 없죠. 초등학교 시절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가 무엇을 잘한다. 하면 그 애 주위에 몰려 들죠. 애들 하드트레이닝 들어갑니다. 생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사달라 졸라댑니다. 역시 스타크래프트 판매량 상승에 일조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해야 겠고, 맨날 집에서 Computer 슬롯 열고 하자니 배틀넷에 접속하여 다른 사람을 "누르는 것"보다는 재미가 떨어지고, 매일 피씨방엔 갈 수 없는 노릇. 그래서 패키지 구입. 여기에 PC방 창업에 의한 구입, 기업체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피하기 위한 구입, 주류에 들어가기 위한 구입이 스타크래프트를 대박 신화에 올리지 않았나 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외에도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으니 주류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럼 주류에 들어가려면? 결국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밖에 없는거죠.


이상이 제가 생각하는 "스타크래프트 600만장 판매"의 이유입니다. 요즘의 PC 방엔 다른 게임들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더군요. 가끔 가는 PC방엔 어른들의 경우 RPG를 학생들의 경우엔 FPS나 스포츠 게임 위주로 즐기더군요. 어떤 장르의 무슨 게임이 주류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게임이 나온다면 다음엔 꼭 국산 게임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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