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게임나라 광산마을' 에 '스미스'라는 견습 대장장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스미스는 마을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무기 대장장이가 되는 게 꿈이었죠.
그래서 남들이 늑대나 빈집털이를 죽인 뒤 가죽을 벗기거나 호주머니를 털고 있을 때
매일매일 광석을 캐고, 제련을 하고, 망치질을 하였습니다. 참으로 모범적인 생산직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황홀히 빛나는 강철검'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를 아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축하해주었습니다. 스미스는 강철검을 들고 경매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팔리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황홀히 빛나는 강철검'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스미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왜 팔리지 않을까?
일주일이 되던 날, 그러니까 경매 유효 시간이 끝나 '황홀히 빛나는 강철검'이 우편배달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타고 그의 집 앞으로 돌아온 날, 그는 깨달았습니다.
'광산마을' 옆에 있는 '인던동굴'의 보스인 '아템창고 우두머리'를 잡기만 하면, 그가 만든 아이템보다는 약간 못하거나 오히려 더욱 좋은 무기를 준다는 것을!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도시 '퀘스트 성'에 있는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생산한 아이템보다 약간 못하거나 거의 동급인 아이템을 준다는 것도 알아버렸습니다!
순진한 광산촌 소년인 스미스는 급좌절하고는 나이를 잊은 채 술을 푸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대체 마을 주민 따위가 어떻게 내가 공들여 만든 아이템에 비견될 것들을 가지고 있지?'
매일 술독에 빠져 사는 스미스가 안 되어 보였는지, 그의 소꿉친구이자 또 다른 생산직인 '연금술'에 종사하는 '캐미컬 아가씨'(16세)가 힘을 내라며 위로를 했습니다만......
스미스는 고맙단 인사 대신 캐미컬의 뺨따귀를 날렸습니다.
'연금술'로 만들어내는 포션은 1회용이긴 하나, 강력한 괴물과 싸울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만드는 포션들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기 때문이지요.
- 질문 : 왜 사람들은 강력한 괴물과 싸우길 원하는 걸까?
- 답 : 괴물이 강력하면 강력할 수록, 더욱 좋은 무기/방어구/악세서리를 주니까
- 질문 : 그렇다면 무기/방어구/악세서리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뭘 먹고 살라고?
- 답 : ......자기 만족?
- 질문 : 야이어ㅣ보겁돗ㅂ솓
스미스는 성주에게 항의했습니다. 자기와 같은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저놈의 '인던동굴'을 폐쇄해 달라고. 그러나 성주는 '자신의 마을을 노가다 마을로 만들 셈이냐?!'며 스미스에게 곤장 30대를 크리티컬로 하사하셨습니다.
매일매일을 울며 지내던 스미스는, 어느날 굉장한 소식을 듣습니다.
'오직 생산 만으로 만들 수 있는 최강급의 아이템이 나왔다!'라는 소식을!
스미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쑤신 몸을 이끌고 소식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퀘스트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과연 사실이었습니다.
도안 : [졸라좋은 황금검] - 지금까지 있던 그 어떤 검보다 좋음! 오직 생산으로만 만들 수 있음!
허나 스미스는 곧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졸라좋은 황금검의 재료로는, 새로 발견된 던전인 '황금용의 노름터'의 보스인 '황금용'을 잡아야 나오는 '황금용의 자릿세'가 필요했던 겁니다.
오직 생산직으로서 살아왔던 스미스에게 황금용의 노름터는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바위와도 같은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스미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노력해, 모험가로서의 길을 나아갔습니다. 저주받은 듯 한 번 손에 쥐면 남을 줄 수도 없는 인던표 아이템 대신 그가 직접 벼리고, 두들겨 만든 장비들을 몸에 걸치고 레벨을 올려나갔습니다.
이미 그는 순수한 생산직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 여럿이 스쳐지나가고 -
드디어 스미스는 세계 최초로 '황금용'을 잡고 '황금용의 자릿세'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졸라좋은 황금검]을 만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이번에도 사람들은 황금검을 사지 않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나올 새로운 던전의 보스를 잡으면, 지금 나온 황금검보다 더 강력한 아이템을 줄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지요. 100% 확률로.
스미스를 좌절하게 만든 건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각국이 계약을 체결한 '모의 전장' 역시 한 몫 했습니다.
참가만 하면, 이기던 지던 강력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이 시스템은, 그동안 팀 호흡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가능했던 던전 공략에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허나 이 세계에 - 더 이상 장비 생산자 스미스가 발 붙일 곳은 없었습니다.
스미스는 조용히, 황금검을 들고 자신의 일터로 걸어갔습니다.
쇳물이 끓는 소리가 며칠간 울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이웃들이 들어가보았지만, 차갑게 식은 모루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미스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누군가 답을 주세요.
그것만이 스미스의 한을 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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