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거리로써 온라인 오락, 매체로써 온라인 오락 한날 11-16 조회 2,976 공감 8 9

안녕하세요.

여러 가지로 걸리는 부분이 있어 이번에 넥슨이 비아컴과 손을 잡은 일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었는데 시몬님께서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라는 글에서 시의적절하게 이야기를 하셔서 저 글에 설명을 덧붙이고자 글을 써봅니다.

 

분명 넥슨이 비아컴과 손을 잡은 일은 엄청난 일이며, 시몬님께서 왜 엄청난 일인지 언급을 잘 해주셨지만 미디어가 갖는 힘과 요즘 추세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셔서 조금 허전하더라고요. ^^; 아마 아실 분은 다 아실만한 뻔한 이야기니 잘 모르겠는데 관심은 갖고 있는 분들만 가벼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신문을 뒤적이다 IT쪽 부문을 보다보면 UCC니 뭐니 하는 말을 한 번쯤은 접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눈썰미 있는 분이라면 UGC라는 낱말도 보셨을 겁니다. UCC는 User Created Contents를 줄인 말입니다. 이용자가 '만든' 정보물이라는 말이지요.

 

UGC는 User Generated Contents를 줄인 말로 이용자가 '발생시킨' 정보물이라는 말입니다. 이용자가 직접 만들건 누군가 만든 걸 '펌'이라는 이름으로 재배포를 하건 이용자가 정보물을 발생시키는 행위 자체를 UGC라고 하니 UGC는 UCC를 담고 있는 낱말인 셈이지요.

UCC나 UGC가 갖는 큰 가치는 바로 매체(media)입니다. 기존엔 매체란 매체 단체에서 이끌고 통제했습니다. 예를 들면, 언론 단체가 있지요. 이들이 매체에 행사하는 힘이 얼마나 큰 지는 TV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으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위 3개 신문사가 단합하여 우리나라 대통령을 결정 지을 정도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매체는 커다란 힘(기업, 정부, 기관)이 주체였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시대이기도 했지요.

그러다 인터넷이 퍼지면서 기존에 있던 커다란 힘보다 좀 더 작은 힘들이 매체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개인으로 이뤄진 '집단'이지요. 소비자로서 매체가 생산하는 정보물을 소비하고 대가를 치르던 개개인들이 모여서 새로운 형태를 가진 매체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그 힘이 매우 작은데다 너무 잘게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존 매체와 나란히 설 수는 없었지요. 비록 야후가 개개인이나 개개인의 집단(동호회나 모임 등)의 공간을 찾아갈 수 있는, 마치 전화번호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강한 변화의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이것 마저도 야후를 거대한 매체(media) 기업으로 성장시켜주는 걸로 이용(?) 되는 정도로 멈춥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기존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집단(방송사 등)과 개개인의 정보물과 참여라는 새로운 무기로 중무장한 새 매체(New media)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물론, 크게 봤을 때 말이죠.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방송사와 거대 신문사가 기존 매체 집단이라면 네이버, 다음 등이 새로운 매체 집단입니다. 개인이라는 복잡한 맛을 내는 토양에서 자라난 새 매체(New media)가 자꾸 기존 매체를 따라하고 정체하려하니(보수성), 개인들이 내 목소리를 찾겠다며 움직이는 것이 작년 말까지 흔하디 흔한 말로 떠돌아다니던 개인 매체, 즉 개인 미디어가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격으로 블로그를 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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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뻔한 이야기를 길게 뽑아냈군요. 애초 이 글은 시몬님의 저 글에서 생략된 부분을 길게 풀어쓰기 위함이니 기왕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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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등과 같은 개인 매체에서 발생시키는 정보물(UGC)이 그냥 멍하니 정체되어 있으면 매체를 형성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런 정보물이 모이고 퍼지고 정리될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요. 그래서 UGC계의 사당역, 서울역 같은 정거장을 지향하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올블로그니 Tistory(with eolin)니 뭐니 기타 등등. 이 중에서 태터툴즈 개발사는 개인 매체의 정거장으로써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 받아 얼마 전 소프트뱅크로부터 15억원을 투자 받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선 이런 투자나 인수가 더 활발해서 얼마 전엔 구글이 유튜브( //www.youtube.com )를 1조 6천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이미 공룡 매체 기업인 비아컴은 자사가 갖고 있는 매체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네오펫 ( //www.neopets.com )이라는 웹 오락을 160만 달러에 삽니다. 2005년 6월이지요.

잠시 비아컴이 네오펫을 사는 의미를 살펴보지요. 네오펫은 2005년 6월 당시 전세계에서 거의 3000만명 가까이 가입하고 즐기는 웹 오락입니다. 주 이용자층은 10대지요. 비아컴은 10~20대가 애청하는 MTV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비아컴이 네오펫을 인수하면서 가질 효과를 예상할 수 있겠죠? 실제로 네오펫은 MTV네트워크 소속입니다.

개인이 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힘을 얻을수록 신나는 곳은 어딜까요? 개인의 목소리가 강해지면 기존 매체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힘을 잃을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매체 기업은 신나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개인의 목소리가 강해질수록 매체 기업은 신이 납니다.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 개인들에게서 새로운 매체가 형성됩니다. 제조사나 유통업 등을 하는 기업은 이런 개인이 형성한 매체에서 알짜배기 정보를 얻고 싶겠죠. 하지만 그 많은 개인들의 목소리 모두를 듣고 분석할 시간이 없습니다.

 

정보물 정거장이 있어 개인의 목소리가 한 곳에 모이고, 이것들을 모은 곳에서 분류하고 가치를 매겨준다면 참 좋을 겁니다. 바로 이부분에서 '가치'가 발생합니다. 이 가치를 사고 팔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매체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입니다.

미국 광고비 지출 규모

그림 출처 : 한겨레 신문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매체는 신이 납니다. 매체 수단이 더 다양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터넷은 전파 속도가 어마 어마하며 재생산 속도와 양도 어마 어마합니다. 광고 시장에 신천지가 열린 것이지요.

 

예전에는 인터넷 광고라는 푸른 바다에 예전부터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써먹던 광고 방식을 거의 손도 보지 않고 그대로 들이 밀다가 재미 못보고 망한 회사가 많았습니다. 1998~2001년에 많이 볼 수 있었죠.

요즘엔 양상이 다릅니다. 광고 자체를 정보화해서 광고 자체에도 가치를 부여시키서 광고 집중도와 노출도를 높였습니다. 구글이 한해 8조원이라는 매출을 올리고 이 중 상당 부분이 광고 수익입니다.

 

구글 검색란에 어떤 낱말을 쳤을 때 그 낱말과 관련된 정보물을 찾아 나열하면서 그 낱말과 관련된 광고도 함께 나열합니다. 근데 그 광고도 정보물 못지 않은 가치를 가집니다.

 

예를 들면, '선릉역 찻집'으로 검색했다면 선릉역에 있는 갈만한 찻집을 찾으려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고, 이런 사람은 '뚝섬 플레이스'(^^;;)라는 곳이 광고로 나타난다고 해도 선릉역에 저런 곳이 있다는 정보물로써 가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곳을 방문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광고주도 광고 효율과 가치가 높은 셈입니다.

그런데 개개인이 만드는 무의미한 글도 과연 정보물로 가치가 있을까 의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점심 먹고 뚝섬 플레이스 선릉점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커피맛은 무난했지만 조용해서 좋았다”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고 치죠.

 

이 글 자체는 대중에게 큰 가치를 보이기 어렵습니다. 그냥 일기 수준이죠. 하지만, 이런 글들이 모여 선릉역에 있는 뚝섬 플레이스에 대한 작은 여론이 형성된다면 형국은 달라집니다. 이 여론을 매체로써 잘 이끌어낸다면 매우 집중도 높고 특정 계층에 특화된 광고 시장이 됩니다.

 

즉, '선릉역 부근에서 커피를 마실 곳을 찾는다'라는 특화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글 각각의 가치와 글들의 가치가 대단히 다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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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길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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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UGC가 가지는 매체(media) 가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직접 홍보를 하는 것보다 강하고 넓은 매체를 가지고 있는 곳에 광고를 맡기는 것이 확실하고 빠릅니다. 이런 흐름은 갈수록 더 강해집니다.

 

왜냐하면,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고,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어 여론을 형성시켜 줄 정거장(platform)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나 다음이 예전에는 정보물을 직접 유통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했다면, 요즘엔 매체(media)기업을 표방하며 이용자들이 어울려 똥이건 방귀건 훌륭한 거름이건 뭐든지 열심히 발생시킬 '공간'을 만들려고 발악에 가까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이번에 비아컴과 손을 잡은 일. 이것은 넥슨이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그에 따른 가장 훌륭한 실적을 올린 것을 뜻합니다. 게다가 비아컴은 넥슨의 주 고객층인 10~20대층의 충성도가 대단히 높은 Entertainment 사업을 보유하고 있으니, 시대 흐름을 잘 읽고 큰 매체 기업과 손을 잡은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몬님 말씀처럼 이번에 넥슨이 비아컴과 손을 잡은 일은 정말 엄청난 사고를 친 겁니다. 강력한 매체를 형성하고 있는 NHN 조차 자사와 자회사에서 만들거나 제공하는 오락들과 매체를 훌륭하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요즘 매체 기업으로 숨 가쁘게 네이버를 뒤쫓고 있는 다음은 NHN보다 더 오락쪽에 손을 뗐습니다. nc는 nc japan을 통해 인터넷쪽에 투자를 하며 직접 매체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요. 그런 상황에서 넥슨이 비아컴과 손을 잡았으니 깜짝 놀랄 일일 수 밖에요.

오락, 특히 온라인 오락만큼 정보물(contents)과 매체(media, community)가 한 몸처럼 딱 달라붙은 사업도 흔치 않습니다. 그 자체가 정보물이면서 또한 매체지요.

 

그간 온라인 오락을 정보물 측면에 집중하여 만드는데 온 신경을 써왔다면, 이제는 비로소 매체 측면에서 접근하여 온라인 오락 안에서 오가는 각종 대화를 단순히 여론으로 끝내지 말고 매체로 이끌어 낼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와 사회 흐름에 맞춰 거대 공룡 매체 기업인 비아컴과 손 잡은 넥슨이 어떻게 '정보물'로써 온라인 오락을 '매체'로써 온라인 오락으로 이끌어 낼 지 기대됩니다.

아, 물론 그 전에 오락이라는 기본은 보장 되어야 겠지요. 바로 재미. :)

길기만 길지 시덥잖은 말만 잔뜩 늘어놓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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