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기에 편의상 반말체로 되어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아이온이 나오기 이전에 쓴 글이라, 아이온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네요.
글이 너무 길어 다 읽기 힘드셔서 뭔 내용이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 하네요.
WOW가 좋다, 리니지가 좋다류의 글은 아닙니다.
WOW 와 리니지를 말할때, 꽤나 다수의 게이머들이 언급하는 RPG 쟝르의 정통성 부분과 환타지 세계관의 차용, 그리고 게임을 접하는 정서의 근간의 차이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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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Massive Multiplay Online RolePlaying Game /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이거 다 풀어서 써보라고하면 게임 회사 신입사원들도 시험에서 많이 틀린다는...ㅎㅎ
이 MMORPG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곳은 누가 뭐래도 한국이다.
그리고 이런 한국에서도 시장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것은 리니지1,2와 WOW라는 대작 게임이며 한국 토종 개발사 VS 막강한 해외 개발사의 구도로도 매칭되어 있다.
온라인 게임 산업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초대작 힛트 게임들의 성공요인과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한번쯤은 아니 두세번은 더 넘게 토론하고 얘기해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인지 모르지만, 리니지형제는 웬지 '훼인' , '현질' , '중독' 이런것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듯하고, WOW의 경우는 '게이머' , '오리지널에 가까운 롤플레잉게임' , '게임성이 좋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여러 게임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WOW를 즐기는 분들은 은근히 리니지 형제를 무시하는 경햠이 있어 보이고, 두 게임 모두를 현재 하지 않는 게이머들도 게임성의 측면에서만 얘기하자면 단연 WOW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왜 WOW 같은 게임을 못 만드는 거야! " 라는 얘기와 "또 리니지 같은 게임이냐! 집어쳐"라는 얘기가 없는 곳은 없으니까.
특히, 흔히 게임을 좀 안다! 라고 하는 , D&D가 뭔지 알고 RPG의 뜻을 이해하의 헤비 게이머들의 경우 그런 성향은 더욱 강해서 리니지를 하는 게이머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 자체를 상당히 불쾌해 하는 경우도 종종 본 듯 하다..
뭐, 위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 왕년에 N모사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리니지 편을 들어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리니지와 WOW 둘 중 어떤 게임이 정통 RPG에 가깝냐? 라고 물어본다면 1초도 안걸려서 WOW 라고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니지형제와 WOW 둘 중 어떤 게임이 Fantasy의 원류에 가깝냐? 라고 물어본다면 그것 역시 WOW 라고 답할 것이다.
뭐..위 두 질문을 이해하는 방향이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이건 아래 글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럼으로써 WOW가 리니지보다 잘 만든 게임이냐? 라고 묻는다면...글쎄 그건 참 답하기 곤란한 문제다...
그렇다 라고 하기도, 또 아니다라고 하기도 참 애매하다...하고자 하는 얘기는 바로 왜 그 답이 곤란한가..에 대한 답이 되겠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리니지형제와 WOW를 바라보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화두로 제시된 "RPG" 와 "Fantasy"의 두가지 면에서만 얘기해 보고자 한다...
RPG - 말 그대로 역할놀이이다.. 디아블로가 처음 등장하던 때부터 언급됬던 정통 RPG네 아니네 하는 논란은 RPG라는 뜻이 원래 가진 역할놀이의 의미에 어느게 맞냐가 아니라, TRPG (Table talk roleplaing game)시절의 D&D,GUPS,Sword Coast등 롤북에 의한 게임의 룰을 가장 근접하게 따라간 CRPG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현시대에 와서 RPG라 함은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CRPG를 얘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RPG가 모두 MMO인것은 분명 아닙니다. MMO가 아닌 RPG 게임도 분명 버젓이 현존 하고 있습니다.
패키지 게임중에서 TRPG 시절의 룰북의 룰을 충실히 따라간 게임으로는 발더스게이트나 네버윈터나이츠등을 꼽고, MMO중에서는 최근의 D&D 온라인이 이름답게 '정통'을 표방하고 있다.
WOW와 리니지 두개를 놓고 보자면, 사실 둘 다 이 '룰북'의 룰과는 거리가 멀다..그냥 체감상 WOW가 더 가깝다! 라고 느낄 뿐 사실 그 룰을 파고 들어가보자면, 둘다 TRPG와 룰북의 중심인 'dice 굴리기'가 제대로 드러나는 요소는 없다고 본다.
둘(정확히 셋) 중 어느 게임도 공식적으로 D&D이건 GUPS이건 유명한 TRPG의 룰북 룰을 따랐다는 내용은 없다.
룰북이란 것 자체도 만들어내기 나름이기 때문에 두 개의 게임은 각자의 룰북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자,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게임이 진짜 RPG게임이다 아니다 하는 얘기는 대체 어디서 시작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RPG 게임이 가장 흔하게 배경으로 채용하고 있는 이른바 Fantasy 세계관에 어느 것이 더 가깝냐라는 것.
그리고 가장 큰 화두인 "어느 게임이 더 게임성이 좋으냐" 라는 것과 같은 얘기를 다르게 하는 것.
두가지로 생각 된다.
Fantasy 세계관이란 누구나 만들어 내기 나름이지만,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개념은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그 씨리즈에서 확립된 상상의 세계관을 뜻한다고 생각된다.
너무나도 많은 게임에서 다뤄서 정말 있을 것 같이 느껴지는 엘프 역시 이 톨킨님이 창조한 거대한 신화의 세계의 종족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다면 WOW와 리니지형제들은 얼마나 톨킨님이 쓴 '반지의 제왕' 씨리즈에 가깝게 설정이 되어 있을까?
파고들어 가본다면, 둘 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장 판단하기 쉬운 종족 설정부터 뜯어보자면,
리니지1 - 기사 , 요정 , 다크엘프 , 마법사 , 군주(왕자)
기사와 마법사, 왕자는 직업이지 종족이 아니다... 일치하는 것은 요정(Elf) ,다크엘프 둘 정도. 마법사-기사-군주를 전부 휴먼으로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긴 하지만, 톨킨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했다기 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개념의 우연의 일치 정도로 보인다.
리니지2 - 휴먼,엘프,다크엘프,드워프,오크
모두 톨킨의 반지의제왕에 등장하는 종족들입. 리니지1 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 되었고, 톨킨이 설정한 종족구분에 상당히 가까움
* 반지의제왕 종족 가계도에 따르면, 다크엘프는 엘프에서 갈려나온 지파이며, MORIQUENDI (Elves of Darkness)가 시조. 하이엘프 역시 CALAQUENDI(Elves of Light)라는 시조를 가진 엘프의 한 지파.
* 리니지2의 세계관을 보면 하이엘프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크엘프는 원래 갈색엘프라 불리우던 종족으로 엘프의 지파였으나 일족을 배반하고 저주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유사한 설정임.
WOW - 인간,드워프,노움,드레나이,나이트엘프,블러드엘프,언데드,타우렌,트롤,오크
드레나이는 완전히 새로운 종족, 나이트엘프와 블러드엘프는 엘프라는 명칭은 있으나 WOW만의 설정, 노움(Gnome)은 톨킨의 소설이 아닌 고대유럽의 전설과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 언데드와 트롤은 톨킨의 소설에서는 몬스터로 취급., 겹치는 것은 인간,드워프,오크 세개 종족.
종족 설정은 물론이고 다른 부분 역시 WOW가 톨킨의 반지의제왕에 더 가깝다는 어떠한 부분도 찾기 어렵다.
단지 반지의제왕의 세계관 설정에 어떤 것이 더 가깝냐! 라고 한다면 WOW보다는 오히려 리니지2라고 보는게 맞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의 세계관이나 설정이 톨킨 원작의 Fantasy원류에 가까운가라는 것도 판단의 기준은 아니다.
그럼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게이머들이 말하고 있는 정통 RPG, 그리고 게임성이라는 것은?
여기까지는 서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서론이 무척 길었지만, 간단한 비교나 "VS"류의 글은 이미 많이 보아 왔다.
리니지형제와 WOW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게임이다.
그리고 서양식 환타지 롤플레잉이라는 탈은 똑같이 쓰고 있으나, 깊이 파고 들어가보면 리니지 시리즈는 '서양식'이 아니다.
흔히 정통 RPG라고 불리는 것들은 그 룰이나 설정에 Core가 있는 것이 아니라 TRPG시절 룰북과 다이스,캐릭터시트로 진행하던 그때부터 쌓여온 "캠페인의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수반되는 가치관에 얼마나 부합되는 것인가? 라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
TRPG 캠페인의 세계에서, 개인 하나는 매우 불완전한 존재이고, 성공적으로 모험을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고유의 특기를 가진 유능한 동료들과의 파티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말 괴짜 GM(혹은 DM)이 있어서 먼치킨 캐릭터를 만들어 준다면 모를까, 파티원간에 협조가 되지 않으면 아차하는 순간에도 큰 데미지를 입고 마을이나 여관에서 노닥거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캠페인을 더이상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TRPG에 참여한 사람들간의 관계가 돈독하지 않으면 이런 경우 캠페인 포기가 되는 적도 꽤 된다..물론 GM이 알아서 해야하지만)
이런 파티간의 협조와 각 캐릭터의 특성과 존재가치를 잘 부여해주며 캠페인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나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캠페인의 각 장마다 각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서 활약하도록 균등하게 기회도 부여해야 하고, 누군가가 흥미를 잃는다 싶으면 그 사람에게 더 신경을 써주는등 세심한 배려를 하는것도 뛰어난 GM의 필수요건이다.
협동과 협력, 우정, 전우애, 각자의 고유한 특기의 활용, 공동의 목적을 위해 공동의 적에게 힘을 합쳐 대항하는 것등등이 서양에서 시작된 TRPG 시절부터 이어 내려온 가치관인 것이다.
WOW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지존 캐릭터보다는 얼마나 파티원과 호흡을 잘 맞추고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가가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가치척도가 되는 정통 TRPG의 가치관을 이어 받은 게임인 것이다.
그렇다면 리니지는 어떠할까?
서양에 톨킨의 반지의제왕이 있다면, 동양에는 수호지가 있고 김용의 영웅문 있으며 "무협"이라는 동아시아권의 고유의 판타지 세계관이 있다.
한국의 청장년층 남성중 무협지를 한번도 보지 않은 남성이 얼마나 될까? 아마 톨킨의 반지의제왕을 안본 사람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무협이라는 코드는 그만큼 한국의 남성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뿌리내려온 Fantasy의 코드이고, 이 무협코드는 서양식 RPG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일단 TRPG는 여럿이 모여서하는 놀이였지만 무협이란 혼자 읽는 소설이었다.
90년대 이후에 퓨전무협,퓨전판타지등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무협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무협에서, 특히나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만화방 무협지에서 TRPG의 '파티' 같은 개념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주인공은 언제나 '恨'을 가지고 있고 무수한 고난을 홀로 겪으며 수많은 적과 싸워 절대지존이 되는 것이 기본 플롯이었다.
대부분 주인공의 시작은 헐벗고 굶주린 거지거나, 원수에게 부모를 잃었거나, 노예였거나, 별볼일 없는 서생이거나 하는등 바닥에서 시작해 적들을 물리치고 성장할수록 명성과 미녀와 진귀한 병기와 명약을 획득해간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돕는 존재가 나타나지만, 그 존재는 TRPG의 '파티원' 같은 주인공과 동등한 위치의 존재가 아니라, 주인공보다 한참 위의 고수이거나 혹은 주인공을 위해 희생되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고유의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집단적인 "세력" 즉 문파의 형태로 표현된다.
성장을 바탕으로 주인공은 "적"을 물리치고 전설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적은 항상 '인성'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이며 그 초월적 존재 역시 존재 자체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정도냐 사도냐 마도냐 혹은 외도냐 등등 목적이 다를 뿐 성장의 과정은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인성'과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TRPG 캠페인의 대부분의 최종 보스는 용이거나 마왕이거나, 악한 왕이거나 전부 그 강대한 힘을 원래부터 부여 받은 존재이며 또한 대체로 '인성'이 배제되고 특별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과는 다른 존재다.
리니지1의 게임 플롯과 무협은 거의 90% 이상 일치한다.
게임의 가치관 역시 절대지존이 되거나, 혹은 세력을 규합한 '문주'가 되거나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상대해야 하는 가장 거대한 보스는 용이나 몬스터가 아니다, 바로 자신보다 강대한 세력을 가진 또한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또다른 '인성'을 가진 존재인 플레이어 인 것이다. 몬스터는 그 과정을 가는 수단일 뿐이다.
원한이 있으면 값기 위해 이를 악물고 수련을 해야 하고 은혜를 입었다면 은인을 돕기 위해 칼을 빼야 한다.
문파(혈맹)은 일정 지역을 통치하며 권력을 누리고, 이를 누르거나 빼앗는 것은 결국 힘이다.
길에서 노상비무를 하며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치사한 암습과 음모로 적을 쓰러뜨리기도 한다.
힘이 있는자, 명성을 얻은자, 부를 가진자는 타인을 부리기도 하고 미녀를 차지하기도 하며 보물이 나오는곳을 독점하기도 한다.
리니지2는 리니지1의 이러한 특성에, 서양식 RPG의 가치관이 추구하는 각 캐릭터의 고유한 협력의 필요를 교묘하게 끼워 맞춰 놓은 게임이다.
결국 가야하는 곳과 가치관은 리니지1이지만 그 수단적인 방법은 TPRG의 협력과 조화의 구조를 넣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극히 동양적인 무협의 가치관에 서양식 판타지의 옷을 입혀 놓은 것은, 자연히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겉만 서양식 판타지일 뿐 사실은 지금까지의 어떤 무협게임보다도 더 무협지에서 보여준 가치관에 충실한 게임이기에, 한국에서 그토록 널리 퍼지고 또 장기간 그 수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며 중화권에서는 힛트를 치지만, 미주지역에서 죽을 쑤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니지1이 한참 위력을 떨치던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외산 게임이 번번히 실패한 것은, 인터페이스의 낮설음등등 그간 수없이 언급된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에 서양식 TRPG의 가치관을 공감하는 게이머층이 두텁지 않았다는 것도 대단히 큰 요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한국인의 가치관 역시, 전통적인 동양적 가치관에 대비되는 합리성을 중시한 서양의 가치관이 유입되면서 게이머들 역시 그러한 게임 가치관을 여러 루트로 접하게 된다.
단지 게임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와 기업문화등도 변화가 이뤄진 시기이며 (예를 들면 직급제가 아닌 팀제 조직의 일반화, 개인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싸이월드등등) 게임을 즐기는 핵심 연령층인 10대 후반에서 30대초반까지의 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TRPG를 직접 하지는 못했어도 이의 세계관을 이어 받은 패키지 게임, 소설, 영화, 만화, 온라인 게임, 게임 커뮤니티등을 접하게 되면서 변화의 욕구가 가장 빠른 세대 답게 단시간 내에 패키지 게임의 얼리어답터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헤비게이머 계층이 생겼고 게임이 놀이를 넘어서 문화로 발전되면서 더욱 더 늘어나게 된다.
리니지1,2에서는 채워주지 못했던 다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게임의 필요성에 목말라 있을때, 한국 시장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리니지1이 등장하기 이전에 먼저 "대규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서비스 해본 블리자드라는 회사가 그 목마름을 채워줄 WOW라는 걸출한 게임을 들고 들어온 것이다.
리니지1,2와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게임이 리니지 형제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WOW와 유사한 게임이 WOW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이 두개의 거대한 선발주자들은 확연히 구분되는 '두개의 가치관'을 펼칠 온라인 가상 공간을 만들고 발전시키고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WOW는 10년을 넘게 이어온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펼쳐놓은 훌륭한 무대와 조연과 단역을 맡아줄 연기력 좋은 NPC들이 있다.
게이머들 각각에게 그 이야기의 속으로 들어와 누구나 주인공이 되도록 해준다.
WOW라는 캠페인 속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마치 프로도와 그 일행들이 먼길을 떠나듯 모험 가득한 여정을 향하는 것이다.
수많은 NPC는 조역으로 주인공의 연기를 빛내주는 열연을 하고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대사는 주인공들을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준다.
주인공은 게이머인 것이다.
주인공을 만들어 주는 게임이란 얼마나 멋진가? 게임 자체로는 블리자드라는 명감독을 욕할 일은 그다지 없지 않을까?
리니지형제는 처음부터 이야기 따윈 없다. 대본도, 시나리오도, 연기도, 연출도 직접 해야하는 즉흥무대다.
삼류문파에서 평생 1,2초식이나 배우다가 생을 마치는 단역이 되던, 말섬 울타리 밖에 나오자마자 칼질에 고기토막이 되는 엑스트라가 되건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힘으로 짓누르는 폭군이 되던, 선정을 펼치는 존경 받는 지도자가 되건..그건 게이머가 알아서 대본 쓰고 연기해야 하는 것이지 아무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NPC는 움직이지 않는 무대장치일 뿐 , 단역이나 조연은 나 아니면 다른 게이머인 것이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없으니 뇌물(현질)이라도 써서 어떻게든 되보겠다는 게이머도 속출한다.
리니지는 게이머가 연기한 무대를 보고 그중 뛰어난 것을 남겨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무대를 만들어 보라고 부추기는 피튀기는 오디션이라고 할까?
여차하면 엑스트라가 되버리는 살벌한 오디션을 해야하는 과정이 마냥 즐거울 수 있을까?
주인공이 됬다면 경쟁이 심했던 만큼 그 기쁨도 크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치못하게 탈락한 사람들이 냉혹한 제작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
하지만 무엇이 더 좋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행복을 주지만, 누군가를 이기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한 욕망 역시 인간의 본성중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