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부터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와의 경쟁보다는 같이 즐기는 게임이 나올 수 없을 까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삶이 무한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굳이 즐겁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게임에서 조차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게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온라인 게임의 첫번째 쇼크를 준것은 물론 리니지와 같은 게임이었지만 두번째로 쇼크를 준것은 마비노기 오픈베타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이 때에 경쟁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합니다. 좀더 부유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끊임 없이 아르바이트를 뛰고 실제 게임상의 요소는 아니지만 커뮤니티로 인해 생기는 유저와 유저간에 암묵적으로 약속된 알바도 많이 생겨났지요.
여태 몹잡으며 렙업만 하고 전쟁을 즐기는 게임만 해왔던 저로써는 pvp가 없다는 마비노기 유저의 말에 과연 이 게임이 재미가 있을까 했었습니다. 처음 접속했을 시에 상점에가서 놀란 것이 갑옷의 성능이 거의 비슷비슷한데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이었죠. 더 놀라웠던 것은 기능성이 떨어지는 이쁘장한 옷들이 값옷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저간의 경쟁이 되는 요소가 '부' 밖에 없고 강해지는 것도 어느 일정이상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에(환생시스템이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사실 남보다 더 뛰어나지게 되기 위해서 안달하는 유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어느 필드를 가도 상냥하고 같이 게임을 즐기며 심지어 쓰러져있는 유저들에게 몸소 찾아가 당시에는 비쌌던 "부활의 깃털"을 쓰며 다른 유저를 도와주는게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쟁이 별로 없다보니 굳이 요즘의 마비노기처럼 던젼 뺑뺑이라던가 하는 경우도 없었고 다른유저들과 뒤섞여 사냥을 하면서 지루해지면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도 떨고 다른 생활도 즐겨보는 식이었죠.
게임인생 처음으로 경쟁이 없는 게임도 충분히 다른 부분에서 더 따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베를 즐겁게 한 반년넘게 플레이 하다가 수능을 위해 잠시 제쳐두고 나중에와서 보니 마비노기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 마비노기 접속하는 동안의 행복함과 안락함은 정말로 제 마음 구석 한곳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후 저는 경쟁적인 요소 외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을 갈구 했지만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누리엔 이라는 게임이 프리 오픈을 함으로써 참가해 즐겨보니 경쟁이 주요 요소인 댄스 배틀 게임 답지 않게 '별'을 사용하는 요소를 두어 정확도가 70퍼센트인 유저가 정확도 99퍼인 유저를 이길 수도 있게 만들어 사실 실력보다는 눈치와 운에 의해서 승부가 갈리는 시스템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승패는 단지 승패일 뿐 경험치와 돈은 그다지 승패와 관련이 없어서 더더욱 승부가 게이머에게 끼치는 영향도 적어, 말 그대로 '같이 논다' 라는 성향이 짙은 게임이라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사실 누리엔 이라는 게임은 댄스게임이라고 보기보다는 일종의 커뮤니티가 더 중요시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렇게 제작했는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역시나 아무리 게임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제작하였다 할지라도, 문제는 유저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많은 유저들이 그러한 시스템 자체를 좋아하였으나 점차 늘어날 수록 많은 사람들이 별을 사용해 이기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면서 말 그대로 실력 경쟁을 통한 승부를 나는게 옳다며...유저들 서로가 별의 사용과 스페이스바의 사용을 금지하는 식의 룰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즉.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던 별의 사용이라는 요소가 사라지고 다시금 다른 댄스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가 갈리고 많은 유저들이 댄스게임을 같이 한다라는 것에 의의를 두지 못하고 이기기 위함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하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 결국 누리엔에서는 노별 노스페이스를 설정한 클래식 모드를 따로 업데이트해서 이러한 유저들의 편의를 높여주었죠. 지금 들어가보면 모든 대다수의 90퍼센트 이상의 방들이 이러한 순수 실력 경쟁 모드인 클래식모드의 방으로만 운영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역시 아무리 개발자가 다른 요소를 목표로 두고 제작을 한다 할지라도 유저스스로가 달라지지 않으면 고집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활형 알피지니 경쟁이 없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달라니 하는 것도 역시 무리한 부탁이고 대세를 따라 안전한 구도를 따라 가는 게임 개발진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듯 했습니다.
항상 기존의 게임 스타일에 질려 창의적이고 독특함을 원하는 유저들이지만 그러한 게임들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우리 유저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임에서 경쟁이라는 요소는 대다수의 게임에 들어가있는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경쟁을 통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플레이 한다라는 것 자체로부터 따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타나는 날이 오길 고대합니다.
언젠가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