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판타지 라이프
My Korean Fantasy Life
존 펑크
이스케이피스트 매거진 104호 수록
2008년 8월 26일
//www.escapistmagazine.com/articles/view/issues/issue_164/5162-My-Korean-Fantasy-Life
※ 이 글은 저자에게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고 번역 및 게시를 하였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나는 MMO게임을 좋아한다.
그걸 다루는 게 내 일이기도 하고(역주:필자는 MMOG 웹진의 편집자이다). 좁게 본다면 '서양의 MMOG를 좋아한다'고 볼 수도 있다. 나는 <반지의 제와 온라인>을 보면서 탄성을 내질렀고, 친구와 함께 <길드워>의 클래스 개념을 분석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길드원들과 레이드를 하며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으니까. 동양에서 나오는 MMOG는 거의 무시했었다. 솔직히 동양의 MMOG는 볼 가치도 없이 형편없는 품질로 명성이 자자하다.
내 계획은 간단했다. 서양MMOG의 하드코어 매니아인 내가 1주일 동안 동양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 선택된 것이 바로 넥슨의 <마비노기>였다. <마비노기>는 한국의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해 2004년 중반에 공개되었고, 지난 3월(2008년 3월) 미국으로 진출했다. 그리스도 이전의 셀틱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에도 불구, 공식 웹사이트에는 망가적인 캐릭터들이 나타나 이것이 동양에서 왔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한국에서 온 이 MMOG는 스스로를 "판타지 라이프"라고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1주일동안 하게 될 게임이었다.
다른 동아시아 게임들처럼 <마비노기>는 소액결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넥슨 캐쉬'를 사서 아이템이나 서비스로 바꿀 수도 있고, 그냥 무료로 게임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마비노기>의 경우 상품이 대체로 겉치레와 관련된 것이었다. 스토리 라인을 플레이하려면 30일에 10달러 정도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당시에 나는 아무 것도 몰랐고, 그저 넥슨 아메리카에서 준 캐쉬와 테스트 계정을 가지고 시작했을 뿐이었다. 마비노기 스토어를 둘러봐도 뭐가 뭔지 몰랐고, 좀 유용해보이는 것을 몇 개 고르고는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계정에는 이미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내 본능은 새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여기서 첫 장벽을 만났다.
인간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왜 '종족' 탭이 있지? (엘프와 자이언트가 있지만 북미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그 정도까지 가지 않은 상태였다) 클래스도 선택할 수 없었다. 대신 나이를 10살부터 17살까지 설정해 망가로 표현된 다양한 나이대를 볼 수 있었다. 백발의 베테랑과 늙은 마법사는 어디에? 대체 10살짜리 아이가 17살보다 검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건 <던전 앤 드래곤스>가 아니라 <포켓몬스터>였다. 캐릭터 이름을 입력하는 일에조차 맥이 풀렸다.
결국, 나는 포기했다. 무엇보다 넥슨에서 캐릭터를 준비해준 성의를 물리칠 수 없었다. 그래서 17살 인간 여성 '랄라'가 <마비노기>의 세계에 입성했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세 시간 후, 나는 좀 표류된 것 같은 느낌으로 게임에서 로그아웃했다. 분명 길을 잃었다. 게임의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에는 꽤 빠르게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황한 것은 "적을 열 마리 죽여라"나 "아이템 다섯 개 가져와라" 같은 MMOG 플레이어에게는 당연한 일을 요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거라면 충분히 익숙하다.
특별한 목적 없이 시작 지역을 돌아다니자, 올뺴미 한 마리가 날아와 그 지역 NPC에게 열매 다섯 개를 주라는 퀘스트를 떨어트렸다. 당황스러웠다. 뭘 했길래 이런 퀘스트를 받은 건가? 말하건데, 아무 것도 안 했다. 하지만 퀘스트는 퀘스트다.
<마비노기>의 세계에서 열매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열매가 떨어질 때까지 덤불이나 나무를 수도 없이 때리는 거다. 물론 열매가 아니라 나뭇가지가 떨어지기도 한다. 나는 열매를 얻으려고 잎사귀 부분을 무자비하게 클릭했다. 잘 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 열매 대신에 나뭇가지가 나오게 되는 요인은 무엇일까? 무작위인가? 나무 대신에 덤불을 때리는 데 집중해야 하나? 열매를 모아 NPC에게 갖다주자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면서 퀘스트가 실패했다. 나는 시간 제한이 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나는 아직 튜토리얼 부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내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또 다른 퀘스트는 내게 밀가루를 만들 밀을 수확하라고 했다. 밀밭으로 가자 낫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가 필요한 걸 사고 밀밭으로 돌아왔다. 캐릭터가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네 번 시도해야 한 번 수확에 성고했다. 실패에 대한 설명은 "손이 미끄러졌다"라던가 "밀을 수확하지 못 했다" 등 여러가지였다. 그게 중요한 건가? 다른 이유는 없나? 아니면 그저 게임의 양념일 뿐인가? 필요한 밀을 모아 밀가루를 만드려고 방앗간으로 돌아갔고....실패했다. 다시 밭으로 돌아가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게임의 방식에 친숙해지자 나는 나만의 리듬을 찾아갔다. 심지어는 재미를 느끼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다. 던전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를 찾아달라거나 양을 위협하는 늑대를 물리쳐달라는 양치기의 부탁 같은 퀘스트를 받고, 학교에도 가고, 아까 말한 그 양들의 털도 깎았다. 물론, 이 퀘스트들 대부분이 방직이나 요리 같은 다양한 생활 스킬을 배우고 경험을 얻기 위한 선택적 사항이다.
하지만 이건 <와우>처럼 두 개의 직업만 가질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 않다. 게임의 모든 스킬을 배울 수 있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게임시간으로 하루내내(실제 시간으로 38분)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마을의 힐러가 붕대를 만들 수 있게 양털을 깎고, 잡화점에 음식을 배달하고, 마을 교회에서 달걀도 모으고, 마법학교에도 갔다. 며칠 동안은 시작 지점을 넘어가 탐험하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 했다.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손이 많다는 비판이 있긴 해도, <와우>는 정말 직관적이고 익히기 쉽다. 퀘스트가 적절한 시점에 플레이어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끌어 준다. 색상을 입힌 텍스트로 간단하게 어떤 퀘스트가 가능한지 알려준다. <마비노기> 역시 퀘스트가 나를 아직 가보지 못 한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리 진행했어야 했던 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몬스터들의 레벨을 볼 길이 없어서, 그리즐리 베어가 어떤 상대인지도 모르고 덤비다 깨졌다. 도움을 주는 손의 부재는 모험적인 마인드를 원했다. 결국 나는...양털을 깎았다.
나만의 리듬을 찾았다. 하지만 이게 내가 원했던 플레이인가? 이게 게임이 바라는 플레이인가? 나는 "판타지"를 원했지만, 게임은 나를 자꾸 "라이프"로 밀어 넣었다. 물론 <슈퍼 마리오 월드>의 주제곡을 광장에서 연주하고 다니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다. 하지만 나의 웅대한 모험은 어디에 있는가? 심부름꾼이 아니라, 영웅이나 정복자가 되길 바래서는 안 되는가? 이건 대체 누구의 판타지 라이프인가?
4년간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게임에 일주일 동안의 플레이는 아무리 하드코어해도 수박 겉핥기이다. <마비노기>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만 남았다. 나는 총 30시간 동안 게임을 했지만, 아직 게임을 받아들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내 경험의 간극을 메우고자 나는 <마비노기> 광인 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강기태씨와 실명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Angevon과 Khenta이다. 세 사람 모두 한국 서버에서도 게임을 했었고, Khenta와 강기태 씨는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세 사람 모두 <마비노기> 이전에 MMOG를 많이 해보았다. 내 마음 속에 단순한 질문이 떠올랐다. 왜 <마비노기>인가? 동양이든 서양이든 이용할 수 있는 MMOG는 수없이 많은데, 왜 이 게임인가? 무엇이 그들을 매일 로그인하게 만드는가? 그들이 게임에서 잡은 '포인트'는 무엇인가?
물론 그들의 플레이스타일은 서로 달랐다. Khenta는 공예 같은 직업 스킬로 일하는 것을 선호했다. Angevon은 던전을 돌았고, 강기태씨는 PvP에 참여하면서 게임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렸다. 강기태씨가 모험을 하게 되면 거의 항상 친구들과 함께 였다. 이런 서로 다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 모두 게임에 대해 공유한 의견이 있었따. "커스터마이제이션이에요" 강기태씨의 말이다. 그는 포인트를 잡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때 대부분의 장비가 주는 효과는 미미했고, 클래스나 레벨 제한도 업었다. 누구라고 입을 수 있었고, 장비했다고 눈에 띄는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은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Khenta도 동의한다. "캐릭터를 만드는 데 유일한 제한은 상상이다..게임 속에서 정확히 똑같은 설정을 가진 두 사람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이 선택의 자유는 이 게임에서 그들 모두가 좋아하는 특징이었다. 그것이 내 방황의 이유였을까? 나는 서양 MMOG의 상식을 전제로 게임을 했던 것이리라. 내가 막 시작 지점을 떠났을 때조차도 선택할 여유를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자유와 전투를 차지하고라도 매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바로 그들이 만난 친구들의 커뮤니티이다. 지나고 보니 분명해졌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 했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은 온라인 게임이었고, 나는 그것을 혼하 하려고 했던 거다.
나는 전적으로 잘못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비노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동양 대 서양이라던가 모험가 대 양치기의 대결구도 같은 게 아니라, 이 게임을 딱 일주일 동안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이었다. 때문에 나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고, 요령을 가르쳐 줄 경험많은 사람이나 동료를 만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세 베테랑이 말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들을 게임에 묶어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MMOG를 가치 있게 만드는 두번째 M(Multiplayer, 다중이용자)를 무시하고 있었다. 게임 속에 있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 말이다. 내가 볼 때 <마비노기>의 플레이어 기반 중 대부분이 그렇다.
내 불편함은 서양 MMOG 플레이어가 한국에서 온 게임에 밀어 넣어진 것 때문이 아니다. 그 곳에는 홀로 모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그렇게 플레이한다면 게임은 의도와 전혀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게임 속에서 누군가와 잡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멋지다.
심지어는 양털을 깎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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